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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을 기르는 지름길

조회수 2017. 9. 19. 15: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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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을 나보다 나은 사람들로 채울 때 우리는 거인이 될 수 있다.

구글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부분은 매일 제공되는 뷔페식 식사,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근무환경, 혹은 직원 건강을 위한 사내 헬스장 같은 잘 알려진 구글의 복지나 기업문화와 관련된 대답을 기대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그런 복지나 기업문화보다는 나보다 뛰어난 동료들 및 매니저와 함께 일한다는 사실이다.

구글의 유일한 단점: 회사라는 것 (…)

어차피 평생직장의 개념은 없어진 지 오래고, 마치 용병처럼 언제든지 시장의 요청에 응해서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나보다 더 출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덩달아서 나도 발전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기존 직원보다 더 나은 사람을 선발하라'는 구글의 채용 원칙은 늘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이자 기존 직원들도 계속해서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항상 서로 자극받으면서 발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끊임없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내가 학창 시절 평균 이하의 공대생이었다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 분야로 옮겨갈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주변의 이런 뛰어난 사람들 덕분이었다. 군대에서 전역하던 그 일생일대의 중요한 날에 차마 고향집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군복을 입은 채로 달려가 면접을 봤던 경영전략학회가 내겐 이런 측면에서 더없이 좋은 조직이었다. 학회 내에는 다양한 활동이 있었는데, 그중 핵심인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었던 세미나가 좋은 배움의 장이 되었다.


세미나는 서너 명의 팀원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한 주 동안 고민해서 발표하고, 그 결과물을 다른 팀의 발표와 비교하거나 디렉터라고 불리는 학회의 선배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에는 정말로 직설적이고 치열하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는데, 우리 팀이 며칠 밤을 새워서 고민한 결과보다도 꼭 더 나은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 있게 마련이었다. 그러면 또 그 부분을 배우고 기억했다가 다음 주에 적용해보고 그때에 또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있으면 또 그다음 주에 새롭게 적용해보는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었다.


일 년이 52주. 그중 시험 기간과 명절/연말을 제외하고 대략 일 년에 마흔 번 이상의 세미나를 서로 각기 다른 주제로 팀원/팀장을 매번 바꿔가며 했으니 그 수많은 밤샘과 피드백을 통해서 내 생각을 뛰어넘는 훌륭한 생각을 일 년 동안 수백 번이나 접하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수백 개의 나보다 나은 생각들이 소중했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에게 내가 배운 것


이것들이 공대생인 내가 비즈니스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내 실력을 기르는 지름길이었다. 혼자서 노력을 하면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내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지만, 모두가 같은 주제를 동시에 치열하게 고민하고서 그 결과를 서로 비교하면 너무나도 명확하게 나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느껴지는 나의 부족함을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의 수준만큼 끌어올리려고 부단히 노력할 때, 그제서야 실력이 느는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매주 성장하는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1년만 해도 될 학회활동을 그 후로 3년을 더 했고, 심지어 구글에 합격을 하고도 한 학기 동안은 매주 토요일마다 세미나에 참석했다.

무슨 소리야 출근하기 전까지 누워있어야지;;;

이렇게 나보다 나은 생각들로부터 배우는 방법은 여러 회사에서 인턴쉽을 하면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었다. 인턴쉽을 하는 중에 우리는 회사의 여러 가지 기본 업무나 프로젝트를 부여받게 되는데, 대학생으로서 아무리 열심히 한들 몇 년간의 노력을 해당 업무에 쏟아부은 기존 직원들만큼 좋은 결과물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직원들은 인턴이 만든 이런 결과물을 다시 해석해서 실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을 하기 마련인데, 바로 그 두 결과물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는 것이 나의 실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었다.


특히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인턴을 할 때 어깨너머로 본 컨설턴트들의 프레젠테이션은 나의 눈높이를 극적으로 올려주었다. 학회에서 여러 수십 번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만든 분석과 프레젠테이션은 학생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컨설턴트들이 사용하였던 분석방법, 발표의 흐름, 그리고 슬라이드를 구성하는 방법들을 최대한 머리 속에 담아서 나만의 마음속 기준으로 삼았다. 앞으로 내가 만들 결과물도 부족하나마 이 정도의 수준을 갖춰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이후에 무언가를 할 때마다 항상 꺼내어 서로 비교했다.


나의 문제 접근 방법이 애당초 잘못되진 않았는지, 무언가 중요한 부분을 빠트린 것이 있는지, 혹은 결과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미흡함은 없었는지 체크했다. 그리고는 이다음, 그리고 또 그다음 프로젝트를 할 때 이 부분들을 내가 기억하는 더 나은 결과물만큼 끌어 올리려고 노력했다.

세계적 광고 에이전시인 오길비Ogilvy의 창립자 데이비드 오길비는 '우리가 우리보다 작은 직원만을 뽑으면 점점 난쟁이의 회사가 될 것이고, 우리보다 큰 직원들을 뽑으면 거인의 회사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앞서 소개한 구글의 채용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 말은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데, 내 주변을 나보다 나은 사람들로 채워서 그들의 더 나은 생각들을 흡수해 나갈 때 우리는 거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보다 나은 생각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서 항상 겸허하게 나의 부족함을 그들과 비교해서 파악하고, 그 차이를 줄이려고 부단히 노력할 때 우리는 어느 순간 거인이 되어있지 않을까.


원문: Jeremy Cho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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