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견종들 1

조회수 2017. 9. 17.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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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덕후 필독

일본과 한국의 개들은 같은 기후 조건(사계절)의 영향을 받고 같은 스피츠 형의 개들이며 비슷한 생김새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이미 일본 견종을 ‘동양개’의 표준으로 인식합니다. 특히 시바견의 경우 서양은 물론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간 일본의 국견 아키다가 미국식의 ‘아메리칸 아키다’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을 시작으로 일본의 개들은 각국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일본의 개들이 더 유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겠지요.


이에 안타까움을 느껴 한국에도 다양한 개성을 지닌 견종이 있음을 알려드리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출처: 한국애견연맹
1. 진돗개
늠름한 진돗개

너무나도 유명한 우리나라의 국견이자 천연기념물 제53호이며 전라남도 진도가 원산지인 견종입니다. 한참 전에 각종 견협회에 등록된 아키다와는 달리 진돗개은 2005년에야 켄넬클럽(KC)과 세계축견연맹(FCI)에 등재되었습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영국의 전문 브리더 메크 퍼넬 카펜터에게 번식을 맡긴 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진돗개의 스탠다드(표준 체형)이 확고하게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외국인에게 진돗개 번식을 맡겨야 하는 슬픈 현실

‘돌아온 백구’를 통해 여러 사람이 눈물을 훔치게 했던 진돗개는 돌아온 백구처럼 여타 다른 견종보다 귀소본능이 뛰어나고 한 주인만을 섬기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이 한 주인만을 섬기려는 성향 탓에 군견으로의 적합성 실험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금 군견병으로 군대에 가 있는 이웃 동생의 말을 들어보면 다시 한번 진돗개을 군견으로 만들고자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글쎄요, 국뽕도 좋지만 세퍼트, 마리노이즈 등 이미 검증된 군견종이 있는데 굳이? 진돗개 훈련시킬 돈으로 검증된 군견을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진돗개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고려 때 몽골군이 진도에 있던 말 목장을 지키기 위해 들여온 개가 조상이라는 설도 있고, 진도에서 개와 늑대의 교배로 태어난 개가 조상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확실하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몽골군의 군견이 진돗개의 조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래가 어떻든 진돗개는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견종이고,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살아왔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 총독부의 조선개 도살 정책에 의해 일본군의 방한복과 방한화를 제작한다는 명목으로 30~50만 마리의 개가 도살당하며 진돗개처럼 생긴 북방견 종류와 삽살개 등 토종개가 멸종 위기에 이르렀습니다. 북방견 진돗개의 이중모 구조가 안성맞춤이었던 탓이라고…


당시 이상오가 『수렵비화』에서 “죽은 개의 피가 시내를 이루었다”라고 기록했을 정도니 그 희생이 얼마나 많았을지요. 이런 고된 수모를 겪고도 한국의 국견으로 자리 잡은 진돗개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을 닮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풍산개
대형견에 속하는 풍산개는 진돗개보다 뭐든지 큽니다.

북한 함경남도 풍산군이 원산지인 풍산개는 다들 아시다시피 북한을 대표하는 북한의 대표견종입니다. 대략 25~30kg로 진돗개에 비해 큰 편이며 머리 또한 상대적으로 큰 편에 속하지만 외모는 거의 진돗개의 확대형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일수록 체구가 크고 강한데, 개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아 추운 지방 견종이 더 크고 강하기 때문입니다. 


개마고원 근처 함경남도 풍산은 육지의 섬이라고 불릴 만큼 고립된 지역입니다. 타지 사람들과 교류가 차단된 이 지역에서 혈통을 순수하게 보존해온 풍산개는 개마고원 일대의 시베리아 호랑이를 사냥하는 데 사용되기까지 한 용맹한 견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남북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자연스레 해제되었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국견인 만큼 셰퍼트와 붙어 풍산개가 이기는 모습을 방송 매체를 통해 보여주며 국격(?)을 드높이기도 했습니다(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때 풍산개와 싸웠던 셰퍼드는 힘이 별로 없는 암컷이었다는 후문이…).


어쨌거나, 풍산개는 러시아의 라이카와 함께 호랑이에게 주눅 들지 않고 쫓아가며 사냥할 수 있는 유일한 견종이란 풍설이 있을 정도로 용맹합니다. 단모종과 장모종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순하디순하지만 사냥에 나설 때면 눈빛이 달라지는 견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두리.

2000년 남북 정상 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 선물이 풍산개 두 마리였죠. 북한에서는 ‘자주’와 ‘단결’로 불리다가 김 전 대통령이 ‘우리’와 ‘두리’라는 새 이름을 붙여준 이 두 풍산개는 서울대공원에서 거주하다가 2013년 노환으로 자연사했다고 하네요. 

3. 삽살개
복슬복슬 삽살개

경상북도 경산의 하양이 원산지인 견종으로 풍성하고 복슬복슬한 털이 매력적인 견종입니다. 신라 시대 왕족들이 주로 기르던 견종이었지만 통일신라의 멸망 이후 일반 백성들도 키우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여타 다른 한국견들과는 달리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삽살개는 ‘귀신과 액운을 쫓는 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설의 동물인 해태와도 약간 닮은 것 같습니다만 저만의 느낌인지?

해태…

진돗개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방한복 및 방한화에 희생된 대표적인 견종으로 그 정도가 진돗개보다 훨씬 심하여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1960년대 말 경북대학교 교수들에 의해 30여 마리가 수집되어 보존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경북대 하지홍 교수가 속칭 완전판이라 할 수 있는 삽살개의 외형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원 시도 과정에서 다른 견종의 개입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저런 외형의 개가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알 수 없으나 개인적으로는 한 견종을 복원하기 위한 팀의 연구 자체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옛날 신문에 실린 삽살개의 모습

본론으로 돌아와서, 삽살개는 황 삽사리와 청 삽사리로 나뉩니다. 이름에서 보시다시피 황 삽사리는 대체로 황색을 띠는 삽살개, 청 삽사리는 강철색이라고하여 요크셔테리어의 스틸 블루 빛깔을 띠는 삽살개를 말합니다. 


보통 생각하는 순한 삽살개는 황 삽사리가 많으며 청 삽사리는 황 삽사리에 비해 주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습성이 강하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잘 주지 않는 편이라고 합니다.

4. 댕견(동경이)
꼬리가 없는 것이 특징인 댕견

댕견은 경상북도 경주가 원산지인 견종으로 ‘꼬리가 없는 개’란 뜻입니다. 예로부터 경주 지방에 많았고, 경주의 옛 지명이 동경이었기 때문에 ‘동경이견’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꼬리가 없지만 한때 장애견으로 오해받아 멸종위기에 처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댕견은 조선 현종 10년(1669) 경주 부윤 민주면이 쓴 『동경잡기』속 “동경(경주)에 살고 있는 꼬리 짧은 개를 사람들이 동경구(동경의 개)라고 부른다”는 구절에 등장합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의자왕 20년 6월 “꼬리 짧은 개 한 마리가 서쪽으로부터 사비하 언덕에 와 왕궁을 향해 짖었다”는 구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라 고분군에서 발견된 개 토우 가운데 절반가량이 꼬리가 짧은 사실로 미루어서도 틀림없는 우리나라 견종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돗개가 한 주인만 섬기는 반면 댕견은 집에 낯선 사람이 와도 꼬리를 흔들며 좋아해서 일부 지역에서는 ‘바보개’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진돗개와의 구분은 외모만으로도 가능한데 비단 꼬리가 없어서만은 아닙니다. 귀가 처지고 뒷발의 발가락과 발바닥이 6개라는 특징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네 가지 색깔의 댕견.

꼬리가 없으니 재수 없는 개라고 하여 장애견으로 오인당함은 물론이요 복날에는 어떤 개들보다 먼저 식탁에 올랐던 불운한 과거를 가진 견종이기도 합니다. 이런 잘못된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없어져 2012년 4월 진돗개, 삽살개에 이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색적인 외모와 특징을 가진 댕견을 육성하고 보존하기 위해 서라벌대학에서는 동경이 보존 연구소를 설립하여 댕견 보존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5. 코리아 트라이 하운드(Korea Tri Hound)
얼굴은 순한데 근육은 핏불이야…

전라남도 나주의 나주 가정견 훈련소에서 개량한 견종입니다. 스태퍼드셔 테리어의 끈기와 투쟁력, 폭스 하운드의 후각 추적 능력에 그레이하운드의 주행 능력과 한국에서 사냥개로 유명하던 개의 능력을 교잡시켜 사냥에 중요한 투쟁력, 추적력, 주행력, 귀가성 등이 두루 뛰어납니다. 


우리나라 지형에 맞게 개량된 사냥개이기도 합니다. 정식 등록된 견종은 아니나 혈통은 95% 이상 고정되어 현재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혈통서가 발급됩니다. 엽사(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좋은 사냥개로 평가받습니다. 이러한 견종을 개량하게 된 이유는 야생 유해동물 때문입니다.


주로 멧돼지 사냥용인데, 호랑이, 표범, 늑대 등이 사라지면서 한반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게 된 멧돼지는 농가에 여러 피해를 주었습니다. 멧돼지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가 하니 돌진하여 사람에게 부딪히면 최소 갈비뼈 두세 대는 부러지고 사냥을 하다가 멧돼지의 이빨에 찔리거나 물린 개는 배가 뚫려 내장이 흘러나온다고 합니다. 한 번 처박으면 그야말로 사냥개를 골로 보내는 그런 힘을 지닌 게 멧돼지인 것이지요.


이 멧돼지를 용이하게 잡기 위해 개발한 견종이 바로 코리아 트라이 하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나고 이름난 외국의 사냥개라 해도 지형과 기후가 한국과 맞지 않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텐데 코리아 트라이 하운드는 산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에 잘 맞게 개량된 사냥개입니다(코리아 트라이 하운드도 다른 조건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만…).

멧돼지_위험성의_좋은_예.jpg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의 골치 아픈 유해조수(꿩, 멧비둘기, 멧토끼, 고라니, 멧돼지, 다람쥐, 청설모, 두더지, 쥐 및 오리류가 속합니다)를 처치해주는 엽사 분들은 사냥개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고자 한국에 반입된 견종은 물론이고 반입되지 않은 견종도 수입하여 교잡시켜 자신들만의 사냥개를 만들기 위한 개량시도를 주도해 왔습니다. 


1980년대에 유행하던 사냥개는 셰퍼드와 도사견을 섞어 세퍼트의 균형 잡힌 체형에 도사견의 투쟁심을 지닌 아이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1990년대에 넘어오면서는 핏불테리어와 그레이하운드를 교잡하여 핏불의 투쟁심에 그레이하운드의 주행능력을 합친 아이들로 대세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멧돼지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견종인 코리아 트라이 하운드. 개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멧돼지에게 감사(?)해야 할 일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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