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매거진 '모노클'은 어떻게 종이 매체의 건재함을 알렸나

조회수 2017. 9. 15. 15: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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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사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 네이버 오디오 클립 ‘중앙일보 언니들의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3회 ‘사표를 고민하는 신입사원을 위한 모노클 이야기’에서 영감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쇄 매체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신문을 보던 사람들은 PC와 스마트폰으로 뉴스 콘텐츠를 소비하고 책과 잡지를 보던 사람들은 시의성을 더 갖추고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 SNS에서 정보를 습득합니다.


신문과 잡지 발행 부수는 전 세계적으로 점차 줄어들고 신문보다 신속성이 더욱 떨어지는 잡지의 경우 심지어 폐간하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북미만 하더라도 2015년 한 해에만 591개의 잡지가 폐간했습니다. 신문은 다음 날에라도 보기에 시의성이 기본적으로 갖춰지지만 주간지나 월간지의 형태를 띤 매거진의 경우 이미 소비된 콘텐츠를 다시 만날 뿐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발간 4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매해 7% 이상 성장(발행 부수 기준)하는 매거진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에서 발간하는 트렌드 잡지이자 글로벌 매거진 《모노클(Monocle)》입니다.

《모노클》은 디자인, 트렌드, 비즈니스, 문화, 여행,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소화합니다. 창업주 타일러 브륄레가 9명의 직원과 함께 2007년 2월에 첫 발행한 이 잡지는 10년이 지난 지금 1년 정기 구독자가 약 2만 명에 육박하며 매달 8만 부 이상을 전 세계로 배달하는 글로벌 매거진으로 성장했습니다. 또한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고 책을 출판하며 브랜드 리테일 숍을 운영하는 등 ‘미디어 브랜드’로의 변화도 꿈꿉니다.


어떻게 디지털 시대에 인쇄 매체 중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매거진 산업에서 매해 성장하는 매거진이 나올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매거진은 ‘카테고리’ 기준으로 나뉩니다. 패션 잡지, 여행 잡지, 디자인 잡지 같은 식이죠. 물론 타깃도 이 카테고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인지 아닌지로 나뉩니다.


하지만 《모노클》은 ‘카테고리’ 기준의 잡지가 아니라 특정 타깃층을 우선에 둔 뒤 비즈니스, 문화, 디자인 등 그들이 좋아할 만한 소식을 전하며 타깃층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모노클》의 타깃은 “평균 연봉 3억 이상, 1년에 해외 출장을 10번 이상 가며 MBA를 졸업하고 도시에 거주하는 금융, 정부 기관, 디자인, 관광 산업의 CEO”입니다. 그야말로 ‘높은 위치에 있는 분들’이 《모노클》이 지향하는 독자 타깃이죠. 박리다매 방식으로 최대한 많은 독자를 커버해야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수 있는 매거진 업계에서 이렇게 마이너 계층만을 타깃으로 해서 발행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가 모두에게서 외면받는 매체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모노클》이 지향하는 저널리즘은 대중 다수가 알아야 하는 ‘매스 저널리즘’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제공하는 정보를 모든 사람이 알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독자층에게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식으로 순서가 바뀐 셈입니다. 그렇게 특정 타깃을 향해서만 움직였더니 잡지는 서서히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독자 ‘유치’가 아니라 ‘유지’에 집중하다


《모노클》은 신규 독자를 ‘유치’해 발행 부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독자 수는 적더라도 양질의 독자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치와 유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치의 경우 다수를 끌어모으더라도 유지할 힘이 확실하지 않지만, 유지를 목적으로 할 경우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노클》은 유치가 아닌 유지를 목적으로 ‘발행 원칙’을 세웠습니다.

- 한 번 읽고 던져버리는 잡지가 아니라 다 읽는데 2주 넘게 걸리는 잡지를 발행하자.

- 언제든지 돌아가서 읽고 또 읽고 싶은 잡지를 발행하자.

- 보관 가치가 있는 잡지를 발행하자.

모두 ‘유치’가 아닌 ‘유지’를 위한 원칙이었습니다. 또한 ‘팔아 치우기’식 마케팅을 지양했습니다. 《모노클》은 연간 구독 할인과 같이 일반적인 잡지들이 활용하는 마케팅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년 정기 구독 가격이 더 비쌉니다. 1권 가격은 7파운드(한화 약 1만 3,000원)이지만 1년 정기 구독을 하면 12개월 동안 매달 잡지를 구매하는 것보다 더 비싼 100파운드(한화 약 18만 원)를 지불해야 합니다. 정기 구독을 하면 통상적으로 할인해주는 일반적인 마케팅과는 확연히 다르죠.


대신 《모노클》은 1년 정기 구독을 하면 《모노클》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볼 수 있고, 구독 기간에 따라 선물을 받을 수 있으며, 《모노클》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 클럽과 정기적인 이벤트에 초대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모노클 웹사이트
《모노클》 정기 구독의 혜택.

《모노클》 독자는 대부분 1년 정기 구독을 합니다. 잡지가 담는 양질의 콘텐츠는 물론 하이 레벨의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선물과 이벤트 초대권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합니다. 이를 통해 《모노클》에 대한 강한 심리적 소속감을 느끼고, 《모노클》 독자임을 ‘인증’하고, 대우받는 느낌이 드는 거죠. 


어디 가서 “나 《모노클》 정기구독해!”라고 말했을 때 선망의 눈빛을 겨냥하는 것도 없지 않습니다. 결국 내가 읽는 미디어가 나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모노클》은 100%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통 매체도 달라지면 매력적일 수 있다


《모노클》 탄생 일화는 유명합니다. 공항에는 서점이 꼭 하나씩 있죠. 어느 날 브륄레는 공항의 서점에서 사람들이 어떤 잡지를 구매하는지 관찰했습니다. 비즈니스 및 경제 잡지인 《이코노미스트》를 구매하는 사람도, 패션 및 문화 잡지인 《GQ》를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도 잡지가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매체일 수 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코노미스트》와 《GQ》를 섞은 잡지도 매력적이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거 아닌 발상일지도 모르지만 카테고리 기준으로 나눠지고 있던 매거진 시장에서 카테고리를 병합해 여러 카테고리를 동시에 다루는 일은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일명 ‘짬뽕 매거진’이 될 수 있는 확률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깃층을 ‘하이레벨의 독자’로 정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이들은 사회에 관심이 많고 정보 습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여러 분야를 전문가 같이 알고 싶어 합니다. 그 덕분에 여러 주제를 다뤄도 선택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타깃층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전문 잡지보다 여러 주제를 동시에 다루는 전문 잡지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모노클》은 《이코노미스트》와 《GQ》를 섞은 형태로 선보였다.

또 하나의 혁신은 ‘해외 배송료가 없다는 점’ 입니다. 브륄레는 같은 잡지를 국가나 도시에 따라 차별적인 가격으로 받아봐야 한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영국과 가까운 독자는 저렴하게, 영국과 멀리 있는 독자는 비싸게 봐야 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죠. 그래서 과감하게 해외 배송료를 폐지했습니다. 


《모노클》은 2011년부터 매거진뿐 아니라 전통 매체 중 하나인 라디오도 운영합니다. 일명 ‘모노클 24 라디오’입니다. 24시간 내내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기에 붙인 이름이죠. 라디오 채널이 만들어진 계기 또한 재밌습니다. 높은 분들이 자동차 또는 비행기로 이동하면서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점에서 라디오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동하는 공간에서 시각적인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힘드니 차분하게 눈을 감고서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모노클 24 라디오’는 팟캐스트처럼 다양한 호스트가 오디오 채널을 운영합니다. 데일리 브리핑부터 시작해서 시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고퀄리티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이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엮은 24시간 편성표를 만들어 송출하는 식입니다. 지금 라디오를 켜면 어떤 프로그램이 나올지 모르지만 언제 들어도 도움 되는 오디오 콘텐츠가 나온다는 확신이 있기에 선택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습니다.

《모노클》에서 운영하는 ‘모노클 24 라디오’.
《모노클》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서비스.
하이 레벨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주제로 팟캐스트를 운영한다.

잡지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된 《모노클》


오늘날의 《모노클》은 매거진 사업뿐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모노클 가이드(The Monocle Guide to Better Living)』 같은 단행본 출판, ‘삶의 질 컨퍼런스’ 같은 컨퍼런스, 『모노클 트래블 가이드 시리즈(The MONOCLE Travel Guide Series)』 같은 여행책 출판, 모노클 숍(MONOCLE SHOP) 같은 리테일숍 운영도 함께 합니다.


매거진 회사가 별 걸 다 한다며 문어발 사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모노클》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독자가 잡지를 구매하게 하려면 ‘브랜드’ 파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나의 선택이 나의 취향과 수준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기에 브랜드력이 있을 경우 미디어도 나를 설명해줄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는 것이 나를 설명해준다’는 원칙을 지향한 것입니다.


런던, 뉴욕, 토론토,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만날 수 있는 ‘모노클 숍’과 ‘모노클 카페’는 각 도시별로 《모노클》 매니아를 불러 모으는 커뮤니티 역할을 합니다. 또한 새로운 고객에게 《모노클》이 무엇인지, 《모노클》의 브랜드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홍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죠. 기존 독자와 의견을 교환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지역 주민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모노클》 잡지뿐 아니라 《모노클》이 큐레이션한 책을 둘러볼 수도 있고, 《모노클》의 디자인 상품도 만나볼 수 있죠. BGM은 모두 ‘모노클 24 라디오’에서 흘러나옵니다. 《모노클》의 모든 콘텐츠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해놓은 집약체 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Amé Story
《모노클》이 운영하는 ‘모노클 카페’.
《모노클》은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이며,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오프라인을 활용한다.
출처: The Design Blog
‘모노클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모노클》 굿즈.
출처: 모노클 웹사이트
‘모노클 카페’ 도쿄 지점. 《모노클》은 매거진 회사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매거진 회사가 이런 오프라인 숍을 만든 배경을 두고 창업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거진 회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매거진 소비 환경을 바꾸고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마치며

세상에 눈과 귀를 집중하라(Keeping an eye and an ear on the world).

그들의 슬로건처럼 《모노클》은 계속 바뀌는 세상에 눈과 귀를 향한 채 전통 매체에서 계속 새로움을 만들어냅니다. 올해 8월부터는 첫 주간 신문을 발행합니다. 잡지, 신문, 라디오, 오프라인 숍 등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매체와 공간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는 《모노클》.


디지털 시대에 무조건 ‘우린 졌다’고 생각하기보다 이처럼 아날로그와 전통 매체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보고,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문: 생각노트


참고

  • 열성팬 거느린 콘텐츠의 전성시대」, 조선비즈
  • 年35% 성장하는 英잡지 ‘모노클’ 대표 타일러 브륄레」, 동아일보
  • The London Diary by Andrew Tuck: 모노클 잡지 창간 편집인 앤드류 턱과의 인터뷰」, 분더샵 매거진 SS 2015
  • 런던 가면 꼭 가봐야 할 핫플레이스 카페 주인은?」, 1등 취업정보 job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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