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소개서를 만들어보자!

조회수 2017. 9. 3. 13: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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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회사 소개서 5개쯤은 있는 거 아닌가요?
로고… 거친 상대였다…

로고 제작을 통해 이미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누워있을 때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아! 박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하하하하.
아 네! 폐름기 이후로 처음이죠? 하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벌써 양치류가 이렇게나 번성했네요. 그건 그렇고 어떻게 사업은 잘 되십니까?
닥쳐(하하하, 뭐 요즘 다들 똑같죠).
하하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그렇군요. 뭐 소개서 같은 거 있으시면 하나 주세요. 주변에 좀 홍보해드릴게요.
아… 아직 소개서가… 하하 지금 다시 인쇄 중입니다… 인쇄 중이요 하하… 절대 안 만든 게 아닙니다!

그래서 소개서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보통 소개서는 대외적으로 뜬금없이 내 사업을 어필해야 할 때 사용하는 긴급 아이템과도 같습니다. 저는 디자인을 하니까 영업 뛰다 보면 포폴을 요구하거나 회사 소개서를 달라 하는 곳이 종종 있는데, 핀터레스트나 드리블 같은 웹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주로 쌓아 놓는 터라 당장 뭔가 쨘 하고 꺼내 보여줄 수가 없어서 놓친 경우가 종종 있었답니다…


핀터레스트 보여주면 되지 않느냐! 하시지만 사실 핸드폰 켜서 쪼끄마한 화면으로 막 이래저래 보여주는 것도 모양새가 예쁘지 않더라고요. 좋은 방법은 컨설팅 모드가 되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같은 거 들고 다니면서 간지나게 쫘악 보여주는 것이지만… 전 LG그램을 씀에도 뭔가 가방이 항상 무거우므로 굳이 기기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아직은 종이 회사 소개서가 요긴하게 쓰입니다. 사실 겁나 예쁜 회사 소개서는 함부로 버리기도 참 뭐하거든요. 저도 제주 이니스프리에서 가져온 이니스프리 여행 북을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공짜로 주기엔 너무 예쁘게 만들어졌죠.

굉장히 예쁨

자, 그러니 이제는 회사 소개서란 것을 만들어 볼 참입니다. 그 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회사 소개서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저도 디자인작업을 들어가기 전 클라이언트에게 3가지 정도를 요청한답니다.

1. 기존에 만들었던 회사 소개서 주세요.
2. 비즈니스 관련 모든 이미지 파일 주세요.
3. 사업소개서 등 텍스트로 된 자료 및 각종 그래프 자료 주세요.

멘붕인 건 3가지를 요청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하나하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존에 만들었던 회사 소개서


보통 외주 디자이너에게 맡기거나 내부에서 만든 경우가 많은데 디자인비를 많이 아끼신 듯한 느낌이 강렬합니다. 물론 디자인이야 어차피 이전 제작자가 뭘 해놨든 다시 갈아엎어야 하니까 신경 쓸 게 아니지만 기본적인 플로우나 내용의 길이, 사진 퀄리티가 신경 쓰입니다. 특히 콘셉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도 98%는 됩니다.

주로 퍼런 느낌의 이런 것들이죠.

주로 템플릿에 의존하거나 업체에 맡겼을 때 나오는 회사 소개서 디자인의 특징을 보면,

- 뭔가 그러데이션이 있고 파랗거나 빨감

- 구름과 빌딩과 웃고 있는 직장인 표지 사진

- 세계지도는 항상 들어감

- 텍스트에 박스가 꼭 들어감

- 뭔가 사진이 다들 어두움

- 그림자, 밑줄, 외곽선, 가끔 반사 효과도 있음

- 하단엔 꼭 바(Bar)를 넣어줌

- 인포그래픽 같은 게 있는데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음… 3D 구형이라든가…

- 파워포인트 스마트아트를 너무 좋아하심

- 세련되려고 픽토그램을 사용하는데 선 굵기 다 달라서 이상함

뭐 이런 정도의 ‘놀라울 정도로 공통된’ 특징들이 있는 거 보면 업체 소개서의 규격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봐야 하려나요…


2. 비즈니스 관련 이미지 파일


대부분의 사진이 뭔가 어둡고, 칙칙하거나, 피사체가 분명하지 않거나, 어지럽거나 등 총체적 난국인 사진을 폴더 정리 안 된 .zip 파일로 그냥 던져주시는데…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미리보기로 쓰윽 본 다음 쓸만한 사진이 없으면 그대로 휴지통 직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사진 폴더 정리를 잘하면 매우 서로가 편하고 좋습니다…

뭔가 이런 느낌…

3. 텍스트 자료 및 그래프 자료


텍스트로 정리된 비즈니스 모델이나 소개 문구, 계획서, 문서 자료, 그래프 등은… 좀 냉정하게 말해서 제대로 정한 회사가 몇몇 없습니다. 다들 없지는 않지만 어딘가 짱박혀 있던 걸 꺼내는 느낌이 강하고 이것저것 긁어모아서 그냥 던져주는 식이라서 그 문구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문서 자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거창하거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있고 앞뒤가 안 맞거나 중심축이 없이 그냥 상세정보만 가득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회사 소개서의 정의와 역할


위와 같은 현실을 타개해보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므로 일단 회사 소개서의 정의와 역할부터 알아보도록 할게요. 회사 소개서의 정의는 세 가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우리는 누구고, 어떤 일을 하는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것을 보여주는 것이 소개서의 궁극적 목적이자 존재 이유입니다.


매출 추이나 제휴사 리스트, 서비스 소개 등은 부가적으로 붙는 요소일 뿐 소개서의 목적은 결국 앞의 3가지를 보여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로고의 의미를 해석한 자료’라고도 할 수 있죠. 비즈니스의 정체성을 이미지로 함축하면 로고, 그걸 다시 풀어내면 소개서가 되는 원리랄까요.


회사 소개서의 역할은 로고를 설명함과 동시에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재정의하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실수가 우리의 경쟁 업체가 누구인지 말하고 그들보다 우리가 얼마나 좋은지 자꾸 얘기하는 것인데, 사실 고객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습니다. 누구랑 싸우든 상관없이 그냥 내가 좋은 걸 쓰죠.


그냥 담담하게 그들에게 우리의 탄생을 알리고, 이게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던져주는 느낌이랄까요. 사람과 비슷하게 어느 누구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없습니다. 비즈니스도 무언가와 경쟁하고 싸우기 위해 태어나지 않죠.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뿐입니다.



회사 소개서 제작 준비 단계


로고가 이름이라면 회사 소개서는 1분 자기소개와 같아요.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살고 나이는 몇 살이고 뭐 이런 걸 얘기하는 시간이죠. 여러분들도 대부분 자기소개를 해보셨을 텐데, 관종스럽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명쾌한 자기소개를 한두 번쯤 들어보지 않았나요?


명확한 자기소개는 기승전결이 아주 명확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정확하게 표현해요.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라 딱 파란색! 이런 느낌이 강하죠. 회사 소개서라면 아래와 같은 모습일 거예요.

출처: 디자인나스
디자인나스 AD 학생 포트폴리오 일부.

딱 ‘이건 뭐다!’라는 콘셉트를 한 번에 전달할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사실 페이지 수도 20페이지 미만이 대다수입니다. 보통 10페이지 안에서 끝나죠. 자, 그럼 이제 준비 단계를 한 번 알아봅시다.


1.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정리하자


왜냐면 극도의 유혹과 마귀의 꼬임이 시작될 테니까요. 뭘 자꾸 더 추가하고 넣고 싶은 강한 유혹…


2. 로고가 선작업


회사 소개서는 로고를 풀어헤치는 작업과 같다고 했어요. 로고가 개판이면 일단 로고부터 만드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가라로 만드는 곳들은 ‘로고나 그런 건 그냥 모르겠고 예쁘게만 해주세요’라는 오퍼를 주시지만, 그런 오퍼는 받지 않습니다(단호).


3. 우리는 ○○○이다


당신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규정해주세요. 나는 대표다 직원이다 말고… 무슨 일을 하는 사람 말고… 그냥 우리는 누구다! 라는 거. 우린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들이야! 우린 범사에 진지해! 우린 덕력이 충만해! 우린 사회문제를 늘 고민해! 우린 현장을 사랑해! 우린 미쳤어! 이런 아이덴티티를 잡아주세요.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고 그 성격과 기질이 모여 고유의 색깔을 드러냅니다.


4. ○○○는 ○○○이다


이젠 여러분이 서비스하는 영역, 뭐 주차라면 주차, 분식이면 분식, 독립 출판, 청소, 빨래 대행, 1인 식당 등… 뭐든 그것을 재정의 내려주세요. 여러분만의 언어로. 수많은 논쟁과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야 해요.

쭉쭉쭉쭉…

예를 들어, 화장품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피부 좋아지라고 바르는 거? 그건 다 아는 얘기에요. 여러분의 언어론 무엇인가요? 화장품을 바를 때의 기분은 어떨까? 화장이 우리 생활에 차지하는 건? 사회적인 시각은? 역사적으로 화장이란? 나에게 화장이란? 우리가 추구하는 화장은? 왜 우린 이 비즈니스를 시작했지? 어떤 모습을 봐서였잖아, 어떤 모습이었지? 이런 걸 끊임없이 궁리하고 고민해보는 거죠.

화장품 = 존중. 화장품을 쓴다는 건 나를 존중하는 것이다. 화장하는 시간 = 나를 존중하는 시간!

이런 식으로 재정의를 내려주는 거예요. 이게 이루어지면 어떤 콘셉트로 무엇을 표현해야 할지 쭉쭉 나오기 시작해요.


5. 제공하는 서비스 영역의 단계를 설정


오… 말이 어려워. 하지만 단순히 이런 겁니다. 가장 메인으로 내세워서 진행하는 사업, 그걸 바이럴하거나 더 넓히기 위해 진행하는 부가 채널 등. 회사에서 하는 일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것의 우선순위와 단계를 설정해주어야 해요. 물론 소개서에선 그 모든 일을 다 까발리는 것이 아니에요. 


신상을 털자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 1, 2단계 정도만 소개하고 ‘나머지는 웹이나 상세책자에서 자세히 알아보세요’라고 하면 됩니다. 대표님이 보기엔 모든 게 다 중요하고 소중해 보일 수 있으니 회의실에선 잠시 나가 계시는 게 좋아요. 세탁방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가장 크고 중요한 사업부터) 오프라인 세탁방 운영

2. 배달 서비스(세탁물)

3. (서브로 딸려오는 것들이) 세탁물 관리/예약제

4. 특수섬유 세탁 서비스

5. 신발 세탁

6. 이불 및 대형섬유 세탁

7. (더 하위에 있는, 현재 계획 중이거나 갓 진행된) 세탁 노하우 원데이 클래스

8. 세탁 관련 세제·유연제 온라인 쇼핑몰

9. 전문세탁사 자격 추진 등

뭐 이런 식으로 단계를 쪼개주어야 무엇을 먼저 크게 보여주고, 무엇을 하위로 떨어뜨릴지 페이지 구성이 정리되거든요. 이런 건 대부분 실무자가 더 정확히 아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업무를 운영하는 입장이니 규모와 활성화 정도를 정확하게 알죠. 그래서 회사 소개서를 만들 때는 직원들의 얘기도 가능한 듣는 편이에요.


여기까지 준비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선 내부적으로 아이덴티티를 정리하고,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왜 하는지, 우리는 누구인지 텍스트로 구성해서 확정 짓는 단계예요.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이죠. 이렇게 정리된 아이덴티티는 추후 소개서 디자인의 근거가 되어주고 전체 콘셉트의 명분을 만들어줘요.



회사 소개서 제작과 수정 단계


이제 제작과 수정, 인쇄가 남았네요. 이미 이것만으로도 모두 하얗게 불태웠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제작해볼 겁니다.

그… 그만해…

당연히 디자이너가 할 일과 대표님이 할 일이 나누어지겠죠. 먼저 그걸 간단히 정리해보고 시작해볼까용?

대표님이 할 일

- 각 페이지 내용 구성 조율하기
- 자료/사진 모아서 전달하기
- 회사 소개할 1분 스피치 만들기
- 수정 요청하기
- 디자이너에게 돈 주기
디자이너가 할 일

- 전체 콘셉트와 디자인 레퍼런스 확보하기
- 대표님과 조율하여 페이지 구성 정리하기
- 레이아웃 정하기
- 그리드 짜기
- 이미지 확보하기
- 본격 디자인 시작
- 수정 요청 반영하기
- 세금계산서 발행하기
- (선택) 인쇄업체 발주하기
- (선택) 감리 진행


회사 소개서 제작과 수정 단계: 대표님 편


6. 각 페이지 내용 구성 조율하기


페이지 구성이 먼저입니다. 무턱대고 자료를 먼저 주기보다 페이지 순서에 맞춰서 각 페이지에 자료를 얹어주는 것이 빠르고 정확합니다. 페이지 구성은 이렇게 합시다.

표지: 회사의 색깔이 빡! 드러나면서도 심플하고 세련되게!

소개 페이지: 아까 정의했던 우리는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왜 하는지

챕터 1: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챕터 2: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

챕터 3: 앞으론 어떤 일을 할 건지

컨택 포인트: 우리에게 연락해줘

뒤표지: 또 봅시다.

대략 아주 기본적인 틀입니다. 보통 스피치하거나 피칭할 때의 순서와도 비슷하고 논리적으로 안정적인 구조죠. 너무 안정적이라 가끔 식상하거나 지겨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저를 불러주시면…(하하하하) 어쨌든 1~10페이지까지는 각자 고유한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세 가지를 기억해주세요.

1. 한 페이지엔 반드시 한가지 내용만
2. 한 페이지에 여백은 40% 이상
3. 앞뒤 페이지와 반드시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가끔 할 말이 많아 한 면에 매출 그래프, 제품 정보, 연혁까지 다 때려 박는데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도 쉬어갈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여백이란 건 ‘없는 공간’이 아니라 시선이 움직이는 ‘통로’와 같습니다. 고속도로 마냥 뻥뻥 뚫려있어야 시원시원하게 다음 콘텐츠로 이동하죠!

글이 아무리 많아도 예쁠 수 있는 이유는

적당한 여백과 정렬된 구도, 깔끔한 컬러와 이미지만 있으면 이렇게 내용이 많아져도 정돈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글이 재미없으면 안 되겠지만요. 찰진 필력 또한 중요합니다. 병맛스러운 거 말고… 잘 읽히는.


더불어 각 페이지는 앞뒤 페이지의 내용과 서로 인과관계 및 상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한참 장점 얘기하고 있는데 페이지가 혼자 동떨어져서 갑자기 매출 얘기 나오고 이러면 굉장히 이상합니다. ‘이 페이지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데!’라고 고민하기 전에 앞과 뒤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유기적으로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저는 흔히 각 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만들고 각 페이지마다 접속사로 연결되는지 보시라고 합니다.

1. 지금껏 우린 은행 업무를 볼 때마다 잘 모르는 용어들과 복잡한 절차로 늘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2.  특히 공인 인증서와 지점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 복잡한 가입 절차가 우릴 괴롭혔죠.

3.  그래서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것을!

이런 식으로 각 페이지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잡고 앞뒤 페이지와 유기적인 연결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결국 각 페이지의 ‘한 문장’이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1분 스피치용 스크립트가 완성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7. 자료/사진 모아서 전달하기


이렇게 각 페이지의 내용이 완성되면 필요한 사진과 자료만 추려서 전달해주시면 됩니다. 폴더링을 할 때는 1페이지.zip, 2페이지.zip 이런 식으로 하면 아주 깔끔하겠죠?


8. 1분 스피치 스크립트 만들기


페이지 구성할 때 각 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구성해보시라고 했잖아요. 그 문장에 접속사를 연결하면 딱 1분짜리 스크립트가 나올 수 있어요. 약 10문장 나올 테니 처음 소개 멘트와 중간중간에 여러 수식어구까지 포함하면 1분짜리 짜쟌!


9. 수정 요청하기


수정 요청은 눈에 보일 때마다 건건히 던지는 게 아니에요. 보통 3회까지 무료고 그 이후부턴 회당 얼마로 유료 수정이 들어갑니다. 그러니 비용 절감과 함께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전체적으로 쫙 보면서 수정 내용을 한 번에 정리해서 주는 것이 좋아요.


대신 ‘수정’은 ‘갈아엎자’가 아닙니다. 전체 내용의 5% 미만의 변경이 있는 경우를 ‘수정’이라고 하죠. 이때 전체 콘셉트, 구도, 그리드는 깰 수 없습니다. 색의 변화, 간단한 위치 변화, 워딩 수정, 이미지 교체, 스타일 단순화 등 가벼운 수준의 수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10. 디자이너에게 돈 주기


계약 사항에 따라 지급방식이나 일시는 다르게 구성되지만 일반적으론 세금계산서를 청구로 발급받은 후 청구 일자에 입금하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계약 당시 선급금과 중도금, 잔금 구분의 여부에 따라 지급일자가 분할되기도 하지만 보통 회사 소개서 1건으로 진행할 경우 금액이 그렇게 크진 않으므로 ‘선급 50%/잔금 50%’ 또는 ‘선급금 없이 전액 후입금 100%’ 등으로 진행합니다. 부득이한 경우 회사 지급일에 맞추어 지급되지만 보통은 세금계산서 발행일로부터 7일 이내 입금이 매너입니다.



회사 소개서 제작과 수정 단계: 디자이너 편


위까지가 대표님이 하실 일들이고 이제부터는 디자이너가 할 일입니다. 물론 대표님이 직접 손대실 부분은 아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소개서를 디자인하고 완성하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 살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서로 작업에 이해도가 생길 테니까용!


6. 전체 콘셉트와 레퍼런스 확보하기


미팅을 통해서 콘셉트를 잡았다면 관련 콘셉트와 비슷한 레퍼런스 등을 수집하고 공유하면서 서로가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 나가는 편이 빠르고 좋습니다. ‘심플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란 건 굉장히 엄청나게 다양한 요소가 있기에 단순히 ‘스타일’이란 단어로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면 나중에 갈아엎어야 하는 대참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미리미리 레퍼런스로 공유해서 색을 맞춰나가도록 합시다.

심플도 심플 나름

7. 페이지 구성 정리하기


대표님과 함께 진행할 영역입니다. 대표님은 내용 측면을 정리하고 디자이너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결정합니다. 인포그래픽, 심플한 그래프, 도형, 아이콘, 이미지 등 어떤 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므로 각 페이지의 역할과 설명을 충분히 듣고 서로 이해해야 합니다.


8. 레이아웃 설정하기


일단 내용이 어느 정도 잡혔고 자료를 받았다면 이젠 각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잡고 통일화·개별화해야 합니다. 이미지 수와 그래프의 크기, 각 텍스트의 양을 고려해서 페이지의 각 부분의 레이아웃을 확정합니다.

페이지마다 서로 다른 레이아웃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9. 그리드 설정하기


전 전문적인 편집디자이너가 아니지만 각각의 페이지에는 콘텐츠가 위치하고 유지하도록 지정된 공식이 어느 정도 잡혀 있습니다. 이것을 그리드라고 합니다. 디자인 요소들은 이 위에 배치하고 움직입니다. 이것이 깨지면 그때부터 뭔가 거슬리고 보기 불편한 모습이 되죠.


그리드는 자체 설정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에 어느 정도 공식화된 기존 그리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종이 규격은 DIN 시스템에 맞춰지는데 한국에선 A형(841*1,189mm), B형(1,000*1,414mm)을 주로 사용하죠. 이때 다양한 판형을 선택해서 제작 가능한데 주로 황금비라고 하는 1:1.6을 활용하거나 적당한 너비의 우항루트값을 적용하여 변형비를 만들기도 합니다.


칼럼의 경우 한 줄에 7단어 정도가 적절합니다. 4in=24pica=10cm 내외. 이 정도로 행의 길이가 정해지죠. 행간은 보통 본문 포인트의 50% 정도 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부제목, 사진, 캡션의 행간과 통일합니다. 마진이라 불리는 상하좌우 여백은 안:위:바깥:아래 기준으로 1:1.2:1.44:1.73을 주로 활용합니다. 전체 콘텐츠의 20% 정도 여백을 두는 것이죠(뭔가 개복잡해).

이런 식으로 각 여백과 위치, 균형을 잡아서 그리드를 구성합니다.

10. 본격적인 디자인

이쁘게 이쁘게
느아아아아!
건들면 다 죽는 거야 화장실도 안 갈 거야

11. 수정 요청


아까 위에서 설명했듯 갈아엎어달라는 요청이 아닌 일부 수정에 대한 요청을 받아 진행합니다. 콘셉트와 제작 관련된 여러 정보는 디자이너가 훨씬 잘 아니 무조건적 수정보단 ‘이러이러한 게 어떠세요?’라고 상호 존중의 부드러운 멘트가 오고 간다면 아주 좋은 퀄리티가 나올 것입니다. ‘그냥 닥치고 무조건 바꿔주세요’라고 하면 그리드고 나발이고 그냥 아무렇게나 처박힌 이미지를 볼 수도 있죠.


12. 세금계산서 발급


망할 놈의 베라포스는 왜 깔 때마다 업데이트 또는 미설치라고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홈택스에 들어가서, 또 여러 녀석을 컴퓨터에 깔아서 컴퓨터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도록 합시다.



회사 소개서 인쇄 단계


가끔 인쇄까지 함께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뭐 디자이너야 몇몇 아는 인쇄소가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끔 색이 정말 정말 중요한 경우엔 감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비용이 추가됩니다. 약 5만 원 내외의 추가 감리비를 받기 때문이죠. 감리를 진행하다가 색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경우엔 역시 5만 원 정도의 형판 교체 비용도 들어갑니다.


보통 용지와 중량 선택에서 많이 어려워하시는데 아트/스노우/랑데뷰/몽블랑 중에서 고르시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아트지: 번들거리는 감이 좀 있음
스노우: 무광이 강하고 부드러운 표면
랑데뷰: 조금 두께감 있고 표면에 약간의 질감이 있는 편
몽블랑: 수입지, 눈이 편한 미색, 적당한 표면의 질감

저는 스노우나 랑데뷰를 자주 쓰고 표지는 250g, 내지는 150g 정도를 유지합니다. 종이가 두껍다고 다 있어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접지할 때 종이가 터질 위험도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가끔 표지 종이가 아주 두꺼워서 접지 시 터질 위험이 있을 땐 표면에 흔히 라미네이팅이라고 부르는 무광 코팅을 입히기도 합니다.


제본은 여러 방식이 있지만 20페이지면 10장 내외니 중철 제본이 적당합니다. 너무 얇은 책자에 본딩 제본이나 열 제본을 하면 다 흩어져 버리거든요. 페이지가 그 이상 많은 경우 흔히 떡제본이라고 하는 본딩 제본을 주로 이용합니다.



회사 소개서 짜쟌


이렇게 회사 소개서가 짜잔 나오면 기쁨과 감격에 벅차고 막 그럽니다. 앞으론 이 소개서를 항상 5개씩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우연스레 길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는 클라이언트에게 즉시 건네어 너와 난 빅뱅 이후로 윤회를 거듭한 인연이었어…를 거듭 확인시켜주시면 아주 좋을 듯합니다.

거친 글이었다…

원문: Aftermoment Creative Lab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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