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무능했지만 미치도록 사랑받았던 어느 다이묘

조회수 2018. 3. 9. 16: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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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적군 할 것 없이 모두 깍듯이 그를 대했다.

일본 전국시대의 전국무장이자 다이묘 중에 아주 아주 재미있는 인물이 하나 있다. 혼슈 관동지방의 동북쪽에 위치한 상륙국(常陸国: 히타치노쿠니, 지금의 이바라키현) 일대를 다스리던 오다(小田)가의 영주였던 이 인물의 이름은 바로 오다 우지하루(小田氏治).

전쟁도 외교도 못하는 무능한 영주


오다 우지하루는 일본의 명문 귀족 집안이었던 후지와라 씨족의 후예이자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일본 관동지역을 아우르던 8개의 명문 호족(우츠노미야, 오다, 코야마, 사타케, 치바, 나가누마, 나스시, 유우키) 중 하나인 오다 가문의 마지막 영주이기도 하다.


우지하루는 1534년 2월 24일에 태어나 1602년 1월 6일에 별세하였는데, 아버지 마사하루를 따라 출전한 전투 이래 약 30차례나 되는 크고 작은 전투에 참전했다. 전적은 꽤 초라한 편이다. 대략 정리해 보자면 30전 9승 21패다.


이긴 전투의 경우 규모가 상당히 작은 국지적인 전투에 불과하다. 진 전투는 모두 상당히 규모가 큰 전투이거나 아니면 역사의 방향을 뒤바꾸는 아주 중요한 전투들이라는 거. 즉 우지하루는 소규모 전투에선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대규모 전투에선 한없이 약한, 말하자면 무능한 장수였다.


전투에만 졌으면 뭐 그러려니 하겠는데 자신의 영지뿐 아니라 자신의 성도 몇 번이나 적에게 빼앗기고 말년에는 자신의 영지에서 아주 먼 동네로 좌천되어 그 생을 마감했다. 헤이안 시대부터 이어온 명문가인 자신의 집안이 이 사람의 대에서 완전히 멸망한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이 사람, 당대 전국무장 중에서 전투력에 있어서도 외교력에 있어서도 가장 무능한 사람인 건 틀림없는데 이만큼 ‘인망‘이 두터웠던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모두 깍듯이 예의를 지켰고 좌천되었다고는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와는 나름 “절친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친한 친구”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중국 위진 시대 교과서로 ‘삼국지’가 있다면 일본 전국 시대 교과서로는 ‘신장의 야망’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이 끊이지 않았던 유덕한 영주


오다 우지하루는 특히 자신의 부하 및 백성에게 무한대에 가까운 사랑을 받았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느냐면 이 사람의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인해 본성을 적에게 빼앗기고 나면 부하들이 복수전을 벌여(물론 우지하루는 본진에 남겨두고) 성을 되찾아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뿐이랴. 보통 적에게 성을 빼앗기면 일본 전국 시대의 거의 모든 서민은 새로운 성주에게 충성과 재산을 바쳐 목숨을 구걸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우지하루의 백성은 문을 걸어 잠그고 새 영주가 요구하는 세금을 내지 않거나 지들끼리 무장을 해서 저항하거나 “우지하루님에게 바치지 못한다면 이 공물은 의미가 없어!” 하면서 쌀을 전부 불태워버린 적도 있다.


여하튼 이만큼 부하들과 백성들이 사랑한 영주는 일본 역사를 통틀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전쟁에 나가기만 하면 맨날 지는 우지하루였지만 사실 부하에게는 가장 관대하고 공명정대한 주군이었다는 것. 논공행상에 있어서도 신상필벌에 있어서도 당대 일본의 전국무장들에 가장 귀감이 될 정도로 부하를 다루는 데 가장 모범적 행동을 보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영민을 향한 사랑 또한 무한대에 가까워서 민생을 직접 일일이 나서서 챙기고 백성들의 모든 불만을 다 들어주고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간혹 타지 백성과 자신의 백성 간에 갈등이 생겨 싸움이 일어나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달려나가 중재하고 백성 편을 들어주었다.


또 자신의 영민이 지나가는 타지 병사나 장수에게 죽으면 즉각 보복전을 벌이고, 전투에서 죽은 부하나 전란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백성은 마치 자신의 가족을 잃은 양 상심하고 직접 장례를 치르고 상복을 입고 애도했다고 한다.


일본의 전국 시대는 조금이라도 수틀리는 행동을 하는 전국무장은 적에 의해 멸망하거나, 부하나 다른 야심을 가진 가족 및 친척이나 백성에게 배신당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아주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우지하루는 그 생애에 단 한 명의 배신자나 이탈자가 없었다. 가족뿐 아니라 친척도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집안이 멸문을 당해 저 멀리 사누키(현재의 시코쿠, 카가와현)으로 귀양 가도 아무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많은 실수를 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부하를 챙기고 백성을 아우르고 사랑으로 대했던 패장 오다 우지하루. 우리에겐 우지하루같은 인물이 정치권에 많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근데 우지하루 같은 인물이 많으면 그만큼 빨리 망한다는 소리잖아. 역시 안 되겠다.


원문: 김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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