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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08.13. 작성

앉기의 반대말은 일어서기가 아니다

좋은 자세는 없다, 좋은 움직임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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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기는 또 다른 흡연이다?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당장 생명을 위협하진 않아도 다른 질병을 유발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마치 빚처럼 쌓이는 흡연의 악영향에 주목해 약 2~3년 전 미국에서 유행한 건강 슬로건이 있다.


앉기는 또 다른 흡연이다 Sitting is the new smoking

실로 적절하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 30분은 지금 당장엔 ‘식후 담배 한개비’처럼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치명적이다. 이른바 ‘의자병(Sitting Disease)’으로 통하는 장시간의 자세고정과 운동부족의 문제점은 흡연의 그것과 매우 닮았다. ‘시팅 이즈 더 뉴 스모킹’ 캠페인에 발맞춰 시작된 현상이 있으니 ‘스탠딩 오피스’ 열풍이다.



입식 책상과 서서 일하는 사무실

실리콘밸리와 북유럽 감성을 듬뿍 담은 스탠딩 데스크의 활용사례

스탠딩 오피스란 문자 그대로 서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된 사무실이다. 일어선 눈높이에 맞춘 입식책상을 갖춰놓고 의자를 치워 컴퓨터를 사무를 볼 때는 물론 회의도 서서 진행한다. 앉기의 반대말은 일어서기다. (Sitting VS Standing). 앉은 자세가 건강에 나쁘다면 반대로 일어서면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이런 스탠딩 책상은 실리콘밸리와 같이 보다 자유로운 활동과 사고를 중시하는 미국의 IT, 스타트업, 벤쳐기업들을 필두로 도입됐다. 2010년대 들어 이런 입식 사무실은 첨단 트렌드를 자랑하는 젊은 기업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토마스 제퍼슨, 어네스트 헤밍웨이, 도널드 럼스펠드

이같은 스탠딩 오피스 붐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는데 여기엔 우리와 사뭇 다른 미국의 문화적 토양 역시 거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앉은뱅이 책상과 개다리 소반이 기본이었던 우리네와 달리 미국인들의 입장에선 입식책상의 존재 자체가 낯설기만 한 건 아니었다. 미국사를 살펴보면 ‘국부’ 토마스 제퍼슨부터 ‘문호’헤밍웨이, 최근엔 ‘장관’인 럼스펠드에 이르기까지 ‘입식 책상’을 애용한 유명인사들의 사례가 적지않다. 이들에게 스탠딩오피스란 ‘클래식’의 재발견, 옛 조상들의 지혜 등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 자연히 거부감 없이 스탠딩 오피스 환경이 보급되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스탠딩 문화, 국내상륙


거실 TV 앞에 소파가 있어도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 소파를 등받이처럼 쓰는 한국의 좌식문화에 비춰 볼 때 ‘스탠딩 오피스’ 가 전파될 여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나가 올 초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니, 바로 대선후보 토론회였다.

미제라면 거 양잿물도 건강에 좋을 거 아니오!

일각에선 ‘모양만 따라 한다고 되나, 내용이 따라줘야지…’ 라는 비아냥도 들려왔지만 어쨌건 정당경선, 대선후보 토론까지 미국을 본 딴 스탠딩 토론으로 진행됐다. 미국식 ‘스탠딩 오피스’ 문화가 국내에 제법 뿌리를 내렸다는 증거일 것이다.


2017년 현재 ‘스탠딩 오피스’라는 키워드로 언론보도를 모니터링 해보면 IT기업이나 스타트업 벤처들뿐만 아니라 굉장히 경직된 기업문화를 가진 금융기관, 관공서, 공기업들 사이에서도 이를 채택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직원들의 건강과 업무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의욕적으로 도입되는 스탠딩 오피스 문화. 그런데 과연 그럴까?



캐논이 만든 ‘공포의 공장’


미국 실리콘밸리에 스탠딩오피스 붐이 불기도 한참 전인 2000년부터 ‘스탠딩 오피스’를 구축한 회사가 태평양 건너에 존재했었다. DSLR만드는 곳으로 유명한 일본의 광학기기 업체 캐논(Cannon). 캐논은 2000년부터 ‘생산성 재고’를 위해 의자를 없앤 스탠딩 오피스 환경을 구축했다. 회의가 스탠딩으로 이루어지자 회의시간이 단축됐고 사무실에서도 사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단다. 의자구매에 들어가는 비용과 업무 공간도 절감하는 등 “의자를 없애면서 생기는 메리트는 측정 불가할 정도”라는데….

2009년 일본사이타마 소재 캐논 공장의 모습

문제는 조치가 직원의 건강과 복지가 아니라 사장의 기괴한 고집에서 비롯된 ‘일방적 내려찍기’의 결과물이었다는데 있다. 캐논의 사카마키 히사시 사장은 『의자와 컴퓨터를 없애야 회사가 산다』(이 책은 『캐논 대담한 개혁』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출간된 바 있다)’라는 책을 펴내고 여기서 한 챕터를 할애해 ‘나는 왜 회사에서 의자를 없앴나, 업무효율을 놓이는 가장 심플한 방법, 모든 회의실에서 의자를 철거하다 / 회의시간이 최대 75%까지 단축되다 / 서서 일할 수 없다면 퇴직하는 편이 좋다’ 등의 자기만의 경영철학을 설파한 바 있다. 이를 실행에 옮겨버린 것이다.

몰라 그거 뭐야 무서워

과연 캐논의 실험은 성공이었을까? 캐논 사측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경영이익율이 10% 가까이 올랐다고 주장했으나 2009년 1분기에 집계된 2008년 매출은 39%(!)가 줄어들었다. 특히 이 시기 사이타마에 위치한 캐논 공장의 근태 환경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자국 언론은 물론 외신을 통해서도 ‘직원 학대, 공포의 공장’ 등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이런 100%짜리 스탠딩 오피스가 불러일으키는 논란은 캐논의 사례까지 가지 않아도 쉽게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의자를 놓느냐 마느냐를 놓고 한때 사측과 노동자 측이 거하게 붙었던 마트 계산원들의 근무환경 문제를 떠올려 보라.

스탠딩 오피스가 건강에 좋다면 왜 마트 계산원들은 건강하지 못할까?

스탠딩오피스도 의자 붙박이만큼이나 건강에 안 좋다. 앉을 자유를 박탈당한상태로 사이타마 캐논공장의 직원들처럼 하루종일 서서 생활한다면 혈액순환 문제로 인한 하체부종, 하지정맥류, 족저근막염, 만성피로, 장기적으로는 허리와 무릎의 통증 등 의자병 못지않은 건강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앉기의 반대말은 일어서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사실 앉기의 반대말은 일어서기가 아니었다. 앉기의 반대말은 일어서기가 아니라 ‘움직임’이다. 좋은 자세란 없다. 좋은 움직임만이 있을 뿐이다. 이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앉으면 건강에 나쁘다, 그럼 일어서 있으면 되겠네’라는 아주 단선적인 반응을 보이고 만다. 캐논의 의자 없는 공장이 대표적인 예다.


앉기가 나쁜 게 아니라 ‘오래 앉기’가 나쁜 것이다. 오래 서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오래 한다는 것, 오래 보고, 오래 듣고, 오래 서 있고, 오래 앉아있고, 오래 움직이는 것 모두 다 몸을 지치게 한다. 무작정 의자를 치우고 입식책상으로 바꾼다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굽은 등과 어깨가 펴지진 않을 게다. 오히려 앉을 자유를 박탈당하면서 생긴 새로운 부작용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니 당부하고 싶은 바는 미국식 유행을 추종해 입식사무실로 리모델링 하는 것도, 000학파가 주장하는 허리디스크에 가장 부담이 덜 간다는 자세로 앉아있는 것도 아니다. 엎드려서 책을 읽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컴퓨터를 하든 한 40분쯤 가만히 있었다면 정수기까지 걸어가서 물이라도 한잔 따라 마시고 다시 돌아와 앉길 바란다. 누워 있었다면 방바닥을 한 바퀴 반 굴러다니기라도 하라.


오늘도 ‘앉으면 허리에 안 좋다는데, 디스크에 좋은 자세 좀 추천해주세요’라는 우매한 질문에 답한다. 앉기의 반대말은 일어서기가 아니다. 움직임이다. 지금부터 당신의 삶 속에 움직이는 습관이 함께하기를!


원문: SPO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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