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를 위한 알쏭달쏭 클라이언트들의 용어 정리

조회수 2017. 8. 11. 16: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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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의욕 넘치는 경영자의 말을,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해해보자!

웃자고 올린 「디자이너를 위한 알쏭달쏭 클라이언트들의 용어 정리」가 반응이 좋았네요. 커뮤니케이션에 이토록 다들 애환과 슬픔이 많았다니… 저번에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잘랐던 나머지 내용입니다.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하는 경우 들을 수 있는 좀 더 다양한 언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래, 그들이 우리라고! 우주적 언어를 구사하는…

마케터와 브랜딩 종사자의 언어는 고유한 색이 있습니다. 경영자의 말과는 또 사뭇 다르죠. 마케팅/브랜딩은 가치와 니즈를 중시하는 인문학적 접근러와 ROI 등 비용 대비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과타입 접근러로 나뉩니다. 사실은 둘 다 필요하지만 성향상 한쪽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아요. 


경영자는 비전! 미래! 3년 뒤! 투자받겠어! 그래 내 사업 짱! 이건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는 장기적·미래적 관점이 강렬하고 마케팅/브랜딩 종사자는 좀 더 현재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고 플래닝하는 것을 즐깁니다.


이러한 시제 차이 때문에 서로의 견해 차이가 발생합니다. 전문용어 등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1. 좀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문: 뭔가 좀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 일단 정리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 정리가 잘 안 되어 있어요.

= 실행 계획을 (페이퍼로) 가져와 달라는 말입니다. 주로 직원들이나 사내에서 회의를 할 때는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혼돈의 카오스죠. 회의록이 있지만 속기자도 아닌데 다 적을 수 없으니 그냥 후루루룩 적는 경우가 많고 사실 나중에 다시 보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서류는 가득해져 가는데 딱히 이렇다 할 플랜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를 정리해서 아이디어나 전략 제시를 해 달란 말이 아닙니다. 실행 계획을 원하는 거죠. 언제 뭐하고 언제 뭐하고 이런 거.

아이디어 그만 내놓으라고! 시… 실행을 내놔!

2. 이렇게 뭔가 챡챡챡 해주세요

예문: 그 실행들을 이렇게, 직원들끼리 딱 해가지고 챡챡챡 진행해주세요.

= 일정을 표로 알려달라는 얘기입니다.

챡 1 = 1일 차
챡 2 = 2일 차
챡 3 = 3일 차

위의 ‘정리가 되었으면’과 비슷한 맥락인데 챡챡챡은 그걸 페이퍼의 표로 정리해드리면 됩니다. 흔히 아는 D-n 플랜 있죠? 주 단위로 칸에다가 색칠하는 표… 아래 그림 같은.

챡챡챡 정리된 거

3. 그런 거 있잖아요

예문: 그 마케터님 그 뭔가… 그런 거 있잖아요. 딱 그런 거.

= ‘그런 거’는 ‘내가 어제 본 그것’과 같은 말입니다. 분명 이런 말을 할 때는 어디선가 무언가를 보고 왔는데 그게 잘 기억이 안 나거나 뭐라 설명하기 뭐할 땝니다. 페북에서 봤거나 어디 강의에서 들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어떤 걸 보셨어요?”라고 물어본 다음, 회사명이나 콘텐츠의 내용을 물어보면 됩니다. 대부분 이런 말은 답정넌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전략을 말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클라이언트 머릿속의 그 이미지가 뭔지 빨리 물어보는 편이 빠르고 좋습니다.

4. 빵 터지는 거

예문: 우리도 이렇게 빵 터지는 거 있잖아 응? 그런 거 해야 하는데 말이야.

= 트위터 베스트 짤 얘기하는 겁니다. 텍스트로만 딱! 공감과 빵 터짐을 유발하는 그런 것을 해달라는 뜻입니다.


‘빵 터짐’이란 주로 공감대 형성에 많이 기인하는데, 그런 공감 짤이나 공감 영상, 베스트 댓글 같은 것을 통칭하여 순우리말로 ‘빵 터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거

5. 다양한 채널

예문: 지금까지 블로그만 해왔는데, 좀 더 다양한 채널로 확장했으면 좋겠어요.

= 인스타를 하고 싶다는 얘기입니다. 대부분 계정은 있습니다. 팔로워 45 정도 되는… 누군가 만들긴 만들었는데 만든 사람은 퇴사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퇴사하면서 인수인계를 안 해서 그런지 지금은 담당자가 없는 상태거나, 주로 디자이너나 뭔가 웹사이트 관리자 등이 대충 맡고 있거나 그렇죠.

하지만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고양이의 팔로워가 더 많을 것이다

6. 확 눈에 들어오는 것

예문: 아 딱 그런 확!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것은 디자인의 땋! 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여기서 ‘확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디자인적 부분의 얘기가 아니라 콘텐츠적으로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것을 의미합니다. 모션그래픽이나 만화로 풀어냈다든지 이렇게 ‘간단하게 소개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말하죠. 디자인적으론 이미지 1, 텍스트 3줄.


이것을 만들어내려면 애당초 비즈니스가 직관적이어야겠죠? 복잡한 걸 간결하게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확 눈에 들어오는 것’의 예: 카카오뱅크

7. 장기적인 것

예문: 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콘텐츠 없을까요?

= 기획물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장기적이란 약 3개월 정도를 뜻하는데, 가장 좋아하시는 콘텐츠는 뭐 ‘소개 콘텐츠’ ‘인터뷰’ 이런 종류의 것들입니다.

셀레브의 영상. ‘장기적인 것’이란 주로 이런 기획물을 말합니다.

8. 실질적인 것 

예문: 아… 우리도 뭔가 이런 실질적인 그런 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 툴킷이나 굿즈를 제작하란 얘깁니다.



9. 그림이 나올만한 것

예문: 그런 거 있잖아요. 그림이 딱 나오는 거.

= 네트워킹 파티 또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하란 얘깁니다.

출처: 오픈컬리지
그 ‘그림’.

사실 여기에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원래 클라이언트님이나 대표님들은 이런 오프라인 파티 기획을 좋아합니다. 결과가 눈에 보이고 사람들이 웃는 걸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현장 기획에 관한 이해 없이 ‘일단 재밌으면 모인다!’는 식의 접근은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응? 사람이 우리 콘텐츠 보고 아 좋다! 하면 딱 모일 거 아냐, 그럼 막 서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재밌게 프로그램 딱 진행되고, 그러고 나서 집에 가면 인스타나 페북에 사진 올리고 응? 이렇게 순환하는 거라고 순환.

보통 이렇게 얘기하시거든요. 음. 장미칼마냥 단호하게 설컹 잘라서 말씀드리자면, 절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일단

1. 아 좋다! 하지 않습니다.
2. 딱 모이지 않습니다.
3. 스스로 웃고 떠들지 않습니다.
4.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5. 페북에 안 올립니다.
6. 다시 안 옵니다.
7. 자기들끼리 단톡방 안 만듭니다.

더불어 저런 요청은 마치 이런 말과 비슷합니다.

응? 소개팅 나온 여자분이 남자 보고! 아 좋다! 이런 느낌 딱 올 거 아냐! 그럼 막 웃고 떠들고 술 마실 거 아냐! 그리고 딱 고백하면 응? 사귀고! 1년 정도 사귀다가 결혼하고 애 둘 낳고 딱 그렇게 전셋집에서 그렇게 살면 되는 거 아냐! 뭐가 그렇게 어려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간에 뭔가 통편집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실무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려해서 진행해야 할 부분이라고 2만 번 정도 강조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10. 딱 보면 ‘아!’ 하는 것

예문: 그런 페북 콘텐츠 있잖아요. 딱 보면 “아!” 하는 그런 거.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배민 콘텐츠를 보신 겁니다.



11. 마아악! 이런 거

예문: 그 왜 요즘 마아악! 이런 거 있잖아 응?

‘마아악’(억양주의)…… 아… 이건 진짜 어려웠습니다. 사실 아주 많이 들은 것 중 하난데 아직 우주적인 해석이 가능한 말인지라… 그 ‘마아아아악’이란 표현이 하아… 뭐랄까… 마치 빅뱅과 다차원세계를 아우르는 광대한 유니버스의 별들과도 같은… 인간의 머리론 이해하기 힘든 탈전두엽적인 표현이랄까요. 경험상 ‘마아아악’이란 건 이런 의미일 경우가 큽니다.

이런 거: 단수형(콘텐츠 하나를 의미함)
마아악: 복수형 접두어(여러 개)
마아악+이런 거: 여러 개의 어떤 콘텐츠
요즘 마아악 이런 거: 요즘 트렌디한 어떤 콘텐츠

이때 중요한 요소는 미간 찌푸려짐입니다. 그 여부를 판단하셔야 합니다.

찌푸려진다 = 생각이 잘 안 난다
안 찌푸려진다 = 사실 본인도 잘 모르겠다

미간을 찌푸리며 ‘마아악 이런 거’라면 “이벤트성 콘텐츠“를 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초성/빈칸/선물 주기/질문형 이벤트 등의 콘텐츠 말이죠. 하지만 미간을 찌푸리지 않으면서 시선이 공허한 채로 ‘마아악 이런 거’라고 한다면 그냥 ‘나는 잘 모르겠으니 네가 좋은 걸 말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그럴 땐 나만 알고 있는 걸 말하면 안 됩니다. 그럼 갸우뚱하면서 “하아… 그건 좋긴 한데, 쪼오끔…”이란 말이 나옵니다. ‘마아악’에는 ‘대중적인‘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딱 들으면 알만한 카뱅이나 배민, 열기, 여행에미치다 등 유명한 페이지의 레퍼런스를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아악…? 응?… 음… 뭐지…

12. 우리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거

예문: 이것보다 좀 더 우리를 잘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래 이 말은 굉장히 어려운 말이긴 합니다. 진지하게 들어가자면 깊이가 한도 끝도 없죠. 우리의 아이덴티티나, 고유한 성향/가치에 따라 발현된 비쥬얼/워딩 등을 일관성 있게 사용해달라! 란 오더가 맞습니다만… 그건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하는 우리의 관점일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상 이 표현은 “우리 로고 색을 많이(≒로고를 크게) 써주세요“라는 뜻입니다.



13. 효과적으로

예문: 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듯합니다.

= 적은 돈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단어가 다른 것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목소리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전략이나 주장에 목소리를 싣기 전에 나와 다른 의견과 시각을 잠시 경청하고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멱살은 그 이후에 잡아도 상관없으니까요. 모두들 화이팅!


원문: Aftermoment Creative Lab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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