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바뀌어야 합니다": 완전히 바뀌었다, 이름만
제인이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자리에 있던 팀장이 일어나서 대화에 끼어든다.
오후에는 재무팀과 우리 전략기획팀이 경영계획 관련한 미팅을 가졌다.
얼핏 들으면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것 같으면서도 근거가 없는 대화가 오간다. ‘혁신’이라는 말이 사업의 기대 효과를 높이는 자유이용권처럼 떠다닌다.
제대로 바꿔보자 vs. 빨리 바꿔야 한다
작지 않은 규모의 한 브랜드에서는 최근 조직 개편이 이루어졌다. 몇 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디자인 조직과 상품기획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여 ‘MD(Merchandiser)’라고 명명한 것이다.
디자인하는 사람의 생각과 상품 기획하는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통합한 직무로 한 명이 오롯이 책임을 지고 모든 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맞는 말 같다.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당장 디자인만 하던 사람과 수익성에만 베팅하던 사람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전체 방식도, 작게는 작업을 위한 ERP 메뉴도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
기존에 2명이 하던 일을 MD라는 이름으로 혼자 다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두 조직이 한 조직으로 통합되었으니 사람 수도 남아돌게 되었다. 20% 정도의 인원은 다른 직무로 발령받아 사실상 정리되었다고 한다.
디자인과 상품기획 두 조직의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인위적으로 두 조직을 하나로 합쳤다. 시스템을 만들고 정보를 공유해서 전문적으로 해결할 일을 시스템에 돈 들이지 않고 사람이 모두 하는 것으로 바꾸어 조직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정신승리하는 것이다.
실무자들은 과중한 책임과 업무량으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혁신은 허상이다. 실제로는 사람에게 일을 더 던져서 비용을 절감해 단기적 수익을 낸다.
혁신은 모든 경영진의 숙제다. 하지만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경영진과 직원들이 회사의 전략에 공감할 때 전사적인 실행이 가능하다.
원문: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