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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07.17. 작성

6월 말, 성적 정정 메일을 받는 어느 교수의 소회

(한숨)(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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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은 일 년 중 가장 괴로운 시기다. "인맥을 통해 기출문제를 구해다가 달달 외운 학생들 때문에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들이 있어서, 지난 네 학기의 시험 문제와 풀이를 수업 자료실에 모두 올려준다. 기출문제라 해봐야 어차피 교과서 예제 수준의 문제들이지만. 그리고 이번 전자기학 중간고사는 총 50점 중에 44점 어치를 기출 문제에서 그대로 냈고, 기말고사도 총 50점 중에 40점 어치를 그대로 냈다.


이런 시험의 평균이 총 100점 만점에 41.4점이다. 학점 퍼주기를 막기 위해서 A는 상위 30%까지만 줄 수 있고, B는 상위 70%까지만 줄 수 있다. 이것을 학생들은 30% 이내면 A를, 70% 이내면 B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는 퍼주는데 우리 학교만 너무 짜다"니까 위의 비율을 최대한 채워준다.


A+와 A0는 점수 차이가 유독 크게 나는 구간이 없다면 대개 15% 선에서 자른다. B+와 B0는 대개 50% 선이 되겠다. 그랬더니 73점 이상 A+, 59점 이상 A0, 40점 이상 B+, 22점 이상 B0, 12점 이상 C+, 1점 이상 C0를 주게 됐다.

이 필자분도 D+를 주는 심리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으셨다…

지난 네 학기 기출문제 해봐야 겹치는 것들도 많아서 15개도 안 되고, 이것만 정말 달달 외워와도 163명 중 8등을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전자기학을 공부했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된다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고, 최소한의 성의 차원에서 봐도 C+를 받은 학생들은 사실 F가 마땅하다. F를 안 주는 유일한 이유는 저 학생들을 또 만나기 싫어서이다. 재수강하겠다고 들어와서 수업 분위기만 망치고 또 F 받아 마땅한 점수를 받아간다.


학기 수업 내내 받은 질문보다 더 많은 성적 청탁 메일을 받고 있다. 시험지 채점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은 학생의 당연한 권리다. 방학 중에 시험지 확인하러 학교에 나오면 번거로울까 봐 채점된 시험지를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그것 말고 grade를 올려달라는 청탁 말이다. 이미 두 번 학사경고를 받아서 F를 받으면 제적당한다, 성적이 얼마 이하면 국가장학금을 못 받을 텐데 그러면 가정 형편상 학교를 계속 다니기 힘들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등 6년째 반복되는 얘기들이다.


한결같이 "이런 부탁드리기 무척 죄송합니다만"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죄송한 줄 알면 하질 말아야지.

그래도 '죄송합니다만' 쓰는 게 어딘가 싶다.jpg

예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재수강이 난무하는 문제 때문에 올해부터 B0 이상은 재수강을 막고 있다. 그러다 보니 B0를 줄 바에는 차라리 C+로 내려달라는 얘기다. 이건 합리적인 요구라고 생각하는지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이런 청탁 메일들은 읽고 씹는다. 연구실 문 앞에 뻗치고 있는 학생들도 간혹 있어서 일부러 출근하지 않을 때도 있다. '텀블러 폭탄'도 좀 신경 쓰인다.


농부가 밭을 탓하면 안 되겠지만, 또 털고 일어나기 위해서 한 번만 구시렁거렸다.

우리 모두 힘내요…

원문: 감동근의 페이스북


이미지 출처: 네이버 웹툰 『대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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