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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신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다

조회수 2017. 7. 16. 1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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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숫자가 궁금할 뿐이다.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었다.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신가요?
사업 설명은 시작하면 끝이 없다. 아마? 시킨다면 밤도 샐 수 있다.

피부로 느낀 현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설명을 아무리 잘해도 상대방을 완벽하게 이해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그는 당신이 하는 비즈니스의 전문가가 아닐뿐더러 타깃 고객층 역시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T 지식이 없는 상대에게 성능 좋은 SDK를 개발해서 파는 사업을 설명한다던가, 중년이 넘어선 상대방에게 아이돌 가수들과 연관된 서비스를 이해시키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1. 그는 당신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다(숫자가 궁금할 뿐)


2015년 SF에서 머무르던 시기, 스타트업 네트워크 모임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 친구와 캐주얼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인사를 나누고 안 되는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마구 섞어 우리 팀이 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 열심히 소개를 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그러하듯, 나 역시도 우리 팀이 하는 비즈니스는 정말 멋지고 훌륭하고 대박이 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과 똘끼가 충만하던 시기였다. 우리는 홍대의 노점상부터 시작해서 개고생을 하며 올라와서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과 독기를 가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 당시는 정말 뭐라도 다 씹어먹을 기세였다.


곧 그 친구의 논리 정연한 답변과 질문이 이어졌다.

네가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네가 가장 잘 알 거야. 내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를 못 하는 점 미안해. 그리고 수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너의 비즈니스를 판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주요 숫자들만 말해 줄 수 있니?

당시 내게 이런 형식의 질문을 던진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가 원하는 답변은 매출 같은 숫자가 아닌 바로 MAU, DAU, LTV, CAC, CTR, Retention, MoM Growth Rate 등과 같이 서비스가 실제 사용자에게서 획득한 숫자였다. 무지했고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에 완벽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친구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유명 VC의 파트너였다. 난 어찌 보면 좋은 투자기회를 놓친 실수를 하고 만 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 비즈니스 설명은 최대한 적게 하는 대신 숫자들을 파악하고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숫자로 설명하고 숫자로 설득시켜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자를 확보하는데 평균 5,000원의 마케팅 비용이 들고 (UAC) 이렇게 확보한 사용자는 우리 서비스에서 한 달간 10,000원을 지불한다(LTV). 그래서 얼마의 돈이 있다면 얼마를 벌 수 있고(Scale up), 우리가 이렇게 성장을 계속한다면 몇 년 안에 무엇을 달성할 수 있어(KPI) 라는 식이다.



2. 비즈니스의 판단의 몫은 따로 있다


스타트업 초기, 열심히 참가하는 네트워크 모임이나 발표 현장에서 만났던 투자자나 멘토들은 사업 설명을 듣고 “이 사업이 되네 마네 감 놔라 배 놔라”(심지어 창업 경험도 없는)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과 수년간의 시간을 걸고 실행과 개선을 반복하는 창업팀의 인사이트를 단 1분 만에 깨부숴버리기 일쑤였다.


수천, 수만의 다양한 고객층이 존재하는 시장과 기회를 보고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 사업의 본질을 타인이 이해하기란 실로 쉽지 않다. 한 발표 자리에서 스푼 라디오를 설명하고 나서 실제로 들었던 질문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개인 라디오 서비스 앱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라디오 주파수를 어떻게 할당받으셨나요?” (실화다…)

아직도 사업을 그냥 자신이 가진 짧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바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이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숫자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나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물론 반대의 케이스도 많이 봤다. 자신감에 넘쳐 ‘천상천하 유아독존’ 유형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내세우며 세계 최고가 될 거라 주장하는 스타트업이 그들이다. ‘제2의 페이스북이 되겠다’라고 말한다면 그 이유와 논리를 숫자(데이터)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가능할 수밖에 없는 수백 수천 가지의 가설 검증과 객관적인 지표를 내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타트업이 하는 비즈니스를 판단하는 몫은 냉정하게 따지고 본다면 창업자의 몫이 아니다. 그렇다고 투자사나 멘토 역시 아니다. 그 서비스나 제품을 실제로 쓰는 타깃 사용자만이 그 서비스를 실제로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물론 사용자가 전문가처럼 비즈니스 자체를 판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서비스에 대한 구매전환율이나 사용 패턴, 충성도, 재방문주기 등으로 직접 냉정한 판단을 보여준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제품, 매력 있는 서비스라고 주장해도 사용자가 외면한 제품, 서비스라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해당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뼈저린 실패를 통해 배운 적 있다.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서비스라 주장했던 스타트업이 망하기도 하고, 투자자나 멘토들이 혹평을 하고 무시했던 서비스들이 유니콘 기업이 된 해외사례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세계 최고라고 떠들면서 배임 횡령 등의 문제를 일으킨 스타트업들이 보도되기도 했고, 몇 년 전 투자사들에게 무시당하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스타트업이 업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성장한 사례를 이제는 심심치 않게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계도 많은 성장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내부에서는 자신감을 가지지만 겸손해야 하며, 절대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또한 외부에서 어떤 비판이나 비난이 이어지더라도 초연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반대로 칭찬을 듣게 된다면, 우리는 언젠가 다시 또 망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려 되새김질하고 있다.



3.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가 하는 ‘스푼’이라는 서비스는 20대가 타깃인 서비스다. 30대 후반인 나는 타깃 고객층이 아니다. 그래서 스푼 라디오를 들어봐도 재미를 느끼거나 공감하기는 어렵다. 서비스의 수많은 방송에서 그들만이 쓰는 특정한 단어들의 이해 또한 힘들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로그나 숫자(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 숫자(데이터)의 본질과 가능성을 우리가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부분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만 한다. 그게 투자사가 될 수도, 합류하는 멤버가 될 수도 있다.


SNS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20대가 쓰는 서비스를 30대가 기획하고 40대가 리뷰하고, 50대가 최종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문제다.

매우 공감한다. 주변에서도 아직 수많은 서비스들이 이러한 프로세스를 고수하고 있고, 그를 통해 망하는 사례를 수 없이도 많이 보았다.


그렇다고 50대가 20대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그들과 어울려 본다고 하지만 그들의 감성과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판단하는 기준과 의사결정의 기준을 숫자(데이터)를 보고 정하고 있다. 숫자를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 수많은 분석 툴과 로그들을 보고 있다. 보면 볼수록 그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껴 유료 분석 툴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툴을 써보면서 분석 노가다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개발자 시절 ‘코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던 동료 개발자의 말이 생각난다. 로직으로 돌아가는 코드가 거짓말을 할 수 없을뿐더러, 모든 오류나 문제는 사람의 실수(사람이 잘못 작성한 코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숫자 역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을 투입하면 2가 나오는 곳을 확대하고 2를 넣으면 1을 손해 보는 곳을 줄이며 서비스를 개선시켜 나가다 보면 서비스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직이 큰 숫자들을 대입했을 때도 동일하게 동작하는지 지속적인 테스트를 해나가고 있다. 100만 원의 마케팅비를 들여서 200만 원을 번 서비스에 1억 원의 마케팅비를 투입했다고 해서 2억 원의 매출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의 경험이나 기존 지식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사용자들의 피드백과 사용자들이 서비스 내에서 만들어낸 숫자(데이터)를 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원문: 최혁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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