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왜 팔리지 않을까?

조회수 2017. 7. 1.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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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어떤 책을 읽고 싶어하는가?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얼마 후에는 내가 쓴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책이 잘 나올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출판사가 손해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하게 되었다.


책이 안 팔리는 시대, 한두 해 된 이야기가 아니다. 왜 책은 안 팔리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책을 돈 주고 사서 소장할 만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까?



책이 없으면 멀티미디어도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분명히 다른 미디어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책은 저자와의 대화다. 우리는 그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지식을 얻거나 알고 있지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그런데 요즘은 지식과 이야기를 책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쉽게 제공해 주는 방송이 많다. 심지어 정치운동조차 달라졌다. 전에는 책을 돌려 읽거나 인쇄물을 나눠주고 읽었다면, 요즘은 팟캐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듣는 시대가 되었지 않은가.

책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지는 매체들이 등장했다.

자동차를 자주 타면 다리가 약해지는 일이 생기기 쉽다. 마찬가지로 다른 미디어가 발달할 때 우리는 글을 읽는 능력과 습관을 잃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걷는 것에도 장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편한 미디어도 책 읽기보다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다. 다른 미디어의 장점은 빠른 정보제공, 그것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시청자를 매우 수동적인 입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자신의 내적 반응을 체험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일은 현대에도 꼭 필요하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당장 멀티미디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지는 않는다. 멀티미디어 작품은 출간된 책을 기본으로 해서 제작된다. 책이 없으면 멀티미디어도 없다.



책을 읽는 '대중'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세지가 세상에 넘치고,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근육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 그게 현실이다. 책에 대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놓여 있다.


이제 사람들은 글을 쓰거나 어떤 작품을 차분히 읽기보다는, 방송을 보고 듣고 뉴스를 가볍게 읽는 일에 중독되어 있다. 특히 어린 세대에서 더할 것이다. 그들은 뭔가를 쉽게 배우는 일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그나마 팔리는 책들도 멀티미디어의 부록처럼 팔리는 경우가 많다. 멀티미디어를 통해 일단 그 저자를 접하고, 그 저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에 저자의 책을 찾아 읽는 것이다.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이후 판매 부수 17만 권을 넘기기도 했다.

이런 소통은 우리를 극단적인 과격 주의자로 만들기 쉽다. 기존의 메세지를 지나치게 반복 학습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자기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오늘날은 마치 광고가 몇 초 안에 시청자의 눈을 잡을 수 있을까, 없을까 승부해야 하는 것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짧게, 빨리 말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관심은 끊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생각하고 판단해야 해요. 결론을 미리 내리지 말고, 때로는 결론 자체가 없을 수도 있어요."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자연스레 배제될 수도 있다. 매번 흑백이 분명한 사람의 주장만 듣게 되기 쉬운 것이다.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다. 그런데 소통이란 이쪽에서 같은 말을 한다고 해서 저쪽에서 반드시 똑같이 해석되는 것이 아니다. 강의를 해본 사람은 누구나 '청중이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강의를 성공시키는 데 가장 중요하단느 것을 알게 된다. 나에게 재미있거나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해도 청중이 알아듣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반면에 나로서는 별다르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해도 청중이 열렬히 반응하면 강연은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청중을 이해하지 못하는 강연은 이런 결과를 맞을 수밖에…

우리에게 짧은 시간, 작은 관심 정도밖에 허락되어 있지 않다면, 이야기를 듣는 청중을 이해하는 일은 소통의 성공을 결정짓는 데 있어 더더욱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멀티미디어는 압도적인 자극으로 시청자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일방적 소통의 도구에 가깝다. 문자로 된 책은 충격적 영상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대중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파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 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그것은 마치 과식으로 병원으로 누워있는 사람에게 가장 맛있는 요리를 팔려고 하는 행위와 같을 것이다.



독서는 소통이며, 소통은 기획되어야 한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은 고민하게 된다.

팔리는 책을 만들 것인가? 좋을 책을 만들 것인가?

이 두 가지가 같은 일이라면 참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 좋은 기획자의 힘이다. 오늘날 책이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해 한국의 기획자들이 이런 면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물론 작가도 책을 기획하지만, 기획과 집필은 같은 일이 아니다. 그러니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의 능력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가끔, 한국의 출판상황이 마치 텔레비전이 나오기 전 유랑극단 시절과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연예인은 방송국과 PD가 있어야만 진정한 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 스타 작가가 없으며 스타 PD가 없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각 연예인들이 유랑하면서 스스로 재주를 판다는 뜻이 된다. 출판도 마찬가지다. 작가들은 자기 이름과 얼굴로 스스로 책을 팔아야만 하는 시대처럼 느껴진다.

유랑극단의 '연예인'들은 기획자가 부재한 채 오로지 자신들만의 역량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했다.

물론 출판사는 쓸 만한 작가가 없다고 한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타는 연예인 개별의 역량 이상으로 PD와 방송국이 만드는 것이다. 스타 같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 출판사의 일이다. 어디서 책을 내든 당장 팔릴 것 같은 원고를 들고 찾아올 저자를 기다리는 출판사는, 불로소득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거나,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독서는 소통이며, 소통은 기획되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국 출판 산업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한국의 출판문화는 오랫동안 기형적이고 식민지스러웠다. 지적이고 문화적인 권위가 외국에 있던 시절에 출판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기획이라는 말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뉴욕이나 파리에서 인기 있는 책이니 우리도 읽어야 한다'라는 것으로 기획이 끝나는 일이라면, 출판은 그저 번역해서 인쇄하는 일에 지나지 않게 된다.


국내 작가의 책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것이 어떤 권위에 의해서, 예를 들어 무슨 문학상을 받는 것으로 작가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면 그저 상 받은 작품을 예쁘게 편집해서 인쇄소에 맡기는 일이 출판 일의 전부가 될 것이다. 옛날의 한국이라면 그렇게 해서 책이 팔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다.



왜 출판계에는 '스타 기획자'가 없나


물론 출판업계 쪽에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고, 이야기는 돌고 돈다.


문제는 지금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일에는 정부가 나서야 할 몫도 있다. 시민들보고 책 사서 보라는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 것은 아주 무의미하다. 독서가 좋으면 안 권해도 하고, 독서가 좋지 않으면 권해도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후원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을 많이 만들어 양서를 많이 구입하게 하고 시민들이 그 책들을 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어시장은 작다. 그러니까 한국어 출판시장은 좀 사회주의적이어야 한다. 순수 시장 논리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사회가 의무적으로 책을 사주는 것에 돈을 지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결국 한국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한국어책을 번역해서 외국에서 파는 일에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시장이 커져야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크게 공백을 느끼는 것은 스타 기획자의 부재다. 기획이라는 것이 사회적 현실에 대한 통찰에 기반한다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능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보면 유명 영화사는 있어도 유명감독은 없는 영화계 같다.


유명 출판사가 있어도 유명 편집인은 없다. 업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유명인은 있지만, 대중적인 의미에서 별 지명도는 없다. 심지어 TV 프로그램도 PD 이름을 보고 시청하는 시대에 책을 기획하는 사람의 능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너무 작다.

출처: JTBC
바야흐로 '스타 PD'도 존재하는 시대 아닌가.

이것은 결국 편집인 내지 책의 기획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중도 그 책을 기획한 사람을 믿고 책을 사보는 게 아니라 출판사 이름을 믿고 책을 산다는 뜻이다.


이걸 영화와 비교하면 꽤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현실은 책의 기획이란 것이 별 의미가 없었던 한국의 과거가 만들어 낸 것이고, 바뀌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 책을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을 모두 살려야 책도 살아날 것이다.


책에 저자와 출판사 이름 말고 주요 편집인들과 기획자의 이름도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영화 마지막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양서를 만들어 내는 환경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출판사를 왜 만들까?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그것들은 다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출판사가 만들고 싶은 책을 사주거나 출판사를 부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책값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한 것이 거기에 있으니까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즐거움이든 유익한 지식이든 아름다운 삽화든 편집이든, 책을 시대와 소비자에 맞춰서 제공하는 데 있어서 기여한 사람들은 각각의 책을 자신의 작품으로 삼고 자기 이름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팔리는 책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일일 것이다.


책은 멀티미디어와 다른 미디어다. 그래서 가지는 약점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에게 적어도 멀티미디어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에게 주는 정도의 관심과 보상을 해주고 나서 말해야 할 일이 아닐까?


원문: 나를 지키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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