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을 기르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세요

조회수 2017. 6. 15.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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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를 다니기보다 한 곳에 머무는 여행을 권합니다.

※ The Atlantic에 Brent Crane이 기고한 ‘For a More Creative Brain, Travel’을 번역한 글입니다.


Flickr

새로운 곳에 가서 처음 만난 친구를 사귀고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는 것.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이런 낯선 곳에 대한 설렘과 마주하는 데서 시작되곤 합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는 건 창의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심리학, 신경과학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소개됐습니다.


창의력과 여행, 어떤 의미에선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 올더스 헉슬리, 마크 트웨인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작가들은 낯선 곳에서 겪은 경험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위대한 소설을 쓰기도 했고, 새로운 것을 좇아 일부러 삶의 터전을 옮기기도 했으며, “편견과 닫힌 마음을 해소하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과연 다른 나라를 여행하거나 해외에서 거주하고 일하는 것이 우리의 사고,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개념을 먼저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우리의 뇌가 어떻게 조직되고, 또 그 조직의 배열을 바꾸며 변화에 대처하는지 두루 일컫는 말입니다.


신경가소성은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합니다. 그런데 주변 환경과 우리의 습관 등에 익숙해져 있는 신경 조직이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낯선 음식, 낯선 공기를 접하면 평소 잘 쓰지 않던 뇌의 영역을 자극해 활성화시키고, 신경가소성을 촉진시켜 창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의 요지입니다.

출처: The Best Brain Possible

콜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아담 갈린스키(Adam Galinsky) 교수는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의 경험이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을 기르고 이질적인 것들을 연관짓는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엮어내는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인지적 유연성은 핵심적인 능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른 이들과 자꾸 부대끼다 보면 인지적 유연성이 길러집니다.


물론 여행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창의력이 높아지는 건 아닙니다. 특히 현지 문화를 접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대면하고 소통할 기회가 많지 않은 여행은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휴양지에 가서 그냥 쉬다 오는 여행보다는 같은 나라에 가더라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여행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갈린스키 교수는 최근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임원 및 간부 270명을 추려 이들의 경험을 추적했습니다. 외국에 얼마나 살았는지, 외국에서 몇 년이나 일했는지, 여행은 얼마나 자주 다니는지, 가서 무얼 하는지 등을 기록하고 그 브랜드에서 제작하고 판매하는 제품의 독창성, 창의성을 평가해 비교해봤습니다. 독창성은 사실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은 항목이기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 비평가의 의견을 두루 모았습니다.


그 결과 외국 경험이 많은 간부들이 이끄는 브랜드의 제품이 독창성이 높았습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우선 너무 여러 나라를 전전한 경우 독창성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한 곳에 어느 정도 머물러야 그곳의 생활과 문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고를 몸에 익힐 수 있는데, 너무 여러 곳을 자주 돌아다니면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갈린스키 교수는 풀이했습니다.


또한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 가는 것보다 엇비슷한 문화권을 여행하거나 그 곳에서 살았을 때 창의력이 더욱 높았습니다. 갈린스키 교수는 이 또한 확연히 다른 곳에서는 스스로 이질감을 느끼며 자기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출처: Bluffton University

최근에 발표된 심리학 연구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일이 자의식을 고취하고 스스로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줍니다. 나와 다른 모습, 다른 신념, 다른 생활양식을 직접 보고 겪어봐야 지금 나의 모습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익숙한 것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사회적으로도 이런 일종의 보호막이 있죠.


하지만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에서의 경험은 어쩔 수 없이 이 보호막 밖으로 스스로를 내놓게 만듭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나와 달라보이는 사람들도 내가 느끼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하게 행동하고 살아간다는 걸 발견하는 겁니다. 이런 경험이 신뢰를 낳고 더욱 크게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주죠.


2012년 텔아비브 대학에서 진행한 실험을 보면 각각의 인종이 본질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 즉 모두가 같은 인류라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인종 차이는 자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보다 창의력 평가에서 훨씬 저조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굳이 분류표를 붙여놓고 그 틀 안에서 생각하는 것만 편하게 여기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out of box thinking)을 못하는 겁니다.


반드시 해외로 여행을 가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이국적인 경험을 해야만 한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조금 불편하다고 여길 만한 익숙치 않은 공간에 나를 내던지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되고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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