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폐경'은 희망 그 자체다: 모든 사람은 김훈보다는 글을 잘 쓴다

조회수 2017. 8. 6. 19: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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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게으르다는 데 있다.

푸하하하…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읽다가 처음엔 멍했는데 나중엔 너무 웃어서 호흡 곤란이 왔다. 이런 거지발싸개보다도 못한 글이 황순원 문학상까지 받았다니… 희대의 코미디다.


김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게으르다는 데 있다. 무식한 건 두 번째다. 네이버 검색창에 생리대만 쳐 봤어도 저런 개소리를 못 할 텐데. 아니, 팬티를 자르면 도대체 생리대를 어디다 붙이냐고요.


생리대 착용 방법은 여기저기 아주 쉽게 나와 있잖아! 수많은 블로거들이 친절하게 사진까지 찍어서 포스팅을 올려놓았는데 아이고…


김훈 선생님, 동네 슈퍼든 편의점이든 생리대를 사서 그중 하나를 뜯으면요, 생리대 뒷면에 접착제가 있어서 팬티에다 붙이고 4시간이고 5시간이고 있어야 한다고요. 생리는 오줌처럼 누는 게 아니라 일주일 동안 계속 흐르는 거니까요.

그리고 여자 나이 50에 전신 마비도 아닌데 동생이 생리혈을 대신 처리해 준다고? 우웩… 그럼 김훈 작가는 남자 나이 50에 동생이 운전하는 차 안에서 사정을 했는데 동생이 갓길에 차를 세우고 형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잘라 주나? 그것도 손톱깎이에 붙어 있는 작은 칼로?


형은 동생이 팬티를 벗기기 쉽게 바지 지퍼를 내린 다음 엉덩이도 들어 주고? 그런 다음 동생은 물티슈가 아닌 콘돔으로 정액이 묻은 형의 허벅지를 닦아 주고? 동생이 닦는 동안 형은 또 다리를 벌려 주고 말이지? 그러고 나서 정액을 닦은 콘돔과 이음새를 잘라낸 팬티를 차 뒷좌석으로 던지면 끝?


백번 양보해서 앞뒤 맥락 가운데 글을 봐야 한다는 주장을 존중한다고 치자. 언니는 지금 막 남편의 사망을 확인하고 오는 길이다. 충격으로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다. 그러면 본인이 생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마저 없을 정도로 그냥 멍하게 앉아 있지, 동생이 팬티를 잘라내기 쉽게 엉덩이도 들어 주고 다리도 벌려 주지 않는다.


젠장… 엉덩이를 들어 주고 다리도 벌려 주는 건 생리와 관련된 묘사가 아니라 섹스와 어울리는 문구 아닌가? 변태 자매의 엽기 행각은 소설 내내 계속되는데 언니란 사람은 오십견이 왔는지 팔이 아파 등 뒤로 손을 못 뻗는 상황에서 동생한테 맨 젖가슴은 보여줘도 브래지어 컵은 안 보여준다.


또, 동생이란 사람은 집에서 자다가 새벽에 갑자기 생리가 터진 언니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자세히 관찰한다. 팬티를 벗은 언니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푸른 달빛이 내려앉았다나 어쨌다나. 아니 어떤 미친년이 새벽에 남의 엉덩이를 소재로 푸른 달빛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시를 쓰냐고. 언니 때문에 잠 깼다고 신경질을 내는 게 정상 아닌가?


이쯤 되면 제목을 「언니의 폐경」이 아니라 「자매의 패륜」으로 고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리 묘사 장면뿐만 아니라 전체 내용이 아주 그냥 총체적 난국이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 언니의 폐경은 10년도 더 된 소설인데 왜 인제 와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그게 바로 SNS의 힘이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은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읽어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명색이 작가인 나도 김훈 작품 중에 이런 게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런데 페이스북 담벼락에 누군가 비판의 글을 올렸다. 최초로 올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내 경우에는 페이스북 친구분이 다른 페친분의 글을 처음 공유했고, 그 뒤로 또 다른 페친 분들이 잇따라 언니의 폐경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파만파로 퍼졌다.


단언컨대 김훈 「언니의 폐경」이 제5회 황순원 문학상을 받았다는 중앙일보 기사보다 “뭐 이런 X 같은 글이 다 있어!” 하며 어이없어한 그 누군가의 포스팅이 수백, 아니 수천 배 더 클릭 수가 많았을 것이다. 시대가 이렇다. 그런데도 아직도 잘난 척하고 싶어하는 자칭 지식인들과 공존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고.


내가 박근혜 전 대통령한테도 욕을 한 적이 없고 최순실 씨한테도 함부로 말한 적이 없다. 삼일교회를 나오면서도 전병욱 목사의 책을 그대로 뒀고 이문열 작가의 책도 버리지 않았는데 김훈은 정말… 순간 살의에 가까운 분노를 느꼈다.


왜냐하면, 김훈은 철없는 10대도 아니고 무려 결혼을 한 사람이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딸이 있는 사람이다! 도대체 딸이 있는 기혼남의 글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냔 말이다.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개는 사람보다 열등하며 기본적으로 밖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 푸들 한 마리를 안에서 키우고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상황인 거고 개를 위해 너무 비싼 용품을 구입하는 것도 정상처럼 보이진 않는다.


이런 나를 두고 누군가는 못마땅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어머 작가님, 실망이에요. 개는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에요, 가족! 하고 정색을 하며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손 치고 내가 강아지에 대해 묘사하는 글을 쓴다고 가정해 보자. 김훈 역시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며 기본적으로 남성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중년여성의 폐경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논하고 또 그걸로 문학상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 얘, 어떡하지. 갑자기 왜 이러지……
– 왜 그래, 언니?
– 뜨거워. 몸 속에서 밀려나와.

토리는 다리가 20개밖에 없다고 주인한테 버림받은 개다. 얼굴 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눈은 5개밖에 없고 코는 3개밖에 없다. 발견 당시 1미터짜리 목줄에 묶여서 썩은 음식물로 연명하고 있었다.

사육장 안의 다른 개들이 끌려가서 날개 달린 지렁이한테 먹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단다. 이런 토리가 극적으로 구조된 후 주인을 찾던 중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입양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유력 대선 후보의 입양 계획이 발표된 후 동물보호단체마다 평소보다 몇 배 많은 문의 전화가 쏟아진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긴 하나 한편 걱정도 된다. 충분한 고려 없이 입양을 결정했다가 나중에 돌려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대선후보들 모두 앞다투어 유기동물을 입양하겠다고 했는데 안철수 후보가 입양하겠다고 한 무지개 햄스터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비 오고 나서 무지개가 뜨면 하늘로 올라갔다가 보통 일주일이 지나야 땅으로 내려오는데 혹시라도 안철수 후보가 우리 햄스터 보신 분 누굽니까? 하고 찾으러 다닐까 싶어서다.

선거 기간 내내 우위를 지키던 문재인 후보는 결국 대통령이 됐고 약속대로 토리는 청와대에 입성하게 됐다. 나는 사석에서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평소 가깝게 지내던 동물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랑 청와대로 향하다가 갓길에 차를 세웠다. 자정, 즉 72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나는 룸 라이트를 켜고 토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 어머, 언니. 다리가 1개 더 나오려고 하네. 
– 그래? 그래서 이렇게 몸이 뜨거운 거야? 
– 토리도 자기가 청와대 가는 줄 아나 보네.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백이면 백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거 판타지 소설이네. 맞다. 판타지 소설이다.

 

세상에 다리가 20개 달린 개가 어딨으며 무지개 햄스터는 또 뭐란 말인가? 내가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읽었을 때 느낌이 딱 이랬다. 이게 뭐지? 코믹 판타지 소설인가? 그런데 아니었다. 진지한 궁서체로 써 내려 간 사실주의 소설이었다. 출판사 책 소개를 보면 기가 막힌다.

50대 두 자매가 겪는 늙어감, 남편의 떠남, 자식들의 이기심과 배신, 잔잔하지만 분명한 허무감 등을 여동생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촘촘하게 교직한 작품이다.

촘촉하게 교직한 작품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코믹 판타지가 아닌 이상 개는 다리가 4개고 눈은 2개다. 지렁이는 새가 아니어서 날개가 없고 햄스터는 해가 뜨든 비가 오든 상관없이 박스 같이 생긴 집 안에서 잘 먹고 잘 논다.


이건 한 번이라도 개를 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 한 번이라도 지렁이를 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 한 번이라도 햄스터를 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결혼을 안 한 미혼남도 아니고 엄연히 부인도 있고 딸도 있는 남자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여성 혐오 문제를 떠나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과 예의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성범죄 혐의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전병욱 목사의 책도 버리지 않고 최근 배임 유죄 판결을 받은 조용기 목사의 책도 버리지 않고 “죽기 좋은 계절이다”라고 시작하는 역대급 망언을 조선일보에 쏟아놓은 이문열 작가의 책도 버리지 않고 있는데 김훈 책만큼은 싹 다 재활용 쓰레기장에 던져 버리려다가 생각을 바꿨다. 오히려 눈에 가장 잘 띄고 손에 가장 닿기 쉬운 곳에 ‘모셔’ 두었다.


나는 이번 여름에 장편 소설 하나를 출간할 예정인데 그동안 등장인물 하나를 어떻게 죽일까 고민이 많았다. 타살로 처리할까 자살로 처리할까 하다가 글이 잘 안 풀려 머리카락도 쥐어뜯어 보고 책상도 쾅쾅 내리쳐 보고 원고 초고도 북북 소리 내며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려 보고…


여하튼 이런 와중에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만나 모든 우울감이 일시에 다 사라지고 밝은 희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막 솟아오르고 있다. 내가 무슨 글을 쓰더라도 김훈의 「언니의 폐경」보다는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김훈 선생님께 큰절이라도 올려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긴, 대한민국 그 누구라도 김훈보다는 잘 쓴다.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간단한 포스팅을 예로 들어 보자. “오늘 매운 진짬뽕을 먹었습니다”는 단문이지만 명확한 사실만 들어 있다. 그럼 진짬뽕이 맵지 새콤달콤하겠는가?


그런데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조차 없으면서 본인의 필력만 믿고 어떤 특정 상황을 쓸데없이 자세히 묘사하며 세련된 문장을 쓰는 작가인 척하는 그 위선과 허영심은 최악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으로서 난 이보다 못한 글을 본 적이 없다.


나의 이런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해하는 척하면서 훈수를 두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긴, 상대방을 때리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디즘도 있고 상대방한테 맞으면서 쾌감을 느끼는 마조히즘도 있으니 각자의 생각을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 평생에 황순원 문학상을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장담한다. 100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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