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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05.20. 작성

‘나시레마족’을 아시나요?

이들의 사상과 풍습은 너무나도 특이하고 충격적일 뿐 아니라 야만적이고 피학적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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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즈니스북스’에서 펴낸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의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의 내용을 요약 및 재정리한 글입니다.


1956년 미시건 대학의 문화인류학과 교수 호러스 마이너(Horace Miner)는 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사상 최초로 ‘나시레마(the Nacirema)’라는 종족을 다루고 있었다. 그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 《미국의 인류학자(American Anthropologist)》는 그동안 이색적인 종족을 다룬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다. 그러나 마이너의 연구는 뭔가 특별했다. 나시레마족에 관한 글이나 심지어 이야기조차 들어본 사람이 없었던 당시, 이 종족이 낯설다는 사실만 논문의 전부는 아니었다. 마이너는 그들의 사상과 풍습이 너무나도 특이하고 충격적이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의 극한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출처 : Enrique Chagoya

그의 논문에 따르면 나시레마족은 인체란 기본적으로 추하고 부패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행하는 모든 의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과정을 뒤바꾸려는 목적에 전념한다. 그중에는 야만에 가까운 의식도 있다. 남자들은 날카로운 도구로 얼굴을 괴롭히고 여자들은 작은 오븐에 머리를 굽는다. 또한 이들은 이상할 정도로 구강에 집착하여 입안에 돼지 털과 마법의 분말을 넣는 의식을 매일 행한다. 그래서 나시레마족의 사회는 신체의 부패를 늦추는 주문과 마법의 묘약을 제공하는 현자, 즉 치료 주술사와 약초 채집자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다.


이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공포는 육체적 퇴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美)에 대한 별난 집착 또한 그들의 삶을 크게 좌우한다. 나시레마족은 신체의 자연적 상태에 대한 혐오에 사로잡혀 있어 종족의 일원이 너무 뚱뚱할 경우 날씬해지기 위한 단식 의례를 행한다. 너무 마른 경우에는 살찌기 위한 잔치를 연다. 여성의 유방은 특히 중대한 관심사다. 작은 경우는 크게, 크면 작게 만드는 기이한 신체 변형 기술을 사용한다. 마이너는 그들이 스스로에게 지우는 짐을 고려할 때 그렇게 오래 생존하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 당신은 이 정보를 통해 나시레마족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 그들이 야만적이고 피학적이라는 사실인가? 도덕성이 의심스러운 가치관을 가졌다는 사실인가? 그들이 원시적이고 이국적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면 당신은 오늘날 이 연구를 받아든 인류학과 학생들과 똑같이 이해하고 있다.


이미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시레마족은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족이 아니다. 이는 ‘아메리칸(American)’을 거꾸로 쓴 것에 불과하다. 이제 이것이 마이너 교수의 농담(교육적 도구라고 하는 편이 옳을 수도 있겠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매우 이상하게 보였던 나시레마족의 행동과 풍습이 실제로는 상당히 평범한 행위라는 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시레마족 남성이 얼굴을 날카로운 도구로 괴롭힌다는 것은 면도를 의미한다. 여성이 작은 오븐에 머리를 굽는다는 것은 미용실에서 헬멧 모양의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린다는 뜻이다. 돼지 털과 마법의 분말로 입안을 채우는 것은 이를 닦는 행위에 해당한다. 단식이나 잔치 의례는 다이어트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195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왜 수많은 사람이 마이너의 논문에 속아 넘어갔을까?


이는 우리가 ‘전문가’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을 얼마나 큰 존경심으로 대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미국인류학협회 회장이었던 마이너는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주장에 무게를 더하기 위해 동료 학자들의 권위를 끌어왔다. 논문에 린턴, 말리노프스키, 머독과 같은 명망 있는 교수들의 연구를 인용한 것이다.


또 하나, 우리의 반응을 형성하고 사고방식을 변형하며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조심스럽게 선택된 언어의 힘에 있다. 마이너는 ‘종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가 다루고 있는 대상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냥 오래된 종족이 아니라 ‘특히 특이한 측면’을 지닌 종족이라고 말했다. 마이너는 실제로는 미국 시민을 묘사하면서도 특이성, 원시성, 이질성 같은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논문 전체에서 ‘의례’ ‘액막이’ ‘원주민’ ‘신체 의례’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단순한 기법이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마이너는 몇 가지 단어만으로 독자를 도시와 동떨어진 곳으로 유도했다. 낯선 언어, 낯선 기준은 바로 옆에 있는 친숙한 대상을 멀고 생경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쉽게 조종당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심상, 비유 선택과 같은 의사소통 방식은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평가해서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모쪼록 전문가의 현란한 언어 유희에 현혹당하지 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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