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의 역할은 정리나 분석이 아닌 제안
Question
Answer
과장 1년 차 때 누구나 들었을 법한 얘기입니다. 과장으로 승진했으니 이제 대리나 사원처럼 일해서는 안 되겠죠. 아마 팀장님도 과장님이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더욱 발전하라는 의미에서 혼냈을 것 같습니다. 51% 정답은 제가 자주 사용하는 ‘북 스마트(Book Smart) vs. 스트리스 스마트(Street Smart)’ 기법으로 설명 드리지요.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출연한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북 스마트는 가방끈이 길고 지식이 해박해서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하는 부류를 지칭합니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정규 교육은 짧지만 ‘속세에서 구른’ 시간이 많아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죠. 논리보다는 경험에 더 많이 의존하고, 이성보다는 본능과 직감에 의해 판단합니다.
북 스마트를 위한 답변
잠시 15년 전 제 얘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당시 대리급이었던 저는 현 부장이라는 팀장이 이끄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 현 부장은 당시 일 잘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나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저는 첫 보고 때 무참히 깨졌습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지시한 대로 A와 B 두 개의 옵션에 대해서 그 장단점을 비교·분석한 뒤 한 페이지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평소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자료를 작성했습니다. 현 부장은 제 보고를 다 듣고 나서 질문했습니다.
‘오너십이 부족하다’는 류의 꾸중을 한 5분 동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글로만 표현하니까 조금 전달력이 떨어지는데 매우 큰 소리로 저를 혼냈죠.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 부장의 말씀대로라면 저는 다음과 같이 보고 드렸어야 했습니다.
팀원의 역할은 단순히 옵션을 비교·분석하는 것이고 결정은 팀장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경우 저는 그 결정에 책임이 없게 되죠. 직접 선택한 게 아니니까. 그러나 제가 어떤 옵션을 제안하고 팀장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저 또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겠죠. 어떠한 제안도 하지 않고 분석 결과만 요약·정리한 제 보고가 현 부장의 눈에는 오너십이 부족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현 부장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레슨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너십이 있는 팀원이라면 단순히 사실을 정리하거나 분석하는 데 그치지 말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안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스트리트 스마트를 위한 답변
때로는 너무나 확신에 찬 나머지 제안을 너무 강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경우 팀장에 따라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팀장은 난데 팀원이 결정까지 다 해버리네’라고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저 또한 이런 경험을 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A와 B 두 개의 옵션을 분석했는데 A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팀장에게 “A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명확합니다”라고 조금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팀장은 약간 비꼬는 투로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저는 순간 제 실수를 알아채고 바로 죄송하다고 사죄했습니다. 당시 팀장은 제가 조금 주제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닳고 닳은 스트리트 스마트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A와 B에 대해서 “A가 더 좋은 선택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대신 “6 대 4로 A가 더 유력한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영악한 방법은 A와 B의 비교·분석만 하고 결론은 내리지 않되 자료를 읽어보면 삼척동자라도 A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게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보고를 받은 팀장은 “내 생각에는 A가 더 좋은 것 같은데”라고 얘기할 것이고 그때 이렇게 응수하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제안을 너무 티 나게 하지 말고, 원하는 결론에 팀장이 도달하게끔 보고서를 작성하세요. 그리고 팀장의 말씀에 맞장구쳐주세요.
Key Takeaways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