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노동자는 쓰고, 직장인은 듣는다

조회수 2017. 5. 7. 18: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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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도 좋으니 받아쓰기가 아닌 자기 얘길 써라.

며칠 전 인터뷰를 하다가 1인기업의 정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인터뷰어는 사무직 직장인이 독립하여 자신의 업무를 직장 밖으로 연장한 1인기업을 연구하는 분인데, 제조나 판매업에 종사하는 1인기업도 있어 학술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1인지식기업’으로 정의하자고 제안했다.


지식노동자는 직장에 있든 독립해 나오든 지식을 기반으로 먹고사니 내 글에서 말하는 1인기업은 전부 1인지식기업이다. 1인지식기업, 즉 지식노동자와 직장인의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려다가 언뜻 한자를 대조해서 설명하면 명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개념을 한자를 풀어서 설명하는 사람은 이제 ‘꼰대’다. 나처럼 배울 때는 한자로 배우고, 가르칠 때는 영어로 가르쳐야 하는 낀 세대는 그래서 불행하다. 강의할 때 ‘정의’라고 말하면서 定義나 正義라고 쓰면 안 된다. Definition이나 Justice라고 써야 한다. 어려서 한문도 좀 배우고, 대학에서는 구어체 라틴어에 가장 가깝다는 포르투갈어를 전공했지만 어차피 둘 다 완벽한 수준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평균이 조금 넘는 수준쯤이나 될까. 그럼에도 나는 어쩐지 지금도 한자 쪽이 더 편하다. 어쩔 수 없는 꼰대다.


한자를 설명하면서 그 구성요소를 풀어서 설명하는 방식을 파자(破字) 풀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자를 외우겠다는 일념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 설명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파자 풀이는 말장난이나 궤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글자가 지식(識)노동자와 직(職)장인을 대표한다.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각종 시험에도 같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기에서도 어이없는 파자풀이가 등장한다.

識 (알 식)은 말하다:言, 소리:音, 무기:戈로 분해할 수 있다. 즉, ‘무기의 소리를 말하다’는 뜻이다. 무기의 소리를 듣고 그 무기가 어떤 것인지 말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대단한 전문가다. 예를 들면 대포 소리나 날아오는 화살의 소리를 듣고도 그 대포나 화살의 종류를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리만 듣고도 아는’ 정도라야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 할 것이다.

참, 황당하다. 그럼 앞에 듣다(耳)가 붙은 벼슬 직(職)은 어떻게 풀이하려고? 한자를 만드는 가장 흔한 방법은 형성(形聲)이다. 뜻글자와 소리글자를 조합해서 만드는 방식이다. 소리글자는 소리만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뜻글자처럼 해석하면 끝없는 오해의 바다에 빠진다. 게다가 여기서처럼 소리글자가 같은 경우 뜻 글자(부수)가 그 차이를 명확하게 갈라준다.

그냥 직관적으로 비교해 보자. 인수분해하듯 공통부분을 지워보면 두 한자의 차이는 명확해 보인다. 말씀 언(言)은 언어와 관련된 여러 뜻이 있지만 이렇게 ‘듣는다’는 뜻의 이(耳)와 대조해서 나오면 여지없이 ‘말한다’는 뜻이다. 즉 한자 생김새 그대로 아는 것은 곧 말하는 것이고, 어떤 직책에 앉으면 듣는 것이 일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말할 수 있어야 안다고 할 수 있고, 듣고만 있으면 자리나 보전할 뿐이다. 그냥 직장인은 듣기만 한다. 진짜 지식노동자는 말한다. 말을 기록하면 글이 되니까 다른 말로 하면 ‘지식노동자는 쓴다’가 된다.


1인기업으로 독립하든, 직장에 남아 있든 지식노동자로 살아남으려면 뭔가 써야 한다는 얘기가 알 식(識)자에 담겼다고 생각한다. 그럼 무엇을 써야 할까?

 


남 얘기 말고, 자신의 얘기를 하라

출처: 국민일보
이 사진은 이 글 주제와 전혀 관련 없음.

어라? 지식노동자는 쓴다고 했는데, 왜 위 사진의 before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지식노동자가 아닌가? 쓰는 내용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노동자는 자신이 창조한 콘텐츠를 써야지, 받아쓰기만 해서는 환갑이 넘어도 그냥 직장인일 뿐이다. 사실 받아쓰기는 쓰기가 아니라 아주 강렬한 듣기가 아닌가. 받아만 적으면 판단력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 수개월 동안 확인했다. 


1인기업으로 독립을 준비한다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책에서 읽은 얘기, 어디 가서 들은 얘기로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장식한다. 그런 얘기는 글솜씨가 좋아도 읽기가 힘들다. 남의 얘기구나 하고 들으면 선뜻 공감하기가 어렵고 공감이 안 되니까 설득은 더더욱 어렵다.


반면 문장은 거칠기 짝이 없어도 자기 얘기를 풀어놓는 글은 묘한 설득력이 있다. 투박한 그릇에 담겨 나온 곰탕 같은 느낌이다. 하여간 뭘 써도 좋으니 자기 얘길 써라.

출처: jtbc
받아쓰기만 하는 사람들을 돌려 까고 있는 ‘스까 요정’

그럼 취업 고민에도 써라, 이직 상담에도 써라, 자기계발을 한다 해도 써라… 맨날 쓰라고 하는 나는 ‘쓰라 요정’인가? 결론은 다시 적자생존이다

하지만 여전히 읽지는 않은 상태…

원문: 개발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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