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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세계란 원래 이런가요

조회수 2017. 4. 29. 11: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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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러나 누군가의 캠퍼스에는 응달이 가득하다

봄의 학교는 너무 정신없다. 어디서든지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는 신입생들 덕분에 더욱 그렇다. 불과 저번 겨울만 하더라도 다들 코트와 목도리로 온몸을 칭칭 감아서 세상과 단절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학교 안 작은 카페에서 조용히 공부나 하려고 했는데, 시끄러워 포기했다. 누가 이렇게 떠드나 했더니 또 신입생들이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시도 때도 없이 웃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나도 저랬었나?


잠깐은 그랬던 것 같다. 아주 잠깐은 말이다.



어른의 세계란 원래 이런가요


우리 학교는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다른 의미로 시끄러웠다. 핵심은 부도덕한 사람이 부적절한 방법을 통해 총장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높은 곳에 올라가 시위하고, 단식투쟁을 하다 쓰러지기도 했다. 학교에 들어오자마자 선배들은 총장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그것에 관련된 이슈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출처: 불교닷컴
그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그게 그렇게 심각하게 들리지 않았다. 빨리 이 지루한 이야기가 끝나고 애들이랑 노래방이나 가고 싶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억눌려 있던 자유, 그리고 캠퍼스 라이프 앞에는 그 어떤 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어두운 이야기 보다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술자리, 공부, 연애. 그런 것들이 훨씬 더 가치 있어 보였다. 딱 이런 느낌이었다.

그런 어른들이나 하는 거, 나중에 할래. 지금은 이게 더 재미있어.

하지만 내가 어른들의 세계를 보지 않기 위해 쳐놓은 커튼은 생각 외로 일찍 걷혔다. 친한 과 친구가 학내 시위에 함께 가자고 해서 따라갔던, 어느 날이었다. 벚꽃이 막 피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과잠을 입고 피켓을 들며 허공에다 공허한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재미없어. 이런 거 꼭 해야 해?’라고 생각했다. 따분했었다.


그런 안일함은 오래갈 수 없었다. 출장 갔다던 총장이 쪽문으로 나오더니 나랑 같이 시위에 참가하던 학생들이 그쪽으로 뛰어갔다. “대화를 약속했던 사람이, ‘출장 갔다, 바쁘다’라며 피하더니 사실은 학교에 숨어있었던 거냐.” 라며 누군가 절규했다. 절규가 끝나기도 전에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막겠다고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비명과 절규, ‘찰싹, 쿵’ 온갖 듣기도 힘든 소리들이 캠퍼스를 가득 메웠다.

출처: 불교닷컴
누군가는 다쳐야 했다.

어제 나와 함께 커피를 마셨던 어떤 선배는 교직원에 맞아 주저앉아있고. 조금 있다 밥 먹기로 한 동기는 멱살을 잡힌 채 끌려다니고 있었다. 피도 간간히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욕설과 경악,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만났더라면 그럴 일 없는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 달려드는 학생들과 당장 고용된 입장에서 고용주를 지켜야 했던 교직원들 말이다. 권력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구나, 이게 바로 ‘어른들의 세상’이었구나 싶었다.


나와 함께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 중 하나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꿈을 버렸다. 경찰이 되고 싶어 했는데, 언젠간 그런 ‘어른’들을 지키기 위한 소모품으로 사용될지 모른다면서 말이다. 힘이 빠졌다. 너무 힘들었다. 더 이상 이런 어른들의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부턴 철저하게 그런 세상에 등을 돌려 최대한 피해 보려고 했다.

굳이 그런 것을 보지 않더라도 캠퍼스는 달콤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새내기의 캠퍼스는 막을 내렸다. ‘누군가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런 폭력까지 봐야 하는구나. 그리고 그 와중에 누구는 다치는구나. 그 누구의 욕심 때문에, 누구는 이렇게까지 좌절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든 순간부터 더 이상 캠퍼스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애써 등을 돌려 외면해도, 그날의 음산하고도 아픈 기운이 여거저기 스며들어 있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났다. 어느 날, 애인한테 연락이 왔다. 지금 학교 교직원들에 의해서 갇혀 있다는 소리였다. 이게 뭔 자다가 탄핵 기각되는 소린가 했다. 무작정 뛰어갔다. 두 시간 반 거쳐 도착한 애인의 학교는 도착하자마자 비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애인은 그 건물 4층에 갇혀 있었다. 학생들은 건물을 점거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이사를 한다고 했다. 그 결과로 4층을 뺀 나머지 층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이를 피하려던 학생들이 4층으로 몰려 갇힌 것이다. 그곳에는 물도 음식도 반입이 될 수 없었다. 전기도 끊겨 핸드폰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연락도 할 수 없었다.


건물은 메인 출입구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쇠 철조망으로 잠겨있었다. 입구는 학교 측에 항의하려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것을 청원경찰이 막고 있었다. 그 건물 안쪽으로 이미 1층 건물 내에 들어간 학생들이 있었고, 직원들은 소화전을 틀어 물을 쏘고 있었다. 진압을 위해서라고 했다.

출처: 서울대 대학신문

밖에는 그것을 보며 멈춰달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는 무력한 학생들이 있었고, 심지어 그 안에 갇혀서 물을 맞고 있는 학생의 학부모도 분노에 못 이겨 소리치고 있었다. 나 또한, 내 애인을 그곳에 두고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최악이었다. 내가 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모두 모아둔 것 같았다.



봄의 캠퍼스에는 응달이 가득하다


학교는 어쩌면 학생들을 대상으로 거대한 ‘교육’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정말로 어른들의 세계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 이런 세상에 잘 적응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봄이 깊어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캠퍼스는 여전히 응달이 가득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시흥캠퍼스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는

국제적 융복합 R&D 클러스터로 조성돼야 한다”며  

이는 우리 대학은 물론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며,

서울대에 주어진 근본적인 공적 책무를 다하는 일”이라고

성낙인 총장은 강조했다


– 2017년 04월 05일, 대학저널


출처: TWENTIES TIMELINE / 필자: 백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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