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한 끼를 소중히! 제1대 음식 대통령 선거
※ 국민맛집 식신과 이 포스트는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거나 지지하지 않음을 알립니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단순하게 아침에 일어나 ‘뭐 입지’에서부터 인생에 관련된 선택까지도. 책임의 무게는 각각 다르지만 선택은 그다음 일에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내 인생을 뒤바꾸는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선택은 중요하다. 생(生)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느 대학교에 진학할 것인가. 면접 때 무슨 옷을 입을 것인가, 좋아하는 연인에게 어떻게 고백해야 할까. 그리고… 오늘 뭐 먹지?
이 중요한 선택은 하루에 세 번씩이나 찾아온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오늘 하루의 에너지를 제공하고 나아가 나를 살아가게 하는 밥! 어떤 음식을 먹을까?, 그리고 어떤 음식점을 가야 할 것인가? 그냥 아무거나 먹는다고? 어떤 식사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오후를, 밤을, 심지어 숙면을 좌우할 수도 있다!
세상에 맛있는 건 너무 많고 내 마음을 모르겠고. 그런 당신을 위해, 당신의 힘든 오늘을 응원할 음식 후보들을 소개한다. 꼼꼼히 읽어보고 성분까지 따져가며 현명한 선택이 되기를.
기호 1번. 고구마
고구마든 고‘9’마든 같은 말 아닌가요
감자와 함께 구황작물계의 투톱. 투박한 껍질 안 부드럽고 달콤한 속이 일품이다. 푹 찐 고구마에 김치를 쭉 찢어 올려 먹거나 토핑 가득한 피자 도우 위에 올려도 어울리는, 한식과 양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고구마.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고구마를 정신없이 먹다 보면 목구멍 안에서의 ‘고구마 병목현상’을 느껴봤을 것이다. 속이 제아무리 부드럽고 달콤할지라도 넘어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 항간에서는 답답한 고구마보다는 차라리 싱거워도 국물이 있는 평양냉면이 낫지 않냐 한다. 하지만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이럴 것을 대비해 고구마의 친구, 사이다가 있지 않은가!
국민 맛집 식신이 추천하는 고구마 맛집 리스트
고구마 빵 전문 베이커리, 경북 영주시 ‘미소머금고’
고구마 웨하스, 고구마 쿠키, 고구마 파이 등 고구마만 이용하여 만든 디저트를 판매한다.
보라보라한 고구마 맛이 그대로~ 서울 종로구 ‘카페보라’
해풍으로 키운 보령의 자색고구마를 사용해 만든 빙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한국식 디저트 전문점. 자색고구마의 보라색이 살아있는 자색고구마 칩과 보라 빙수가 인기메뉴다.
눈앞에서 총총 썰어 튀겨내는 진짜 고구마튀김, 부산 중구 ‘남포동 고구마튀김’
30년 전부터 꾸준하게 단 한 가지 메뉴인 고구마튀김만 만들어 판 집으로 아주 크고 싱싱한 고구마마를 이용해 튀긴 일반 고구마튀김과는 차별화된 맛을 느낄 수 있다.
기호 2번. 홍어
우리의 ‘주메뉴’는 삼합입니다
어떻게 보면 꽤 귀엽게 생겼다. 대게 눈썹이 없지만 왠지 모를 이유로 있는 경우도 있다. 홍어는 특유의 맛이 강하다. 입안에 머금자마자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글썽해지며 정신이 쏙 빠질 정도다. 누군가는 이러한 홍어의 톡 쏘는 맛의 중독성에 빠져 홍어회만 찾을 정도라는데, 또 누군가는 입에 넣기도 전에 풍기는 냄새에서부터 손사래를 치곤 한다.
홍어회의 고릿한 냄새는 발효과정에서 번식한 세균에서 암모니아를 뿜어낸 것이라고. 삭힌 홍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치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깨끗이 세척한 후 내장을 제거하고 저온숙성실에서 15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국민 맛집 식신이 추천하는 홍어 맛집 리스트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 거리, 전남 나주시 ‘홍어1번지’
영산도 선창 홍어 거리의 30년 전통 홍어 요리 전문점으로 홍어 6단계 정식이 유명하다.
홍어 마니아들의 아지트, 경기 안양 ‘흑산도 홍어’
국산과 수입산으로 나눈 메뉴판이 있다. 주문을 하면 눈앞에서 사장님의 ‘홍어 해체쇼’를 감상할 수 있다.
설레는 홍어 탐험기의 첫 발자국, 서울 강남 ‘홍어와 탁주’
전통 방식으로 삭힌 강남의 흑산도 홍어 요리 전문점. 이외에도 민어매운탕, 연포탕 같은 전라도 요리를 판매한다. 전통을 이어온 방법으로 홍어 특유의 맛을 살렸다.
기호 3번. 평양냉면
물냉파 비냉파 아니고 반반파입니다
“세 번은 먹어봐야 평양냉면의 맛을 안다”는 말이 있다. “한국인은 삼 세판”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이다. 한 번만 먹어봐도 알 음식을 굳이 세 번이나 먹어야 안다고 하는지는 그 맛에 이유가 있다. 평양냉면에는 ‘간’이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혀에는 4가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건만 평양냉면은 어느 하나에도 종속되지 않은 듯하다.
평양냉면의 맛 표현은 ‘슴슴하다’ ‘닝닝하다’ 같은 음식답지 않은 비유로 가득하다. 마치 인간에게 인간이 아닌 로봇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평양냉면의 맛을 모르고 자극적인 시중 냉면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진정한 미식가가 아니라고 하며 또 어떤 이는 그런 심심함이 무슨 음식의 맛이냐며 고깃집에서 식사로 시키면 5분 내에 나오는 냉면이 훨씬 낫다고도 한다. 아무렴 어떤가,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주자.
국민 맛집 식신이 추천하는 평양냉면 맛집 리스트
오랫동안 고정된 팬층이 있는, 서울 중구 ‘필동면옥’
북한사람이 먹는 전통방식인 고춧가루가 위에 뿌려져서 나온다. 냉면을 먹기 전 평양식 만두와 편육은 꼭 먹어줘야 한다.
은은한 육향이 매력적인, 서울 중구 ‘평양면옥’
분당과 논현동에 분점이 있으며 본점은 장충동에 있다. 전통 평양식으로 만든 면에 메밀이 충분히 들어가 향긋한 메밀향이 난다.
1946년부터 지금까지 쭉 , 서울 중구 ‘우래옥’
평양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창업자가 월남한 후 1946년 서북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오로지 소고기만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기호 4번. 스테이크
한우를 구우면 스테이크가 된다
얼마 전 한바탕 불었던 ‘구제역의 그림자’ 때문일까. 한우의 매출은 갈수록 떨어지고만 있다. 여기에 김영란법까지 더하니 막강했던 한우의 자존심이 한풀 꺾인 듯하다. 그렇다 해도 한우는 여전히 수입산보다 우위에 있으며 비싸다. 이러한 한우의 이미지를 서민적으로 변모하고자 한우 자조금 관리 위원회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통해 ‘참 쉬운 한우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실 한우 스테이크의 비싼 가격은 차치하고서도, 사람들이 정작 한우 보다 그 옆의 데코레이션에 빠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어쩌면 한우보다 더 큰 존재감으로 자리하는 각양각색의 장식은 정작 주인공인 한우를 잊게 만든다. 데코레이션 때문에 스테이크를 사 먹지는 않지.
국민 맛집 식신이 추천하는 스테이크/한우 맛집 리스트
오랫동안 뚝심 지킨 가게, 전남 무안 ‘무안식당’
무안 양파한우가 시작된 40년 전통의 무안식당. 직접 개발한 한우 샤부샤부의 독창적인 맛과, 한우 생고기 등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무안 특산물인 세발낙지와 연포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우 등심을 먹으려면, 서울 동대문구 ‘대도식당’
마장동 도살장에서 잡은 1등급의 한우 꽃등심만을 사용하는 대도식당. 소고기 비계로 기름을 내고 무쇠판에 구워 먹는 방식으로 양배추와 파절이를 곁들여 먹는다. 외관은 서민적 분위기지만 내부는 넓다. 예약은 8인 이상 가능하니 참고할 것.
한국식 스테이크 하우스, 서울 중구 ‘한육감’
와인과 한우의 컬래버레이션을 즐길 수 있는 곳. 한육감만의 한우 숙성과 커팅 노하우를 이용해 부드러운 질감의 한우 맛을 살려내는 곳이다. 종업원들이 레어 상태까지 고기를 익혀주고 각자 앞에 놓인 돌판에서 고기를 원하는 굽기와 크기로 구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호 5번. 고등어
고블리는 고등 고등해~
당당한 가격으로 한우를 못 먹는 수많은 가족의 밥상은 지켜온 고등어다. 최근 미세먼지로 고역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등어는 엉뚱하게도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꼽히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고등어는 시멘트 먼지 속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목에 기름칠해 준 고마운 음식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고등어”의 ‘냉장고 안의 어머니가 절여놓은 고등어’라는 가사처럼 고등어는 어머니의 푸근함과 정감과도 이어진다.
이외에도 고등어에 얽힌 수많은 얘기와 노래는 고등어가 그 어느 음식보다 서민의 삶에 맞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고등어를 외식으로써 도전하지 않는다. 맛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밖에서 굳이 사 먹지 않는다. 왜일까. 알고 보면 맛도 있고 영양소도 풍부한데… 구워지는 순간까지 눈도 감지 못하는 고등어가 애석하다.
국민 맛집 식신이 추천하는 고등어 맛집 리스트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밥심의 원천, 서울 구로구 ‘해초랑’
구로공단의 ‘해우리’가 구로디지털단지의 ‘해초랑’으로 바뀌었다. 남도 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얻은 재료로 만든 남도 요리 전문점으로, 고등어를 비롯한 각종 바다 요리가 유명하다.
제대로 된 고등어 한상, 제주 제주시 ‘이춘옥 원조 고등어쌈밥’
고등어 쌈밥 제주도 올레 17코스의 해안도로에 위치한 곳. 적절한 간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 고등어 쌈밥 정식으로 유명하다.
진한 묵은지향이 나는 고등어 조림, 광주 북구 ‘도깨비마을’
저렴한 가격으로 묵은 김치와 푹 조려진 고등어 조림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감자탕과 갈비찜도 판매하며 고등어 김치 조림이 가장 인기가 많다.
내가 선택한 메뉴가 내 몸과 기분을 좌우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이의 선택에 태클 걸지 말자. 각자의 취향은 무궁하고, 때로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으니. 맛만 좋으면 됐지 뭐!
식신은 언제나 여러분의 한 끼를 응원합니다.
원문: 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