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타일이 나와 상극인 팀장을 만났다

조회수 2017. 4. 27. 1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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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다면 코드가 맞는 팀장을 만날 때까지 참을 수밖에요.

Question

3년 차 직장인입니다. 새로 부임하신 팀장님이랑 업무 스타일이 너무 안 맞아요. 저는 예전 팀장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원리원칙에 맞게 일을 하는데, 새로운 팀장님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시고 저를 혼내세요. 그렇다고 제가 잘못된 방식으로 일을 할 수도 없잖아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죠?

Answer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참 많죠. 앞서 쓴 글에서 ‘회사생활이 꼬이는 시추에이션 워스트 3‘를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 중 3위가 ‘상사랑 코드가 잘 맞지 않아서’입니다. 저 역시 상사랑 코드가 맞지 않아 고생한 적이 여러 번 있어요. 그중에서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5년 전쯤 일이죠. 당시 저는 일 잘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현부장 팀에서 1년간 일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인정을 받아 팀의 자칭 에이스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현부장과 더불어 그룹의 ‘쌍두마차’로 이름을 날리던 마부장 팀에서 일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마부장이란 분은 현부장과는 180도 다른 업무 스타일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에 대한 평가도 180도 달랐지요. 저는 현부장에게 배운 대로 소위 ‘컨설팅의 정석’에 맞게 일을 했는데 마부장에게 받은 피드백은 현부장으로부터 받은 것과는 완전 정반대였습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똑같은 상황에서 현부장과 마부장은 극과 극의 피드백을 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1주일 만에 핵심 가설을 도출할 경우

(현) “인사이트가 좋아서 그런지 짧은 시간에 훌륭한 가설을 수립했네요. 말 되는 것 같은데. 킵 업 더 굿 워크!”
(마)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결론을 도출한 거예요? 프로젝트 시작한 지 1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결론을 내놓고 일하면 어떡해요.”

브레인스토밍 회의 때 팀장과 다른 의견을 개진할 경우

(현)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적극 개진하는 모습이 좋네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포인트네요.”
(마) “팀원이 의견을 함부로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전체 팀원 앞에서 얘기를 할 때에는 한번 더 생각해보고 하세요.”

다른 팀원들의 업무를 시간이 날 때마다 적극 도와줄 경우

(현) “팀워크와 희생정신이 강하네요. 팀장 역할을 다 하네. 굿 잡!”
(마) “본인 업무도 다 마치지 않은 채 다른 팀원들의 업무에 간섭하는 모습은 책임감이 없어 보입니다.”

팀 내 회의에서 썰렁한 농담으로 팀에 웃음을 선사할 경우

(현) “가끔 농담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등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어요. 농담은 조금 개선이 필요하지만…” (^^)
(마) “실없는 농담으로 팀의 엄숙한 분위기를 헤치는 등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어요.”

뭐, 이런 식이었죠. 제 업무 스타일은 현부장과 일을 할 때나 마부장과 일을 할 때나 같았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업무 스타일에 대한 팀장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고, 현부장 팀에서 신바람 나게 일을 하던 저는 마부장 팀에서는 점차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팀의 ‘에이스’에서 한 순간에 팀의 ‘꺼벙이’가 됐죠.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됐을까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당시 저는 참 미련하게 대처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방안이 있었을 텐데요. 이제부터 이를 나눠볼까 합니다.

 


1. 팀장 입장에서 생각해라


만약 팀장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팀원들이 각자 자기 방식대로 일한다면 팀장이 팀을 이끌고 가기가 쉽지 않겠죠. 마부장 입장에서는 팀원들이 본인의 스타일에 맞추기를 바랐을 것 같습니다. 팀장이 팀을 잘 리드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게 팀원의 본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마부장에게 좋은 팀원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마부장 입장에서는 자신과 업무 스타일이 다른 제가 좋게 보일 리 없었을 것입니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 부장님 한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했죠. “엄마 아빠가 왜 자기 자식을 예뻐하는지 아느냐”고. “바로 자신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닮은 사람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고 그것은 팀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저 또한 팀장이 된 뒤에는 제 업무 스타일에 맞춰 일하는 팀원을 편애했으니까요.

결론: 팀원이라면 좋든 싫든 팀장의 방식에 맞춰라. 안 그러면 팀이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또한 팀장으로부터 밉상 팀원으로 찍히게 된다.

 

2. 팀장을 바꿀 수 없다면 본인을 바꿔라


마흔 넘은 팀장이 하루아침에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요? 특히 그동안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팀장까지 승진한 분들의 경우는 ‘마이 웨이’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바꿀 의사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도 마부장처럼 승승장구를 거듭해온 팀장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결론: 팀원 입장에서는 팀장의 업무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바꿔라.
때로는 카멜레온처럼 변신이 필요하다.

3. 본인의 방식이 옳다는 생각을 버려라


하지만 팀원 중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바꾸는데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팀원이 이럴진대 마흔 넘은 팀장은 더 하겠죠. 사람들은 왜 업무 스타일을 쉽게 바꾸지 못할까요? 능력이 없어서? 자존심 때문에?


당시 저는 오랫동안 익숙해진 현부장의 업무 스타일이 정석이라고 생각해서 마부장 방식에 맞추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마부장 스타일은 FM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팀원에 불과했고 팀원으로서 팀장의 업무 스타일을 평가한다는 것은 조금 주제넘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팀원이라도 팀장을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은 충분히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러한 평가 때문에 자신이 불이익을 받는다면…


제 답변이 너무 속물적인가요? 이제 보니 조금은 속물처럼 살 필요도 있습니다. 저는 속물적인 근성이 부족해서 여러 차례 실패했습니다만… 이 세상에 100% 정답이 없듯 현부장 스타일도 100% 맞는 방식은 아니고, 마부장 스타일도 100% 틀린 방식은 아닐 것입니다. 저 또한 제가 익숙했던 업무 스타일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마부장 방식에 쉽게 맞추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업무 스타일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팀장으로 승진한 다음에 내려도 늦지 않습니다. 사원이나 대리는 여러 팀장을 두루두루 경험하며 그분만의 노하우를 체득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저도 현부장을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현부장 방식이 얼마나 좋은지 몰랐잖아요. 마찬가지로 마부장을 한번 믿고 그 방식대로 일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팀장의 업무 스타일에 맞추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팀장과 코드를 맞추는 것도 팀원의 능력입니다.

결론: 본인의 방식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설사 그것이 진짜 옳더라도) 팀장을 한번 믿고 그의 업무 스타일을 익히는 데 노력해라.

 

4. 본인을 바꿀 수 없다면 잘 맞는 팀장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라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의 저처럼 본인의 업무 스타일을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참고 견디는 수밖에. 한 가지 희망은, 언젠가는 팀장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겠죠.

결론: 본인과 잘 맞는 팀장이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라. 단, 좋은 평가는 포기해라.

 

실패담


안타깝게도 저는 제 업무 스타일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현부장 방식대로 계속 일을 했죠. 물론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바는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업무 스타일을 쉽게 바꾸지 못했습니다. 마부장 방식이 옳든 그르든 팀원이라면 팀장의 방식에 맞췄어야 했는데요.


결국 저는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물을 냈음에도 평가 결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후 제 평판이 안 좋아졌다는 거죠. 마부장이 그런 얘기를 하고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저에게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됐어요. 아마 마부장도 저 때문에 자존심이 많이 상하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이후부터는 예전만큼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일하는 자세에서도 적극성이 많이 떨어졌고요. 자존심과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고수했지만 결국 자존심도 상하고 자부심도 잃게 되었죠. 그 후 인생의 큰 변화를 겪은 뒤에야 간신히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Key Takeaways

1. 팀장과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다면 본인의 업무 스타일을 팀장에 맞춰서 바꿔라.
2. 본인의 업무 스타일이 정답 같겠지만 이 세상에 100% 정답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3. 본인의 업무 스타일을 바꾸기 싫다면 코드가 맞는 팀장을 만날 때까지 참고 기다리되 그때까지 좋은 평가는 포기해라.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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