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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극복한다는 것: 샘 블룸의 이야기

조회수 2017. 4. 24. 1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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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든 순간 비범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펭귄은 가능하다!

1.


포토에세이 『펭귄 블룸』의 앞머리를 보면, 블룸 가족과 함께 지내는 까치인 ‘펭귄’이 한 금발 여성의 어깨에 앉아 다정하게 부리를 내밀고 있다.


눈을 감은 중년 여성의 얼굴은 퍽 평온해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크고 흰 글씨가 쓰여 있다.


For Sam.

샘(Sam)은 그녀의 이름이다. 그녀는 이 책의 저자인 캐머런 블룸의 아내, 샘 블룸이다.


사실 그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사실 책의 줄거리를 거의 다 이야기하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그만큼 이 책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는 세 아들을 가진 엄마이고, 호주에서 카약 선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 도쿄 장애인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하반신이 마비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녀가 가진 장애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장애를 극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 이렇게 선언한다.


여러분은 진실을 알 자격이 있습니다. 저는 진실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행복한 척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니까요.

– 200p

이 책의 앞부분은 사진작가인 그녀의 남편 캐머런 블룸이 서술하고 있다. 까치인 펭귄과 가족들이 함께 지내는 그 이야기는 퍽 감성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녀가 직접 이야기를 시작한 순간 분위기는 냉정해진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는 자신의 장애를 긍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을 행복하다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말하면 그것은 기만이 된다.


사고를 당하기 전의 그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났고, 간호사로 일하며 여행을 좋아했다.


그녀의 남편인 캐머런과는 그녀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해변가의 베이커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그녀가 키는 작지만 무척 활발하고 끝내주게 귀여웠다고 말한다.


그는 그녀가 무척이나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녀와 함께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사고를 당하기 전 샘의 모습

그러나 사실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내에 대해서 아름답게 묘사하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은 내가 그녀에게서 특별한 인상을 받은 것은, 태국에서 끔찍한 추락사고를 맞이하고 난 뒤 그녀가 자신의 가족들에게 처음으로 전한 말 때문이다.



수많은 기계가 자신의 몸에 연결된 상황에서, 진통제로도 이겨낼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견디며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말한다.


샘이 마침내 입을 열었는데 통증을 호소해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이 아니라 가족 휴가를 망쳐서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다.

샘의 이타심과 용기는 놀라웠지만 우리는 그녀처럼 용기를 낼 수 없었다.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곧 우리 모두 흐느껴 울고 말았다.

– 28p


이 순간, 역설적으로 독자들은 그녀에게서 비범함을 느낀다. 책에서 그런 순간들은 계속 드러난다.


그녀는 한 무신경한 의사가 툭 던지듯이 이야기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는 선고에 큰 충격을 받지만 곧 재활운동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순간 비범할 수만은 없다. 그녀는 때때로 자신이 깊은 절망과 분노를 느꼈노라 말한다. 두 다리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극심한 질투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펭귄의 이야기가 감동적인 것은, 그녀가 그렇게 고통 속으로 빠져 들어갈 때의 절망을 한 동물이 순수한 애정으로 치유해 준다는 것 때문이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는 온전히 그녀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캐머런의 이야기가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면, 샘의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전하는 조언이다.


그 묘사는 매우 생생하며 때로는 가슴을 무척 서늘하게 만들고, 때로는 읽는 사람이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이전의 삶에 대한 그리움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2.


샘이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생각했는지, 어떤 분노를 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부분에 굳이 적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는, 그녀가 자신의 삶을 어떤 방법으로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녀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A.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다


마비 환자가 된 건 뜻밖의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사고로 인해 갖게 된 새로운 시각을 위대한 영적 각성이라고 할 수도 없고, 이 경험 덕분에 제가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됐다거나 새롭게 생의 의미를 찾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 202p


그녀는 확실하게 말한다. 이것은 신의 선물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사고였고, 이 사고를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은 어떤 대단한 각성을 불러오는 계기가 아니다. 그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왜 자신이어야 했는지 시간을 쓰기보다는 그 사고를 받아들인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B.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한다


샘은 다친 자신이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자신이 다른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화를 내거나 자제력을 잃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속에 어쩔 수 없는 분노가 쌓여갈 때 반려동물인 펭귄은 아주 좋은 상담자가 되어주었다.


펭귄은 저를 위한 아주 근사한 상담자였습니다. 펭귄은 속상해하지 않으면서 제가 하는 말을 아주 집중해서 들어줬고, 제 말에 대해 실수로라도 경솔하게 대꾸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 204p

아마 반려동물에 대한 부분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작은 까치는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다친 펭귄을 돌보며 샘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펭귄은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행동으로, 눈빛으로 순수한 사랑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가족들의 사랑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가족들이 메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반려동물은 위로해줄 수 있다.


C. 자신이 할 수 있는 활동에 매진한다


물론 여러분이 어떤 활동을 즐기시건 좋습니다. 지속적으로 집중해서 노력하면 더 나아지게 됩니다.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따분함입니다.

정신적으로 집중할 대상이 없이 계속 육체적 불편에만 집착하면서 여러분에게 일어난 일에 분노하다 보면 인생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육체적 통증이 커지면서 우울증도 깊어지게 되죠.

– 210p


그녀는 새로운 운동인 카약에 도전하게 된다. 상체를 주로 쓰면서 그녀가 좋아하던 물과 가까이할 수 있는 카약 운동은 그녀에게 새로운 보람을 가져다 준다.


자신을 둘러싼 구속에서 벗어나 그 순간만큼은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운동에 매진한 끝에 그녀는 오스트레일리아 국내 대회에서 우승해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빠른 기록을 냈다. 현재는 2020년 도쿄 장애인올림픽 카약 국가대표를 준비하고 있다.

D. 연구에 기부한다


21세기에 살고 있는데도 척추 손상의 치료법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입니다.

세상에는 척추가 손상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의 9천만 명에 달하고, 매년 50만 명의 새로운 환자들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 220p


그녀의 말처럼 지금 의학계에서는 다양한 척추손상 치료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 뉴스에서 검색해 보면 생체이식 전극을 활용하여 치료한다거나 부작용 없이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 또한 도움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 『펭귄 블룸』 책 인세의 10퍼센트를 한국의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뚜렷한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녀처럼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싶어 하며 연구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녀가 말했듯이, 사고나 장애가 인간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고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현실을 인식한 뒤 묵묵히 살아나가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숭고함을 느낀다.


이 책 『펭귄 블룸』 이 수많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던 이유에는 샘 블룸이라는 인간에 대한 놀라움과 경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소박하다. 등산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사고 이전의 완벽한 감각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변에 서 있던 감촉을 다시 느끼길 바란다.


발 밑으로 느껴지는 모래의 부드러운 감촉과 발가락을 간질이고 쓸려나가는 물의 느낌 같은 것들 말이다.


그 작은 소망을 보면서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들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꼭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전까지 샘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풍부하게 즐길 것이다.


자신이 열심히 활동하는 스포츠,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펭귄의 지저귀는 울음소리 같은 것들을 들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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