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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아 위기를 막은 미국 공무원, 23명의 죽음을 막지 못한 한국 공무원

조회수 2017. 4. 22. 2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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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다 자기 소신에 따라 비극을 막으려 했던 두 여성 공무원이 있다.

1만 명의 기형아를 낳을 뻔한 미국, 한 명의 여성이 구하다


프랜시스 켈시라는 미국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FDA, 즉 미국식품의약국이었는데 신약 심사 후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맡았다. FDA에서 처음 맡은 일은 임산부의 입덧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독일 신약의 미국 내 판매 여부에 대한 심사였다.

프랜시스 켈시.

약의 이름은 탈리도마이드. 입덧뿐 아니라 두통, 불면증, 식욕저하 등 거의 모든 임신증후군에 잘 듣는다는 소문에 유럽 각국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보였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입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제약회사는 이미 유럽에서 절찬리에 판매되므로 미국에서도 의례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즉시 판매 허가가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담당자인 켈시 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이 약이 사람에게는 수면제 효과가 있는 반면에 동물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는 제약회사 측의 집요한 요구에도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승인 허가를 미루었다. 영화 ‘식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국 제약회사의 로비와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승인허가를 질질 끌었다.


그러던 차에 유럽 각국에서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해표지증을 가진 기형아들의 출산이 급증했다. 역학조사 결과 거의 모든 경우가 산모가 임신 중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당연지사로 탈리도마이드의 미국판매는 불허되었다.

유럽에서 8,000명이 넘는 기형아들이 태어난 반면 미국에서는 켈시 박사의 소신 덕택에 단 17명 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켈시 박사는 서류를 깔아뭉갠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겸손해 했지만 미국 정부는 훈장으로 그녀의 강직한 업무처리에 보답하였다.



씨랜드 참사를 막으려던 한국 공무원, 결과는 전근


이장덕이라는 한국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였고 하는 일은 유아청소년용 시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담당 계장으로 근무하던 1997년 9월, 그녀에게 관내에 있는 씨랜드라는 업체로부터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 허가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다중 이용 시설 중에서도 청소년 대상이므로 안전 대책이 철저하게 마련되어야 함에도, 실사 결과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가건물 형태로 화재에 매우 취약한 형태였다.


당연히 신청서는 반려되었지만 그때부터 온갖 종류의 압력과 협박이 가해졌다. 직계 상사로부터는 빨리 허가를 내주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왔고 민원인으로 부터도 여러차례 회유시도가 있었다. 나중에는 폭력배들까지 찾아와 그녀와 가족을 몰살시키겠다며 협박하곤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1998년 화성군은 그녀를 민원계로 전보발령했다. 씨랜드의 민원은 후임자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씨랜드 측과 관련 공무원들이 앓던 이 빠졌다고 좋아한 지 1년도 채 못되어 씨랜드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고 결국 18명의 유치원생들을 비롯한 23명이 숨지는 참극으로 끝났다.

똑같이 소신에 찬 말단 공무원이었지만 한 사람은 비극을 막고 다른 한 사람은 비극을 막지 못했다. 한 사람은 영웅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지만 한 사람은 경찰에 제출한 비망록으로 인해 동료들을 무더기로 구속시켰다는 조직 내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한 사람은 90세까지 근무하고 은퇴 후 조직에서는 그녀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했지만 한 사람은 현재 무얼하며 지내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그녀의 소신을 못지켜준 죄를, 그녀가 일깨워준 교훈을 잊은 죄를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아이들이 대신 감당하고 있다. 우리가 뭐라도 해야 한다면 출발은 여기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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