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만 하면 일이 늘어나는 팀장

조회수 2017. 4. 27. 10: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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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1시간 더 고민하면 팀원들은 10시간씩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Question

팀장님과 회의하는 게 정말 겁나요. 저희 팀장님은 회의 때마다 새로운 일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세요. A를 해오면 “B를 해와라” 하시고, B를 해오면 “B를 더 많이 해와라” 하시고, 네버 엔딩 스토리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회의도 업무도 네버 엔딩 스토리

Answer


팀장을 잘못 만나셨네요.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팀장이 바뀔 때까지 그냥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될 수 있으면 팀장님과 회의하지 마세요. 회의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이시고요. 회의 때는 가급적 말씀하지 마세요. 토론이 길어질수록 팀장님 호기심이 커져서 일만 더 늘어납니다.


앞서 ‘직급이 높을수록 적게 일해라‘라는 글에서 “팀장은 팀원이 놓쳤거나 아니면 미쳐 생각 못했거나 하는 일들을 찾아서 해야 한다”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렇다고 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까지 마구 벌여도 된다’라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업무 범위 관련 팀장의 역할에 대해서 한편 살펴보죠. 제 51% 정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 주는 것


경영진은 팀에 많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지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팀은 혼란스럽죠.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또 무슨 일은 꼭 해야 하고, 무슨 일은 하지 않아도 될지.


이럴 때 팀장의 역할은 지시받은 업무 중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며, 해야 하는 일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즉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업무 중에서 굳이 하지 않고 뭉개도 될 일이 무엇인지 정해주고, 혹시 그것이 나중에 문제가 되면 커버 쳐주는 일까지 해주면 금상첨화죠.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경영진이 ‘온천을 발굴하기 위해서 땅을 파볼 것’을 지시했다고 한번 가정해보죠. 이때 팀장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니라 ‘어느 땅부터 먼저 팔지’, 그리고 ‘어느 땅은 아예 파지 않아도 될지’를 정해주는 것입니다.


팀장을 흔히 ‘깔때기’와 ‘우산’에 비유합니다. 경영진이 던지신 수많은 업무 중에서 ‘쓸데없는 일은 거르고 중요한 일만 추려서 준다’는 의미에서 ‘깔때기’에, 그런 수많은 업무가 ‘팀에게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우산’에 비유하죠.


2. 업무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


업무를 하면서 또 하나 고민스러운 점은 과연 업무 완성도를 어디까지 높이느냐입니다. 앞의 비유로 돌아가서 말씀드리자면, 온천수가 나오는 땅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땅을 50미터까지 팔지 100미터까지 팔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땅을 깊이 팔수록 정확도는 더 높아집니다. 업무량은 그만큼 늘어나겠죠. 결국 팀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업무량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유능한 팀장이라면 “여기까지만 하자” 또는 “그래, 이만하면 됐어”라면서 업무량의 범위를 정해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팀은 금방 ‘번아웃’ 되겠죠.


3.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것


생각 없이 한참 일을 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엉뚱한 일을 하고 있었던 경험이 다들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이처럼 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이를 바로잡아 주는 것이 바로 팀장의 역할입니다.


앞의 비유로 돌아가면 팀이 동쪽에 있는 땅을 파야 하는데 엉뚱하게 서쪽에 있는 땅을 파고 있다면, 서쪽 땅 파는 것을 중단시키고 동쪽 땅을 파라고 지시하는 것이 바로 팀장의 역할이죠.

그런데 세상에는 앞서 말씀드린 팀장의 역할과 정반대의 역할을 하는 팀장들이 더 많습니다. 질문하신 분의 팀장님도 이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이런 팀장들은 팀을 매우 힘들게 하죠. 어떤 분들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1.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업무가 어딨어. 전부 다 해.”


경영진으로부터 지시받은 사항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전달하는 팀장을 가끔 만날 수 있습니다. 경영진이 지시하신 내용을 글자 한 자까지 그대로 받아 적은 뒤 이를 팀에게 다시 그대로 전달하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은 경영진 지시사항을 한 글자도 안 빼놓고 다 적는 게 무슨 대단한 능력인 양 자랑하고 다니죠. 속기사 하셔도 되겠네요.


이처럼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정해주지 않고, 지시받은 모든 일을 다 하라고 시키시는 팀장님은 팀을 정말 힘들게 합니다. 이런 분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줄 리 만무합니다.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전달하는 능력은 ‘가족오락관’에서나 필요하죠.

2.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밤을 새우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완성도를 높여.”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현빈 씨가 남발하는 표현 있죠.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저는 이 표현이 정말 싫습니다. 이 말은 현빈 씨가 해도 싫습니다. 현빈 씨보다 훨씬 못생긴 팀장님이 하면 더 싫겠죠. 일에는 반드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 있고 굳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일에 완벽을 다할 것을 기대하는 팀장이 있습니다.


이런 팀장 밑에서 일하다 보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힘을 다 빼서 나중에 정작 중요한 일이 터져도 일할 시간이 없거나 진이 빠져서 제대로 대응 못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너무 일을 완벽하게 하려다가 보고 일정을 놓쳐서 보고를 못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쫄지 말고 당당하게 답하세요. “아뇨. 이 일은 그렇게까지 힘을 뺄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회사 다니기 싫으면요…

3. “나는 이게 마음에 드는데. 이렇게 해.” 


촉이 떨어지는 팀장님도 가끔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은 항상 잘못된 방향으로 지시하죠. 촉이 떨어진다는 표현은 결과론적인 것이고, 사실 이런 분들은 고민을 깊게 하지 않는 분들입니다. 이런 팀장이 내리는 지시는 논리적인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개인 호기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죠. “내가 칠레산 와인을 좋아하니까 우리 매장에서 칠레산 와인을 팔자”는 식이죠.


팀에서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본인의 고집을 꺾지 않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이런 분 만나면 정말 팀이 산으로 가죠.


4. “그런데 이것도 궁금해하시지 않을까? 이왕 하는 거 이 일까지 하자.”


‘경영진이 시키지도 않을 일에 대해서’ 그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님에도’ 단지 ‘경영진이 궁금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일을 벌이는 팀장님도 있습니다. 무조건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분이죠. 중요한 사항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알면 좋지만 몰라도 대세에 큰 영향 없는 일인데도 굳이 꼭 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리고 경영진에 보고할 때에는 항상 이렇게 어필하죠.

“상무님께서 혹시 이것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제가 특별히 분석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팀에 와서는 이렇게 자랑하죠.

“거봐, 내 말 맞지? 상무님께서 좋아하시잖아.”

아니, 자기를 위해서 특별히 분석했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딨어요? 싫어도 준비한 사람의 성의를 봐서 좋다고 해야죠. 점수 따려면 혼자 힘으로 따세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팀원들 주말에 출근시키지 마시고요.

출처: 한화데이즈

팀원들은 팀장과 회의를 할 때 업무 범위가 명확해져서 업무량이 줄어들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팀장과 회의를 할 때마다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자꾸 바뀌고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져서 그 결과 팀의 업무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팀원들은 팀장과의 미팅을 피하게 될 겁니다.


팀장은 절대로 쉬운 역할이 아닙니다. 업무 범위를 잘 컨트롤할 줄 아는 팀장이 되려면 정말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팀장이 1시간 더 고민하면 팀원들은 10시간씩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5명이라면 총 50시간이네요. 팀장님들, 고생하는 팀원들을 위해서 잠시 1시간만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나요?

 


Key Takeaways

1. 팀원들은 팀장과 회의를 할 때에 업무 범위가 보다 명확해져서 업무량이 줄어들 것을 기대한다.
2. 팀장은 이를 위해 업무상 우선순위와 추구할 완성도 수준을 결정해주고, 팀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3. 팀장이 1시간 더 고민하면 팀원들은 10시간씩 일을 줄일 수 있다. 팀장님들, 좀 더 고민해주세요!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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