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거, 타이온을 넘은 2세대 잡종 '릴리거'의 등장

조회수 2017. 5. 27. 17: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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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귀엽지만 이는 실제 야생에서는 태어나지 않을, 인간의 욕심으로 탄생한 종입니다.

사자(Panthera leo), 호랑이(Panthera tigris), 재규어(Panthera onca), 표범(Panthera pardus), 눈표범(Panthera uncia)은 모두 표범속(Panthera)이라는 하나의 속에 포함됩니다. 일반적으로 야생에서 이들은 같은 종끼리 번식하지만 같은 속(genus)에 속하는 동물들도 이종 교배가 가능합니다. 이런 잡종들은 자연상태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지만 동물원 등에서 인공적으로 교배가 이뤄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도 아주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의 잡종 1세대를 라이거(liger)라고 부릅니다. 수컷 호랑이와 암컷 사자의 잡종 1세대는 타이곤(Tigon)이라고 하죠. 라이거는 사자-호랑이 잡종 가운데서는 가장 교배가 쉬운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에버랜드를 비롯해 동물원에서 라이거가 태어난 바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뭔가 묘하게 생겼습니다.

계속해서 발견되는 이종교배의 사례들


사자와 호랑이 잡종 1세대인 라이거나 타이곤은 생식능력이 정상적인 사자 호랑이보다 떨어지는 편입니다. 사실상 수컷 라이거나 타이곤은 생식력이 없어 2세를 얻은 사례가 없습니다. 이것은 사자와 호랑이가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지만 어느 정도 종분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더 진행해 유전자의 차이가 아주 커지면 결국 아예 잡종 1세대도 얻을 수 없게 되겠죠.


흔히 종(Species)의 정의로 ‘개체 사이에서 교배가 가능한 무리의 생물로, 다른 집단과는 생식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실제로는 두 개의 개체군이 진짜 생식적으로 분리된 것인지, 또 상호 교배가 가능한지 아닌지 분류하는 것은 그다지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부터 아종인지 별개의 종인지를 두고서 논란이 있어왔던 종들이 있었으며 오랫동안 별개의 종으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유전자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종들도 있다는 것이 현재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소개한 북극곰과 갈색곰이 그런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별개의 종으로 분류했던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시스 사이에서도 교배가 있었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퓨! 전!

2세대 잡종 릴리거의 등장


아마도 사자와 호랑이는 북극곰이나 갈색곰,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호모 네안데르탈시스보다 더 분리가 일어난 종이지만 2세대 잡종이 생길 수 있음이 최근 증명되고 있습니다. 일단 앞서 말한대로 아직까지 수컷 라이거나 타이곤은 생식능력이 입증된 바 없지만 암컷의 경우는 가능하다는 것이죠.


수컷의 경우 정자를 통해 Y염색체 같은 성 염색체와 핵 DNA를 전달하는 반면 암컷의 경우 난자를 통해 mtDNA와 핵 DNA를 후손에게 남깁니다. 따라서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 수컷 호랑이와 암컷 사자의 잡종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고 실제로 명칭도 별도로 부릅니다.


자연상태에선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러시아 및 미국의 동물원에서 2012-2013년 사이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 사이의 2세대 잡종인 릴리거(Liliger)가 태어났습니다. 즉 사자 75%에 호랑이 25%인 잡종인 셈입니다.

2012 년 노보시비르스크 동물원에서 태어난 릴리거 키아라(Kiara).

2013년 11월에는 미국에서 릴리거 3형제가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릴리거들이 3세대 잡종도 만들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암컷 타이곤과 수컷 사자 사이에서 태어나는 리티곤(Litigon)의 경우 1971년 인도의 알리포르 동물원에서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는 정도이나 암컷 라이거와 수컷 사자는 최근에야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표범속의 잡종 교배 가능성을 보고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위키피디아

즉 라이거 외에도 재규어 x 사자 같은 잡종도 가능합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생기는 잡종, 윤리적으로 정당한가?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항상 고운 것은 아닙니다. 실제 야생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오늘날 야생동물 보존의 목적도 같이 담당하는, 특히 여러 동물들의 멸종 위기가 커지면서 종 보존을 위한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동물원에서 이것과 아무 관계없는 잡종을 만드려고 자꾸 노력하기 때문이죠. 이는 결국 동물원 홍보 및 관람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사자 연구 센터의 크레이그 팩커는 이와 같은 일이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동떨어진 일이며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의미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으며, 북미의 동물원들을 대표하는 동물원및 수족관 협회 역시 이를 비판했습니다.


410kg이 넘는 체중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된 라이거 허큘리스(Hercules)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입니다. 이 라이거는 가장 큰 고양이과 동물이란 기록을 세웠습니다. 라이거는 매우 체중이 커질 수 있기에 관람객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될지 모르겠지만 과연 이것이 21세기의 동물원이 추구해야 하는 목적인가 하는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크고 아름다운 라이거 허큘리스.

원문: Caperture Laboratories


참고

위키피디아: 판테라 하이브리드
위키피디아: 릴리거
ABC 뉴스: 오클라호마 동물원의 릴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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