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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여, 페미니스트가 되어라

조회수 2017. 4. 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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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평등을 화두로 삼은 캠페인을 광고 업계에서는 'Femvertising'이라 부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페이스북 계정에 30여 개 회원국의 성별 임금 격차를 보여주는 그래픽을 띄웠다.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30여 개 나라 중 맨 아랫단을 차지했다. OECD는 고용시장에서의 남녀 차별 수준을 모두 14개 잣대로 평가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OECD 평균보다 남녀 차별이 심했다.

데이터 제공: OECD, 출처 : 한겨레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들은 이런 사회적 차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이런 여성들에게 위협감을 느끼는 남성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행복하려면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고 여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여성은 의존적이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편견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은 페미니스트임을 자칭하며 페미니즘 문화에 동참해왔다. 한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문화 영역뿐 아니라 광고 영역에서도 페미니즘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페미니즘 + 광고 : Femvertising


페미니즘 사상을 반영하여, 성 평등을 화두로 삼은 캠페인을 광고 업계에서는 ‘Femvertising’이라 부른다. Femvertising을 잘 보여준 세계적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Hero baby와 Dove – 당신은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책상 위에 유명한 미인들의 사진과 함께 엄마의 사진을 올려놓은 뒤,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선택하게 하는 실험이 있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아이가 엄마의 사진을 선택했다. 이는 스페인의 베이비 푸드 전문 브랜드, ‘Hero baby’에서 진행했던 실험이었다. 세계의 많은 어머니들은 이 실험 영상을 보고 큰 위안을 얻었다는 후문.


이처럼 자기 자신이 아름다운 여성임을 깨닫게 해주는 캠페인 광고 사례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2013 칸 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Dove’의 캠페인 광고, ‘리얼 뷰티 스케치(Real Beauty Sketch)’. Dove는 FBI의 몽타주 전문 요원을 불러 여성들의 얼굴을 스케치하게 한다.


한 번은 여성 스스로 자기 자신의 외모에 대해 묘사하게 하고, 또 한 번은 다른 이들에게 그 여성의 외모에 대해 묘사하게 한다.

모델이 되었던 여성들은 대부분이 자신의 외모가 가진 단점에 관해 이야기했고, 다른 이들은 그 여성의 외모가 가진 장점에 관해 이야기했다.


당연히 결과물은 다른 이들이 얘기한 쪽이 훨씬 좋았다. Dove는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판타지가 아닌, ‘당신은 이미 아름답다’는 진실을 선사해줬다.


Pantene – Not Sorry(미안해하지 마)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여성은 약하고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는 단순히 남성의 시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성의 시각에서도 그러하다.


P&G의 샴푸 브랜드인 팬틴(Pantene)은 이러한 시각을 걷어내기 위해 ‘Not Sorry’라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미안하다’는 말은 자신이 소극적이라고 인식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여성들의 대표적인 언어이다. 자신이 잘못한 상황이 아님에도, 그들은 습관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팬틴은 이는 옳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습관을 버리고 더 당당해지라고 여성들에게 주문한다. 이는 앞서 살펴봤던 Dove의 사례와도 연관되어 있다.


여성들은 스스로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늘 미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팬틴의 광고는,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사람이니 남들 앞에서 더 당당해지라고 말한다.


Always – #Likeagirl


P&G의 생리대 브랜드, Always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들이 보여준 광고는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폭로하거나 자각하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들이 ‘이미’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과 어떤 점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들은 먼저 성인 여성과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에게 ‘여자애처럼 할 것’을 주문한다.


이를테면 ‘여자애처럼 뛰는 척을 해봐라’, ‘여자애처럼 던지는 척을 해봐라’, ‘여자애처럼 싸우는 척을 해봐라’ 와 같은 요구들 말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소극적이고 우스꽝스럽게 달렸고, 힘없이 공을 던지는 시늉을 했으며, 장난치듯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람들에게 이미 ‘여자애처럼’에 대한 인식이 나쁘게 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10대 여자아이들의 행동은 어땠을까. 그들은, ‘여자애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달리고, 던지고, 싸웠다. 그리고 한 아이는 말했다. ‘여자애처럼 달리라’는 말이 ‘최대한 빨리 달리라’는 말처럼 들렸다고.


이는 ‘여자애처럼’이라는 말이 조롱이 아니며 그렇게 쓰여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우리가 편견을 걷어내고 여성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주문하는 것이다.


Always의 이와 같은 광고는 꽤 효과적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생리대를 부끄럽게 여기고, 또 일부 남성들은 생리대를 차는 행위를 조롱하기까지 한다.


단순히 ‘생리대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하지 않고 ‘당신은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에요’라고 말함으로써 Always는 많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국의 페미니즘 광고는 언제?


세계적으로 페미니즘 캠페인 광고가 인기인 반면에, 한국에서는 아직 Femvertising이 뚜렷하게 적용된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2015년에 일어났던 ‘#나는페미니스트다‘ 캠페인이나, 개그우먼 김숙이 가모장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가부장적인 질서에 대한 풍자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브랜드에서도 충분히 페미니즘 캠페인이 시도될 만한 여지가 있다.


‘#나는페미니스트다’와 같은 경우, 2016년에 한국 여성연합에서 ‘성평등 디딤돌’로 선정되었으며 트위터 사용자를 포함한 네티즌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많은 이들이 이 캠페인을 통해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지니며,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선언했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 캠페인에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졌으며, 일부 언론에서는 이 캠페인이 진행되었던 지난해를 한국 페미니즘의 원년으로 기록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심은 포기하지 않을것. 말하고 싶은 것은 끝까지 말할 것 #IWD2016 #나는페미니스트다

— 밀크티 (@milkcloud17) March 8, 2016

갓숙으로 받들여지는 김숙의 인기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늘상 매체에 소비되는 여성의 이미지에 반감을 품으며,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남성 연예인들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도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김숙은 이러한 매체의 풍토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뒤집어 보여주며 많은 시청자에게 통쾌한 감정을 선사한다.

여자 기분 나쁘게 말이야… 출처: jtbc

광고계에서 김숙은 핫하다. 하지만 이 광고들은 김숙이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와 인기에 의존하여 김숙의 이미지를 소비할 뿐,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고 건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위의 예들과는 다르다.


여성들이 사회적 편견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페미니즘을 전파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페미니즘을 광고에 효과적으로 시도한다면, 브랜드의 인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변화 또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P&G의 Always 같은 멋진 사례가 한국에서도 탄생할 때가 되었다. 어떤 브랜드가 이를 먼저 시도할지 기대된다.

특성이미지 출처: MBC

원문: Conte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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