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나에게 '위대한 직장' 구하는 법

조회수 2017. 3. 30. 11:2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재무재표'에 약간의 산업 정보만 있다면 기업 문화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Job 체크리스트 10가지


2007년 영화 ‘버킷리스트’ 덕분에 한동안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등 여러 콘셉트의 리스트가 나돈다. 버킷리스트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입사 전에 반드시 체크해야 할 재무제표 10가지 항목이 있다. 이것 역시 입사 지원 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다.

1. 회사 실적
2. 회사 규모
3. 회사 주인
4. 경영진
5. 직원 현황
6. 주요 사업분야
7. 계열사 및 관계사 현황
8. 영업 현황
9. 기업 문화
10. 기타 경영 환경 등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재무제표를 통해서다. 정말 그런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회사의 기본적인 실적은 최소 4년 치 확인하자


기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힘을 드러낸다. 매년 흑자와 성장하는 회사면 더없이 좋다. 손익계산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엑셀 표로 만들고, 이왕이면 그래프로 변환해 보자.

FY12-15 아모레퍼시픽 별도 재무제표
전년 대비 18% 성장률이라… 굿굿 

내가 갈 회사가 상황이 꼭 ‘아모레퍼시픽’처럼 좋지 않을 수 있다. 어떤 회사든 과거 4년 수치를 통해 성장성 추세는 미리 확인하자.

 


2. 회사 규모도 비교해 보자


재무상태표는 회사가 사업 첫 년도부터 누적시킨 자산, 부채, 자본을 나타낸다. 특히 자산총계는 그 회사의 규모를 상징한다. ‘본사 건물이 종로에 30층짜리가 있다’ ‘창원에 공장부지가 10만 평이다’ 이런 것을 다 포함해 금액으로 치환시킨 것이 자산총계다. 전에 다니던 회사랑 비교해도 좋고, 경쟁사와도 견주어 보자.

2016년 4월 6일 기준 네이버 증권정보 OCI

OCI는 표백제인 과탄산소다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지금은 태양광발전 기업의 소재인 폴리실리콘 분야의 세계 3대 제조업체이며,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NF3(삼불화 질소) 분야에서 세계 1위 생산업체다. 자산총계가 7조 4,187억에 달한다. 경쟁사가 어디인지는 인터넷 포털 증권정보 사이트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재무상태표 주요 지표를 통해 경쟁사와 내가 관심 있는 기업의 규모를 비교해 보자. 


 

3. 회사 주인이 누구인지 눈여겨보자


주식회사라면 대주주가 존재한다. 회사 웹사이트의 사장 이름을 보고 “저분이 회사 주인이구나! 앞으로 저분처럼 주인의식을 가져야지.”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참, 순진한 취준생이다. 재무제표 주석 1번 ‘일반사항’에는 회사 주주현황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FY15 재산커뮤니케이션 감사보고서

㈜재산커뮤니케이션은 100% 지분은 이재환이다. 이재환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동생이다. 많은 의미를 갖는 정보다. 회사의 진짜 오너를 파악해야 한다. 

 


4. 경영진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나?


기업이 아무리 조직이고,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해도 CEO의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나야 사장님 볼 일이 없으니까 상관없다.” 아하 이런 마인드라면 다소 걱정스러운 직장 예비인이다. 괜히 찔려 하지 말자. 살다 보면 그 외에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지금이라도 체크하자. 상장사는 감사보고서 외에 사업보고서라는 두꺼운 자료를 공시한다.

FY15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권오현 씨다. 연봉은 1억 4,954만 원이다. 사업보고서 ‘임원 및 직원의 현황’에 가면 학력, 이력, 연봉 등 포탈에서 찾을 수 없는 개인정보가 공개되어 있다. 그만큼 CEO의 책임이 무겁기 때문이다. 

 


5. 직원 현황을 잘 살펴보자


그래 맞다. 임원이 뭐 중요한가? 당장 내가 얼마 받을 수 있고, 직원들은 얼마나 다니는지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업보고서 ‘임원 및 직원의 현황’에서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 직원 수, 근속 기간도 확인할 수 있다.

FY15 대우건설 사업보고서

건설사 중에 가장 평균 연봉이 높은 데가 대우건설이다. 그렇지만 잘 살펴보면,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편차가 있다. 해외건설 현장 특히 위험한 지역에 근무해야 한다. 어쩌면 이게 4번보다 더 중요하다. 

 


6. 사업 현황을 이해하자


대충 들었는데, 이 회사는 어떤 분야에서 강점이 있지? 지원하는 회사보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 ‘가고 싶은 부서’에만 몰입하면 안 된다. 갔더니 다른 데로 보내면 어쩌려고… 그도 그렇지만 우선 회사가 잘돼야 내가 잘 된다. 무슨 ‘꼰대’ 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이 된다는 의미다. 개인 역량보다 팀, 본부, 계열사의 역량이 우선시된다. 평가조차 그렇다. 나만 잘 나서는 성과급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잘나야 한다. 그러므로 회사의 사업현황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FY15 옐로모바일 사업보고서

사업보고서 ‘사업의 개요’에는 기업의 사업부문 정보, 성장성, 리스크까지 기업 스스로 분석한 내용이 들어 있다. 옐로모바일은 80여 개 회사가 합쳐진 거대 기업이다. 외부에서 이해하기 정말 어렵다. 그들이 규정한 대로만 읽어 봐도 정보로 충분하다. 


 

7. 계열사 구조를 확인하자

작은 회사라서 가족 같을 거야.

가봤더니 계열사가 10개란다. 조금 어렵지만 감사보고서 주석 중 ‘관계기업 및 종속기업투자’ 항목을 찾아보면 계열사 구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지분율이 50% 이상 되면 아들 회사인 종속사,그 이하면 관계사라고 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2가지 이유다. 혹시나 종속 또는 관계사가 부실해서 내가 갈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는지와 나중에 모기업에서 정년 이후에 갈 수 있는 계열사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너무 멀리 봤나?’ 물론 다들 나름의 계획이 있겠지만, 직장인으로 최우선의 덕목은 “가늘고, 길게, 평강히”라는 나의 기준에서는 그렇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필자의 기준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FY15 대창단조 감사보고서

대창단조㈜라는 회사가 있다. 중장비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아주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가 5개의 종속 및 관계사 투자를 증가시키고 있다. 장부가액은 아직 미비하지만 관련 업종의 수직계열화를 준비하는 것 같다. 들어간 후에 “○○○씨는 ○○소속으로 발령냈습니다. 아마 내년쯤에나 지원하셨던 사업부로 합류하실 것입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당황하지 말고…’가 되어야 한다. 

 


8. 부서 중의 꽃은 영업이다


“나는 기획부서라 영업이랑은 상관없어요.” 아하… 직장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런데 이런 말을 했다면 회사가 왜 존재하는지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은 돈 벌기 위해 모인 집단이다. 부서 중의 꽃은 기획이 아니다. 영업이다. 營業(영업)은 永遠(영원)하다. 회사가 기술력이랑 브랜드 이미지가 없더라도, 영업망이 튼튼하면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대는 ‘어마무시’ 힘들다.


옮길 회사의 영업구조가 어떤지 확인해 두자. 재무제표 주석에는 ‘영업부문’이라는 걸 찾아보면, 어느 지역에서 회사 상품이 팔리는지, 어떤 제품이 기여도가 높은 것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어떤 부서로 배치받던지 어떤 일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지, 어디가 의사결정 파워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돈 버는 데가 기업에서는 우선순위 ‘짱’이다.

FY15 이마트 감사보고서

이마트의 영업부문 정보를 보면 서울 및 수도권 보다 그 외 지역이 쏠쏠하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본사는 마이너스다. ‘본사 쪽은 스트레스 좀 받겠는걸!’ 이 정도 센스는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 

 


9. 이제까지의 항목을 통해 기업문화를 추측하자


대단한 추론 능력과 분석기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리스트 적어 본 것에서 느끼는 바를 통해 회사 분위기가 어떨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산업에 대한 약간의 정보만 있다면 기업문화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적은 좋고, 덩치도 있네. 아 사장님이 기술 쪽 분이시네. 직원들이 오래 다니나 봐. 연봉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근속연수가 기네. 조금 지는 사업분야구나. 계열사가 5개라. 그래도 탄탄한 영업망이 있어서 실적이 좋았구나. 흠…. 오래된 임직원도 많고, 크게 경쟁사도 없으니, 여긴 좀 보수적일 거 같은데…

1-8번까지 재무제표를 통해 얻은 정보는 거시적이다. 알다시피 직장생활의 백미는 사무실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더 구체적이고, 미묘한 사항이지만 이 또한 기업 전체의 구조나 문화로부터 나온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는 연공서열을 따지고, 군대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금융이 최첨단 산업이라지만 돈으로 돈을 버는 회사에서는 규율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FY15 에스에이엠티 사업보고서

㈜에스에이엠티는 반도체를 유통·판매하는 회사다. 기술 관련 업체 같아 보이나, 유통망을 장악한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키코 사태로 많은 손해를 입었지만, 버티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이런 회사는 아무래도 안정적인 기업문화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해 본다. 그러지 않았으면 오히려, 외부 충격에 버티질 못했을 것이다. 


 

10. 거시지표도 참고!


재무제표에 나온 수치는 아니지만 거시지표도 참고해야 한다. 취직의 타이밍은 개인적인 문제다. ‘대학 졸업을 언제 했는가’에 따라 취준생 연차가 결정된다. 그러나 회사를 옮길 때 기회도 생겨난다. 떠날 때 사회경제 전반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 침체 시기에 사람을 뽑는다는 건 회사가 어려워 이탈자가 생겼을 수도 있다. 안 좋은 상황에서 오픈된 빈자리는 어려움이 더 많을 수 있다. 반대로 호황기에 인력이 더 필요해서 마련된 기회라면 잡아야 한다. 새로 간 기업에 기여하고, 능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2000-2016 종합주가지수

경기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종합주가지수와 같이 시장에 민감한 지표가 좋다. 전체가 아닌 업종별로 나눠진 것도 좋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종합주가지수다. 2000년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면 2008년과 2011년은 이직하기 좋은 타이밍은 아니다. 최근 4-5년간의 저성장 기조도 종합주가지수가 잘 보여주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꼼꼼히 체크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될 때 그래도 재무제표 열어보고, 몇 가지 정보만이라도 알고, 결정하면 그나마 후회가 적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를 위해 재무정보를 제공한다. 경영활동은 단지 숫자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중요한 정보도 함께 담고 있다.


“나는 회계를 잘 몰라서 힘들다”고 하지 말고, 한 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DART)가서 회사 검색을 해보자. 얻을 게 정말 무궁무진하다.


원문: 이승환의 브런치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