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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고의 멍부 지휘관, 무타구치 렌야

조회수 2017. 3. 25.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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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도 악이다.

유명을 달리한 김종학 PD의 걸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가운데에는 명장면이 많았지. 드라마 사상 최초의 키스신도 그렇고, 아들을 잃고 넋을 잃고 아들을 바라보는 침묵 장면, 그리고 라스트 신 등등 기억나는 장면들이 많지만 최재성이 굶주림에 지쳐 뱀을 뜯어먹는 모습 또한 기억에 남을 거야. 그때 최재성은 이 연기를 위해 며칠을 굶다시피 하고 사정없이(?) 뱀을 뜯어먹었다지. 사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하는 사람 없다고 며칠 주리고 나면 바퀴벌레인들 입에 못 넣겠어.

뱀이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

이 임팔 전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하나 있다. 무타구치 렌야(牟田口廉也). 일본군 15군 사령관. 이 인간의 이름은 일찌감치 중일전쟁 개막시에 드러나. 당시 베이징 근처의 일본군이 야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총성이 울려서 전 병력을 집합시켜. 그런데 한 명이 나타나지 않는 거야.


중국군의 습격이라고 생각한 연대장은 비상을 걸고 중국군을 공격하라고 명령하는데 사실 문제의 실종자는 용변을 보느라 집합에 빠졌던 것이었거든. 하지만 어차피 중국과 맞붙을 생각이 그득했던 일본 군부에게는 문제가 안됐지. 제2차 세계대전의 시발을 이로부터 시작된 중일전쟁에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 중국군과의 무력 충돌을 명령한 사람이 이 무타구치 렌야 연대장이었어.

무타구치 렌야

전쟁은 군인의 승진을 빠르게 하지. 7년 뒤 그는 중장을 달고 버마 주둔 일본군 15군 사령관이 돼. 그는 야심차게 공격 작전을 세우지만 그가 공격하고자 하는 땅은 지구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울창한 정글 지대였어. 일본군은 그야말로 정글 한복판에 뛰어들게 돼.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온다.

당시 전투에 참가한 일본군이 이 동요를 들었다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데굴데굴 굴렀을지도 몰라. 그야말로 지옥의 노래였을 테니까… 일단 보급 자체가 안됐고 악어 떼같이 덩치 큰 맹수부터 거머리같은 작은 흡혈귀들까지 별의 별 괴물들이 정글 속에 도사리고 있었지


보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무타구치 렌야 중장, “적의 것을 빼앗아 보급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자신이 칭기즈칸이라도 된 줄 알았나 봐. 이때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일본의 왕자가 무타구치를 방문해서 보급 문제를 묻자 무타구치는 호쾌하게 대답해. “적의 것을 빼앗으면 됩니다.” 그러자 왕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되묻지. “아 그런가. 그런데 적들도 똑같이 생각하면 어쩌지?” 군복을 입긴 했지만 군사적 지식이 별로 없는 왕자의 질문에 무타구치 렌야는 말문이 막혔다고 해.


사방에서 보급이 안된다고 아우성을 치자 무타구치 렌야 중장 사마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령 하나를 발한다.

일본인은 원래 초식이다. 안되면 풀을 뜯어먹으면서 전진하라.

세상에 이런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앞서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재성이 뱀을 뜯어먹은 이유를 알겠지?

원래 일본군의 전통이 사람 목숨을 공깃돌 이하의 존재로 치부하는 것이었긴 하지만 이 임팔 전투에서 일본군은 그 상태가 극히 나빴어. 상명하복이 절대적이었던 일본 군대에서 초유의 항명 사태가 난 건 그 단면의 하나지.

휘하 사단장 한 명은 “우리 적은 영국군이 아니라 너희들이다!”라면서 무타구치에게 정면으로 반발하고 부대를 철수시켜. 그런데 무타구치 렌야는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항명 사단장에게 칼을 내밀고는 총총 사라지지.

이걸로 자결하라데스!

보통 일본군 분위기라면 “죽지 않고 돌아와 죄송합니다.” 하면서 배를 가를 텐데 사단장은 길길이 날뛴다.

이 칼로 내가 너를 죽이고 말겠다!

 이 사단장의 후퇴에 분노(?)한 무타구치 렌야는 또 하나의 길이 남을 명령을 휘하 군대에 내린다.

탄환이 없으면 총검이 있다. 총검이 없으면 이빨이 있다. 이빨로 물어뜯고 발로 차라. 일본은 신이 지켜주는 나라다!

남은 건 ‘반자이 돌격’ 뿐이었지. 반자이 부르면서 기관총을 향해 돌진하며 “누가 빨리 죽나” 내기같았던 절망적인 공격. 영국 공군이 일본군 사령부를 공습하겠다고 하자 영국군 사령관은 손사래를 친다,

일본군 사령관은 우리 편! 왜 우리편을 죽이냐?

일본 군대 절반이 녹아 없어졌고 나머지도 만신창이가 돼 철군하자 무타구치도 암담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천황 폐하께 죄송하다면서 자결할까? 소리를 입에 담지. 그때 그에게는 무척 총명한 부관이 있었어.

결행하십시오. 아무도 안 말립니다. 이번 작전의 실패는 충분히 그러실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면서 권총을 내민 거야. 이 무타구치가 눈물을 흘리면서 권총을 받아 스미마셍 하고 방아쇠를 당겼……으면 좀 나은 인간으로 역사에 남겠지만 그는 그럴 넘이 아니었어.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한다. 전쟁 중 민간인 학살 같은 짓은 하지 않아서 전범으로 큰 처벌도 받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근 80까지 장수만세를 누리던 그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부하의 잘못이었다고 우겼고 전몰자 추모제 같은 데에 가서 그 소리를 하다가 물세례를 받기도 했어. 거기까지만 해도 봐 주겠는데 자신의 명령에 항명했던 사단장 사토 고토쿠의 장례식에까지 나타나

임팔 전투는 내 책임이 아니야!

라고 부르짖은 건 관 속의 사토가 벌떡 일어날 일이었지.


임팔 전투가 시작된 날, 저 무타구치 렌야의 생전에 토해놓은 기염(?)들을 돌아보면 이건 비단 전쟁 얘기만은 아닐 성 싶어.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사람들 많이 만나잖아. 도대체 저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갔을까 싶을만큼 무능하지만 그 무능에 비해 비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오면서도 그 책임은 결코 자신에게 미루지 않고 되레 억울해하면서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

라고 부르짖는 사람들 말이야. 이리 보면 무능도 악이야. 무능한 자가 제 분수를 넘어서는 권능을 부리려 할 때, 억지가 나오고 아집이 나오고 독재가 나오는 것이니까.


연전에 제 휘하에서 자살한 병사를 두고 점쟁이한테 급살할 사주라는 점괘를 받아와서는 부모한테 내밀며 “잘 맞지 않나요?”라고 묻던 대한민국 육군 대위를 보면서 무타구치 렌야 생각을 했어. 저런 인간들이 승진하고 별 달면 무타구치 부럽지 않은 괴물이 나오겠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더라고. 그런 인간들은 잘못된 명령으로 부하들 다 죽여 놓고도 왜 내 부하들 사주가 이 모양이냐고 그래서 졌다고 할 거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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