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다고, 쉽다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선택하지 마세요

조회수 2017. 2. 9. 11: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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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취업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가 아니다

나의 아르바이트의 끝은 어디인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픈 사람은 어떤 경험을 하는 것이 좋을까?


패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산업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열정적인 산업. 놀랍게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드라마는 두 학과의 지원자들에게 큰 지원동기를 마련해주었다. 비서학과와 패션 디자인 학과.


우리가 내리는 결정들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결정의 순간엔 굉장히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이다. 여러 가지 논리와 이성은 그 충동적인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스로가 결정 후에 합리화 과정으로 만든 근거들일 수 있다. 특히 고3 때 학과에 대한 선택과 결정을 할 때 대부분은 그 이미지와 느낌을 기반으로 전공을 선택한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생각한 가상의 직업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고 그 상상대로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고 패션을 생각했던 친구들은 실제 패션 업계에서 근무하며 환상이 너무 컸음을 그때야 인지하게 된다. 문제는 그것이 환상임을 깨닫고 현실을 직시할 때는 지난 몇 년간의 대학 생활이 다 지나고 이미 졸업을 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취업 준비, 실무형 취업 준비, 직무에 맞는 취업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 만난 한 패션 유통 업계의 이사님의 이야기는 패션 학과의 친구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잘 알게 해 주는 좋은 조언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패션 위크를 보면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나요? ‘아, 정말 저 옷 내일 학교에 입고 가야지. 저 신발 내일 남자 친구 만날 때 신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죠. 졸업 작품으로 제출한 옷을 데일리룩으로 입고 살 순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패션 전공자들이나 패션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의 머리 속에는 파리의 패션 위크가 있습니다.

비단 패션뿐만 아니다. 식음료 분야도, 자동차 분야도 어떤 분야라도 무엇이 되고 싶다,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상징적인 이미지를 그리는 것은 좋지만, 대학 생활에는 그 상징적인 이미지를 자신의 것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대학 생활 동안 이 이미지를 잘게 쪼개어 나의 생활로 가지고 와야 한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졸업을 하면 딱! 자신이 원하는 회사와 일이 눈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토익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이미지의 일을 잘할 수 있지도 않다. 패션 유통 업계 이사님이 생각하는 ‘이런 사람 뽑고 싶다’의 사람들이 갖춘 경험은 무엇일까?

공장장을 많이 아는 디자이너가 필요해요. 숫자 감각이 뛰어난 디자이너도 필요하고요. SNS에 올릴 글을 잘 쓰거나 사진을 기막히게 SNS용으로 찍는 능력도 있으면 좋겠고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창의성을 갖춘 런웨이 스타일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패션학과 친구들의 성장 과정은 ‘어린 시절 미술 대회에서 입상, 친구들의 옷을 잘 리폼해줌’이라는 내용들이 있고 본인들의 창의력과 4차원적 생각들에 대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정작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디자이너가 직접 원단 공장 사장님을 대면해야 할 때도 있고, 작은 규모의 패션 업체들은 홍보나 광고에 돈을 많이 들일 수 없으니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매장에서 옷을 판매해보는 경험도 좋겠지만, 만약 정말 패션 업계에 종사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드는 옷의 처음 시작부터 끝 지점까지 한번 가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이를 통해 상품의 유통 경로, 이 유통 경로 안에서 연결되어 있는 회사들, 산업들, 직무들을 탐색하다 보면 전반적인 업계의 특성도 알 수 있다. 마치 입사 전 해당 업계의 지도를 들고 입사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패션 전공 지원자는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을까?



상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기


최종으로 옷이 소비자에게 가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머릿속에서 그려보면 좋을 것 같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이 필요하고 (원단 공장), 이를 선택해주는 패션 회사들이 있고 (동대문 원단 가게 및 B2B 비즈니스), 혹시 이를 OEM을 맡긴다면 이를 재봉하고 가공하는 공장들(방글라데시의 업체들- 방글라데시의 엄청난 수입원이다. 꼭 찾아보길)이 있을 것이다.


이를 한국에 다시 들여와 판매하고 시즌이 끝나면 아웃렛 등으로 나갈 것이다. 이 프로세스에서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고 해외에 발주를 주거나 부자재를 선택하고 PR, 광고하는 회사까지 여러 업체들이 동시에 한 번에 업무를 하게 된다.

동대문의 저 가방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가능하면 그 첫 스타트부터 실제 업무를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파리 패션 윅에서 영감을 받는 것도 좋고 유명한 셀레브리티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지만, 유럽 배낭여행 대신에 방글라데시에 가서 의류 공장을 탐방해보고 그들의 삶과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동대문의 원단 가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올해의 유행을 예측해보고 직접 방문하는 다양한 회사의 디자이너들과 접촉해보는 것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패션 뿐만이 아니다. 아침에 먹는 커피 한잔, 내가 쓰는 노트북,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도 모두 그 시작 포인트가 있고 상품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의 결과가 있을 것이다. 고구마 줄기처럼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연결된 산업과 업무들을 잘 연결해보면 내가 해야 할 아르바이트들이 생각날 것이다.


이렇게 실무자들을 만나보고 업계 사람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실력은 쌓여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더 이상 “졸업 후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직무는 어떤 일을 하는 직무인가요?”, “직무 내용을 정확히 알고 싶어요.”라는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 홍링 그룹의 스마트 팩토리를 보면, 미래의 패션 시장도 결국 빅데이터로 가나보다.



TIP


1. 업계 담당자를 만나 업계 지도를 그려달라고 해보자


- 하나의 상품, 서비스와 연계된 업체들을 마인드맵 식으로 그려달라 부탁해보자.

- 그 맵 위에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무도 추가적으로 넣어달라고 해보자.

- 마지막으로, 혹시 이 그림 안에 있는 회사에서 ‘알바 자리’가 나면 꼭 나에게 연락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며 종료한다.


2. 추천 서적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갤리온, 코너 우드먼 저)


영국에서 기업의 인수합병을 주도했던 회사에서 일했던 저자는 매일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는 경제가 싫어 집을 팔고 그 돈을 들고 세계 여행을 떠나며 실물 세계의 경제를 배웠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물건을 사고팔며 리얼월드에서 협상을 하고 악수를 하고 계약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면 하나의 물건을 따라 ‘나만의 고구마 줄기 지도’를 그리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원문: choikyunghee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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