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쓸 때 유의해야 할 5가지
※ 이 글은 이민석 학장님의 허가 하 이승환이 편집했으며, NHN NEXT의 공식 입장과 관계가 없습니다.
이 글은 조금 길다. 바쁘신 분은 아래 1번 섹션 두 번째 문단과 2번 섹션만 읽어도 된다.
입학이나 취업을 위해서는 대개 자기소개서(약어로 자소서, 학업계획서, 에세이 등등으로 불리는)를 작성해야 한다. 어떤 조직은 다른 서류 없이 자기소개서만 요구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자기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내 맘대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에는 ‘예시’가 없다. 왜 예시가 없느냐고? 자기소개서는 자기 이야기를 써야 하니 모범 답안이 있을 수 없다. 구글에 찾아보면 잘 쓴 자기소개서가 100만 개는 나온다. 자기소개서를 유료로 파는 사이트도 있다. 그 가운데 99만9천개875개 정도는 쓰레기이다.
왜? 나랑 그 사람은 다르니까. 자서전이 아니므로, 아주 잘 쓴 다른 사람의 자기소개서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경험이 아니라 그 자기소개서가 어떻게 읽는 사람을 몰입시키는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을 비판적으로 읽으시는 분들을 위한 사족: 난 글쓰기 선수가 아니다. 따라서 이글은 자기소개서를 수려하게 쓰는 법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맞게 쓰는 방식을 제시하는 글이다. 아래 내용 가운데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틀렸다 하지 마시고, 이 방법이 더 좋다고 댓글도 다시고, 기가 막힌 방법이 나열된 링크도 붙여주시고 하시면 좋겠다. 감사하다.
1. 자기소개서를 쓰는 이유와 기본 초식
자기소개서를 쓰는 이유, 다시 말해 상대 조직이 내게 자기소개서를 원하는 이유는 나를 잘 파악하기 위함이다. 어떤 조직이든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잘 일할 수 있거나, 학교라면 그 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잘 부합하는 사람을 원한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통해 그 조직의 선발 인재상과 맞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인재상을 확인하기 위하여 ‘주제’가 주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입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끔 ‘자유롭게’ 쓰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을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과 맞게 아주 잘’ 이라고 읽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당연히 자기소개서를 잘 쓸 수도 없다. 조직 입장에서는 다른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원자의 기술적인 역량을 드라이하게 같이 평가하며, 인터뷰를 통해 자기소개서에서 확인이 안 된 부분,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검증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것도 잘 소개하는 글이어야 한다. 자기를 ‘잘’ 드러내는 방법은 자기소개서를 읽는 사람이 ‘내’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읽는 사람이 반드시 끝까지 읽고, 내 경험을 같이 느끼고 감동을 해야 하는 글이다.
즉, 자기소개서를 읽는 평가자가, 나로 ‘빙의해서’ 읽고 난 뒤, 마치 자기가 내 문제를 고민하고, 자신이 해결한 것과 같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빙의’ 과정이 없다면,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남의 소개서’가 된다.
그 많은 소설 중에 성공적인 작품이 몇 개나 있는지 생각을 해보시라. 내 이야기면 몰라도 남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정말 기가 막히게 써야 한다. 재미없는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 것은 큰 고통이다.
대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이전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역량을 기술하게 된다. 평가자가 그 글을 읽는 과정에서 나로 ‘빙의’가 되려면 그 경험이 사건의 흐름이 아니라 사고(思考)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나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글’이어야 하는 것이다. 사건의 흐름에 따라 글이 적히면, 읽는 사람은 다분히 관찰자 입장이 된다. 위에 이야기한 ‘빙의’ 모드의 글은 글을 원래 잘 못 쓰는 사람에게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나를 잘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내 자기소개서의 평을 받아보면 바로 ‘빙의’ 모드가 동작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필 그 다른 사람이 약간의 재능이 있다면, 내 글이 ‘빙의’ 모드가 아닌 ‘관찰자’ 모드가 된 이유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리뷰가 중요하다.
2. 자기소개서에 경험을 기술하는 방법
어떤 활동을 자기소개서에 기술할 때는 다음의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대개 자기소개서는 글자 수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다음 내용을 짧고 강하게 써야 하는데 그건 각자 알아서 하시라. 선천적인 글쓰기 재능이 있으면 좋겠지만, 대개는 여러 차례의 리뷰로 다음 내용이 잘 기술되는 짧고 강한 글로 훌륭하게 개선된다.
3. 자기소개서에 쓸만한 경험이 우리에게 있는가?
자기소개서를 처음 쓰는 사람이 가지는 첫 번째 질문은 ‘그런 경험이 내게 있나?’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첫 번째 자기소개서를 쓰는 시점에 ‘난 그냥 살아왔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분들은 자기소개서 쓰기 전에 지나온 날들을 차근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했던 알바, 근로학생, 학교에서 억지로 따라가서 했던 봉사 활동, 남들도 다들 간다기에 나도 해보자고 갔던 여행, 운이 좋아 당첨된 회사의 이벤트성 단체 활동, 얼떨결에 맡게 된 동아리 총무, 혹시나 해서 넣어봤는데 합격한 인턴, 집안에 갑자기 생긴 불행한 사건 등등이 다 그 재료다.
하나씩 꺼내서, 위 억지로라도 적어보고 생각하고 수정하고 생각하자. 자고 일어나 다시 보고 생각하고 수정하고 생각하자. 이 과정을 해보면, 신기하게도 인간이 그냥 막 살지는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자기소개서는 나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글이라고. 거꾸로 자기소개서를 핑계로 나를 돌아보면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입학, 취업 시점이 아니라도 자기소개서를 쓰면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여기서 참조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4. 자기소개서에서 하면 안 되는 것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팩트 중심으로 그것도 시간 순서로 단순 나열하면 절대 안 된다. 연대기는 읽는 사람을 철저하게 관찰자로 남게 한다. 연대기적인 자기소개서를 볼 때 평가자는 사고 중심이 아니라 사건 중심의 관점을 가지기 때문에 결론을 빨리 보고 싶게 된다. 그런데 그 결론이 ‘올림픽 금메달’, ‘노벨상’ 이 아니면 급히 실망한다.
슬라이드, 웹 페이지 형 자기소개서도 읽는 사람이 ‘빙의’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는다. 통상적으로 이력서에 필요한 스킬셋의 나열 등과 달리, 말로 설명을 같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PPT 장표형 자기소개서는 정말로 잘 만들기 어렵다. 또 잘 만들었다 해도 ‘내가 설명할 테니 편하게 보세요’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잠시 동안 제가 되어 같이 이 경험을 공유해 봐요’ 같은 ‘빙의’ 모드와는 거리가 꽤 있다.
자기소개서를 요구한 조직의 인재상이 내 개인적인 상황(가족, 가정형편, 그 상황에서 형성된 내 성격 등)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면 ‘저는 유복한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또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니면 ‘아버지의 사업이 갑자기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이런 류의 내용은 일말의 도움이 안 된다.
내 성격이 드러나야 하는 포인트는 다른 모든 자기소개서 내용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을 때, ‘저는 이렇게 놀기 때문에, 여기 계신 분들과 인간적으로도 잘 지낼 수 있어요’까지 설명하고 싶을 때이다. 내 인간성과 성격은 면접 때 단 몇 마디의 발언만으로도 드러나기 때문에 따로 쓸 필요가 없다.
다만, 내 개인적인 상황이 나를 한 단계 끌어올린 어떤 큰 배움의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은 아주 좋은 자기소개서 주제가 될 것이다.
고민과 걱정만 있고 행동과 선택이 없는 경험은 자기소개서의 아이템으로 적절하지 않다. 그 고민의 깊이가 조직의 인재상과 맞닿아 있는 경우엔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선택과 행동이 없으면 그 글을 읽은 사람은 지원자가 자기 주도성이 부족하고 책임감이 없다고 느낀다.
5. 마지막으로
자기소개서 쓰는 것은 어렵다. 원래 모두에게 어려운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반드시 서너 번 읽고, 자기소개서를 요구한 조직의 인재상에 맞게 기술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나 말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어주면 훨씬 좋다.
대개 어딘가에 제출하기 위해서 쓰는 자기소개서이지만, 자기소개서는 나를 돌아보고 숨어있던 내 속의 자신감과 진정성을 발견하는 훌륭한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말자.
원문: ㅍㅍㅅ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