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을 한번 믿어 보렴

조회수 2018. 6. 29. 18: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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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얼마나 사랑해 줬으면 불규칙했던 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겠니."

엄마는 평생 한량으로 산 아빠를 대신해 밤낮으로 식당을 운영했다. 밤이면 행패를 부리는 아빠를 피해 이웃집을 돌아다녔던 나는 신경 쇠약 때문인지 어린 나이에 호흡까지 불편했다. 


큰 꿈도 없이 대학생이 된 어느 날, 학교 행사에 참석했다가 한 남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바른 아빠상이 없던 나에게 그는 또 다른 희망으로 다가왔다. 


짝사랑에 빠진 나는 점심시간마다 “같이 밥 먹을래?”라고 용기 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끊임없는 노력 덕에 우린 연인이 되었다. 


그 역시 부모님이 세 살 때 이혼했다고 했다. 아버지 혼자 남매를 위해 생계를 꾸리느라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단다. 나는 그런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사랑이 깊어질 무렵, 처음으로 그의 집에 가 보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현실을 보니 눈물만 쏟아졌다. 문짝이 부서진 장롱 위엔 먼지가 쌓였고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내가 벽에 기대자 페인트가 벗겨질 정도였다. 


도저히 같이 헤쳐 갈 자신이 없어 그날 이후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전후 사정을 들은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현순아, 난 네 남자 친구에게 큰 빚을 졌어. 너를 얼마나 사랑해 줬으면 불규칙했던 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겠니. 사랑의 힘을 한번 믿어 보렴.”


그의 소중함을 깨달은 난 한달음에 학교로 달려갔다. 우린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서로를 와락 껴안았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린 지금까지 서로를 아끼며 사랑을 키워 가는 중이다. 나에게 희망을 준 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현순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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