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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 젊은 여자가 우산도 없이 아기를 안고 있었다

조회수 2018. 6. 29. 18: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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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갑자기 앞차에서 가볍게 경적이 울리더니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 우산이 쑥 나왔다.

몇 해 전, 장마철의 일이다.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여행을 갔다. 차 몇 대를 나눠 탔는데, 외곽 도로로 접어들었을 때 운전하던 직원이 앞차를 향해 연신 경적을 울렸다. 너무 느린 속도로 운전해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 있었다.


누군가 “아줌마네.”라고 하자 아줌마 운전자를 원망하는 말이 쏟아졌다. 시간이 갈수록 여행의 설렘보다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러다 누군가 앞차에게 싸움이라도 걸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때 소나기가 내렸다. 그런데 신호등 앞에 젊은 여자가 우산도 없이 아기를 안고 있었다. 아기에게 비를 맞히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주변에 비를 피할만한 곳이 없었다. 굵은 빗방울에 얇은 옷이 흠뻑 젖은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갑자기 앞차에서 가볍게 경적이 울리더니 조수석 창문이 열리며 우산이 쑥 나왔다. 아기 엄마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운전자와 몇 마디 나누었다. 그러더니 우산을 건네받고 고맙다며 인사하는 게 아닌가.


그 광경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우와! 아줌마 최고!”라며 감탄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손뼉을 쳤다. “그런데 저런 우산은 어디서 파는 거야?” 듣고 보니, 과연 촌스러운 꽃 모양이 수놓아진 우산이었다.


다시 앞차가 출발하자 좀 전과 달리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가끔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강명순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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