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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처럼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조회수 2018. 5. 11. 13: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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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 매일 꽃밭에 누워 있으니까 행복하지?

“김영희 씨 따님이시죠?”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 새어머니 이름이라는 게 생각났다. 폐암 말기라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병원의 연락이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가 돌아가셨다. 난 친구들에게 ‘입학식 날, 엄마 잃은 애’로 알려졌다.


엄마를 떠나보낸 지 일 년 만에 아빠는 재혼했다. 새어머니는 젊고 예뻤다.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자상한 남자로 변했다.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싫었고, 새어머니가 미웠다. 


사춘기 시절의 일탈은 그렇게 시작됐다. 학교에 안 가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어쩌다 학교에 가는 날은 교무실 앞에서 벌서는 게 일과였다.


그날도 교무실 앞에서 벌서는데 새어머니가 찾아왔다. 엄마 없는 아이란 걸 전교생이 다 아는데, 학교에 온 것이었다. 나는 점점 더 비뚤어졌다. 


내 반항심 때문이었을까? 아빠의 행복은 길지 못했다. 교통사고로 아빠까지 잃은 나는 진짜 고아가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할머니 댁에서 학교를 다녔다.


새어머니는 돌아가시면서 내 앞으로 편지와 통장을 남겼다. 통장엔 꽤 많은 돈과 매 학기마다 내 등록금을 보낸 기록이 있었다. 


편지엔 미안하다는 말과 메밀꽃 피는 곳에 뿌려 달라는 유언이 쓰여 있다. 가슴이 먹먹했다. 마지막 효도라 생각하고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봉평에서 새어머니를 보내 드렸다.


하지만 최근에야 그것이 효도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바닷가가 고향인 새어머니 동네에선 파도칠 때 하얗게 보이는 거품을 '메밀'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메밀꽃 피는 곳’은 ‘하얀 파도 거품이 이는 바다’였던 것이다. 청개구리처럼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래도 엄마! 매일 꽃밭에 누워 있으니까 행복하지?’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조명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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