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

조회수 2018. 4. 1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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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도 보고 왔으면 좋겠다.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갑자기 청력을 잃었다. 대학생 땐 아르바이트하는데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하루만에 해고당했다. 이후 난청에 좋은 거라면 뭐든 했지만 낫기는커녕 치료법도 알 수 없었다.


내 병은 '청신경병증'으로 어음 분별력이 떨어지지만, 그에 비해서 소리는 잘 듣는 편에 속했다. 한마디로 소리는 들리지만, 그 소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정상인도, 장애인도 아닌 애매한 사람일 뿐이었다.


얼마 전 첫사랑과 다시 연락이 됐다. 하지만 그 애는 내가 전화 통화도 할 수없는 심각한 난청이라는 말을 듣자 연락을 끊었다. 정말 속상했다. 그 뒤 나는 방 안에서 웅크린 채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삶을 포기하려고 부산에 갔다. 하지만 바다를 보고 마음이 약해져 다시 올라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식탁 위에 도시락과 쪽지가 있었다.


“사랑스러운 딸아, 엄마는 너를 낳은 후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들리지 않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너 자체만으로도 소중해. 너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최고였단다. 짧게라도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 바다라도 보고 왔으면 좋겠다.”


쪽지를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나보다 가족이 더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늘 곁에서 힘이 되어 준 부모님 덕분에 요즘엔 사람들도 만나며 잘 지낸다. 


더불어 내 안의 아픔을 비워 내고, 그 자리에 희망과 사랑을 담는다. 어머니의 쪽지를 보며, 오늘도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지연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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