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보았다

조회수 2018. 3. 21.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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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쓴 편지는 난생처음 받았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어느 겨울이었다.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우리는 술을 깨기 위해 밖에 나가 바람을 쐬었다. 그때 한 취객이 친구에게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뺨을 때렸다. 흠칫 놀란 나는 친구가 맞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그만 취객을 때리기 시작했다. 한밤중 소란에 경찰이 출동했고 우리는 취객과 경찰차에 탔다. 


처음 가 본 경찰서의 회색빛 철창은 두려움에 떨게 했다. 화나도 피하거나 참았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후회됐다.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온 어머니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 각오하고 집으로 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피곤할 텐데 얼른 씻고 쉬어라.”라고 말한 뒤 안방으로 들어갔다.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이 몰려와 그만 잠이 들었다. 눈떠 보니 형과 아버지가 퇴근해 집에 있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절대 남을 때려선 안 된다며 따끔하게 혼냈고, 형은 “큰 경험했구나.”라며 위로했다. 모두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방에 들어왔는데 편지 한 통이 보였다. 나는 편지를 조심스레 뜯어보았다.


“오환, 엄마 말 잘 드는 오환. 항상 엄마가 오환 사랑하다. 아프로 그러면 안 데고 지금처만 해조쓰며 조계다 사랑하다 오화나 날씨 추우니 감기 조심해라 엄마가…….”


엄마가 쓴 편지는 난생처음 받았다. 엄마는 맞춤법이 서툴러 부끄럽다는 이유로 글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못난 아들을 위해 편지를 쓰다니…….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엄마가 써 준 편지는 다이어리에 붙여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평생 간직할 나의 보물이다. 지금은 치열하게 공부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하루빨리 부모님에게 첫 월급을 드리고 싶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권오환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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