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사장님 차 긁은 사람입니다."
조회수 2018. 3. 21. 11:29 수정
낯익은 사람이 일행과 우리 가게에 왔다.
나는 작은 아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식당 앞에는 유명한 곰탕집이 있는데, 늘 손님이 북적였다.
어느 날, 가게 밖을 보니 몇 사람이 모여 내 차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처음엔 점심시간이라 바빠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아들과 나가 보았다.
알고 보니 곰탕집에서 식사하고 골목으로 나오던 차가 내 차 옆문을 살짝 긁은 것이다. 한데 10년 넘은 헌 차라 어디가 긁혔는지 찾기도 어려웠다. 운전자에게 그냥 가라고 하려다 사람이 많아 명함을 받고 보냈다.
나도 사고 났을 때 상대방에게 긴장감과 미안함을 느꼈던 터라 일단 그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싶었다.
“놀랐지예? 헌차라 수리는 따로 안 해 줘도 괜찮고예. 혹시나 미안하면 우리 가게에 찜이나 한번 먹으러 오이소.”
남의 잘못에 관대하지 않은 세상, 어떻게든 더 보상받고 싶어 안달인 세상, 타인을 배려하고 한 발자국 물러나지 않으려는 세상이 싫어 나부터 베풀고 싶었다. 사실 그가 우리 가게를 찾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낯익은 사람이 일행과 우리 가게에 왔다.
“예전에 사장님 차 긁은 사람입니다. 약속 지키러 왔어요.”
그는 나가기 전에도 맛있게 잘 먹고 간다며 인사를 건넸다. 나처럼 마음에 따뜻한 온돌 하나 가진 분 같았다. 장사하기 쉽지 않은 요즘 이런 온기가 큰 힘이 된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수경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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