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왜 여기서 일해요?

조회수 2018. 3. 2. 11: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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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마트에서 일했다. 그런데 내가 판매하는 커피 회사가 물의를 일으켜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막상 일해 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이거 사지 마!”, “나는 이거 안 먹어!”, “아가씨, 왜 여기서 일해요?” 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시음하는 고객들을 친절히 대했다. 다행히 그 뒤로 “아가씨 때문에 먹는 거야.” 라는 손님이 점점 많아졌다.


오랫동안 일했지만 반말은 물론, 커피를 계속 받아서 자신의 물통에 가득 채워 가거나 믹스 스틱에서 설탕, 프림은 빼 달라고 하는 고객들을 대하다 보면 욱하기도 한다. 


그래도 “하루 종일 서 있으니 얼마나 힘들어.”, “아이고 싹싹하기도 하지.” 하는 격려에 하루하루를 버틴다. 


커피 시음하고 가라는 말에 “얼마요?” 라고 진지하게 묻는 할아버지 덕에 웃음 짓기도 하고“ 매일 얻어먹어 미안해서 사는 거야.” 라는 고객 덕에 따뜻함을 느끼기도 한다.


지난여름엔 어떤 고객이“ 수박이 싸더라고요.” 하며 내게 수박을 주고 갔다.

얼마나 감동했는지, 직원들에게 자랑까지 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고객이 당연하다는 듯이 한 잔 달라고 하면 괜히 주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당장 안 사도 언젠가는 살 잠재 고객이니 감사한 마음으로 드리자고. 이렇게라도 사람들에게 마실걸 나눠 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복된 직업인가.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소연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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