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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행 가자."

조회수 2017. 12. 9.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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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박 2일 입원을 가장한 여행을 떠났다.

“와, 이제 괜찮대. 집에 가서 파티하자!” 


작년 새해가 밝았을 때, 둘째 딸은 급성 백혈병 치료를 시작했다.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론 감사했다. 병명도 모르는 불치병이 아니라서, 허망하게 떠나보내지 않아서, 무엇보다 딸이 잘 견뎌 줘서 고마웠다. 


1년이 지나 이젠 고용량 항암을 끝내고 재발 방지 치료를 하기로 했다.

 

“우리 딸, 하고 싶은 거 있어? 엄마가 들어줄게.” 

“엄마, 여행 가자.” 

“그럴까? 가족 여행 가면 참 좋겠다.” 

“아니, 단둘이서만.”


나는 선뜻 그러겠다고 하지 못했다. 그동안 나머지 가족도 힘들었을 것이다. 둘째가 입원한 뒤로 나와 떨어져 있길 거부해 남편과 교대 한번 못했다. 


엄마의 부재를 잘 참아 낸 다른 두 아이에게도 상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둘만의 여행이라……. 


“그래 가자. 근데 언니하고 동생한텐 비밀로 하자. 우리끼리 가면 속상할 거야.”


그렇게 1박 2일 입원을 가장한 여행을 떠났다. 남해의 겨울바람에선 봄 내음이 났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펜션에 도착하니 다른 가족이 생각나 아쉬웠다. 


“가 보고 싶은 곳 있어?” 

“아니! 난 여기 있을래. 엄마만 다녀와.” 

“싫어. 재미없게.” 

“혼자 가면 재미없어? 옛날엔 아빠한테 휴가 달라고 했잖아. 혼자 여행 가고 싶다고. 집도 우리도 다 벗어나서.” 

“뭐? 그래서 단둘이 오자고 한 거야?” 

“응, 엄마 휴가 주려고. 그동안 병원에서 힘들었잖아. 엄마가 아플 때도 내 곁에 있으라고 한 거 미안해.” 


딸도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나는 고생한 딸을 꼭 안아 주었다. 다음엔 우리 가족 모두 하하 호호 웃는 여행을 할 것 같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송혜정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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