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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이고 따분한 일상에 필연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를 만났다

조회수 2017. 11. 30.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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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틀 뒤부터 아침 출근길에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 출근길, 7시 40분쯤 어김없이 집 근처 골목에서 마주치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스포츠 신문을 정신없이 보며 걸어가는 그 사람을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반복적이고 따분한 일상에 필연처럼 스쳐 지나가는 그로 인해 마음이 설레더군요. 저 혼자 온갖 상상을 하면서 급기야 그가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에게 심각한 척 아침에 일어나는 일을 털어놓았지요. 내 말에 남자친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도 깜짝 않더군요.


그런데 이틀 뒤부터 아침 출근길에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안 보이니까 궁금했지요. 


그래서 또 남자친구에게 지나가는 투로 “그 사람 요새 안 보이는 거 있지?” 했더니 그는 “내가 그 사람한테 늦게 출근해 달라고 했다”라는 게 아닙니까!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입니까?


자초지종인즉, 남자친구는 내 얘기를 듣고 다음날 새벽잠을 설쳐 가며 한 시간이나 걸리는 저희 집 근처에 와서 숨어 있었답니다. 


7시 반이 조금 넘어 스포츠 신문을 들고 가는 그 사람이 나타나자 그는 비장한 각오로 달려가서 제 얘기를 물었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저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면서 배꼽자고 웃었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은 남자친구는 내 여자친구에겐 도끼병, 공주병이 있으니 5분만 늦게 출근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돌아섰다는군요.


아! 이 창피함을 어쩌면 좋을까요. 사실 남자친구와 저도 길거리를 지나가다 서로에게 반했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제 뛰어난 미모(?)가 걱정되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새벽같이 달려와 그런 일을 벌이다니……. 


그 뒤로 전 그 남자를 만날까 봐 평소보다 5분 일찍 출근한답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정은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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