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복례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조회수 2017. 10.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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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두드리니 할머니 기침 소리만 들렸다. 들어가 보니 방바닥은 차갑고 전기장판도 고장 났다.
동네 할머니들과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정리하는데 복례 할머니가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복례 할머니는 동네에서 약간 떨어진 외딴집에서 가족도 없이 외롭게 산다.
“양말이야. 딸이랑 하나씩 신어. 요즘 방이 따뜻해서 허리도 덜 아프고 잠도잘 와. 전기장판 덕분에 백 살까지 살 것 같아.”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그런데 양말은 할머니 신으세요.”
“아이구, 무슨 소리여. 나도 받았으니 베풀어야지. 그래야 복 받아.”

지난겨울, 며칠째 복례 할머니가 보이지 않아 딸과 할머니 집을 찾아갔다.

방문을 두드리니 할머니 기침 소리만 들렸다. 들어가 보니 방바닥은 차갑고 전기장판도 고장 났다. 나는 급히 남편을 불러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갔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남편은 보일러를 고치고, 나와 딸은 죽을 끓였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할머니를 간호했다. 그런데 집이 워낙 오래되어 방이 따뜻하지 않았다.
"엄마, 전기장판은 얼마면 살 수 있어?"
딸도 할머니가 걱정되는지 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중학교 반 배치 고사에서 수석을 해 장학금을 받았다. 나는 딸의 새 학기 준비물을 살 생각에 부풀었다. 이제껏 형편이 넉넉지 않아 옷과 가방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이 장학금으로 복례 할머니 전기장판을 사 드리자고 했다. 할머니를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이다.

다음 날 우리는 전기장판을 사서 할머니를 찾아갔다. 할머니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돌아오는 길, 딸의 기특한 마음에 미소가 떠나지않았다.
며칠 후, 읍내에서 볼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틈에 흰 봉투가 꽂혔다. 안에는 10만 원과 딸의 입학을 축하한다는 편지가 들었다. 봉투를 샅샅이 살펴도 보낸 이의 이름은 없었다. 딸이 말했다.

“엄마 말대로 나누면 복이 오네요.”
그런데 양말에 돈까지 복을 너무 많이 받은 게 아닌가 싶다. 할머니가 준 양말 덕분에 올겨울도 따뜻하게 날 것 같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최영희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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