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두고 간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조회수 2017. 10. 10. 11: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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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큼하고 물렁한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무니 옛 생각이 난다.
“얘야, 고구마 먹으렴.”

시어머니가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구마를 들고 온다. 달큼하고 물렁한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무니 옛 생각이 난다.
가을 서리가 내리던 날, 나는 산자락에 자리한 고구마 밭에서 어머니와 오빠, 언니와 하루 종일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가 소복이 쌓였을 땐 이미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 뒤였다.
그제야 어머니와 오빠가 고구마를 나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없는 우리 집에선 어머니가 가장이었다. 어머니는 광주리에, 오빠는 지게에 고구마를 담아산을 몇 번이나 넘나들곤했다.
밤이 깊은 그 시간, 산을 넘기 전 어머니는 고구마 줄거리를 모아 우물 모양의 집을 완성했다. 그 고구마 집은 언니와 나에게 서늘한 가을밤, 온기를 제공했고 산짐승들로부터 보호해 줬다.
한 시간은 기다려야 돌아올 어머니에게 우리는“ 빨리 와야 해!” 하고 징징댔다. 그 캄캄한 밤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제야 드는 생각이지만 그런 우리를 두고 고구마를 들고 가는 어머니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또 힘이 되어 줄 남편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어느덧 내 나이 마흔여섯,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32년이 지났다. 나이 들수록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더 간절해진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고구마 집의 온기를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열네 살밖에 안 된 막내 때문에 눈도 못 감았던 어머니. 걱정 마세요. 막내는 성실한 남편 만나 아이 셋 키우며 잘 지내니까요. 어머니, 정말 사랑해요.”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방복희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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