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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출신입니다

조회수 2017. 9. 2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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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도박에 빠져 살던 아버지가 세상을 등졌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변해 버린 환경과 마주했다.

열일곱의 난 초콜릿 공예가를 꿈꿨다.


대회에서 상을 타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던 어느 날, 술과 도박에 빠져 살던 아버지가 세상을 등졌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변해 버린 환경과 마주했다.


장례를 마치고 오니 집 곳곳에 빨간 딱지가 붙었다. 수저 하나 못 챙기고 내쫓긴 뒤 이웃의 도움으로 작은 월세방을 구했다. 좌절할 수만은 없었다. 투병 중인 어머니, 어린 동생이 있기에 강해져야 했다.


다달이 드는 학비를 아끼기 위해 자퇴하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새벽엔 폐지를 줍고, 낮엔 시장에서 고등어를 팔고, 저녁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공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난 한 달에 십만 원씩 모아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했다. 4개월 만에 합격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듯 가슴 벅찼다. 어머니도 기뻐하며 참아 온 눈물을 흘렸다.


이를 발판 삼아 제빵 기능사와 한식 조리 기능사, 건축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렸으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못다녔다는 이유로 편견 어린 시선을 받곤 했다.


하지만 난 검정고시 출신인 게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나 자신이 대견하다. 지금은 빵집에서 일하며 야간 방송 통신 대학을 다닌다.


청소년 지도도 공부 중이다. 희망을 잃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꿈을 이룬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현주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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