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갚지 못한 고춧값을 대신 전하러 왔어요

조회수 2017. 9.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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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큰언니가 밤에 손님 두 명과 우리 집을 찾겠다고 했다.

가족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큰언니가 밤에 손님 두명과 우리 집을 찾겠다고 했다. 피로가 쌓여서인지 귀찮았다. 엄마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큰언니는 밤 열 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알고 보니 손님 두 명은 자매로, 엄마의 고향 사람들이었다. '현순'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흐뭇했다. 그런데 잠시 후, 엄마와 현순 언니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엄마는 이러면 안 된다 하고, 언니는 받으라며 사정했다. 언니의 사연은 이랬다.


삼십 년 전, 하루는 남편이 고추 오십 근을 가져왔단다.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니 엄마에게 외상으로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언니는 남편이 갚지 못한 고춧값을 대신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스물 셋부터 혼자 살아온 우리 엄마를 생각하니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고 싶었단다. 언니는 넉넉치 않은 살림에도 틈틈이 모은 오십만 원을 삼십 년이 지난 뒤에야 가져온 것이었다. 고춧값을 요즘 시세로 계산했다고 했다.


엄마는 기억나지 않는 일이라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언니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뜻밖의 손님이 전해 준 그 돈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감동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같았다. 나도 아름답고 진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노경자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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