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당신 집이 불났어도 그렇게 늦게 왔겠어요?

조회수 2017. 9. 2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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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소방원으로 군산 소방서에 자대 배치받고 몇 달 지나지 않은 8월 중순에 큰 화재가났다.

의무 소방원으로 군산 소방서에 자대 배치받고 몇 달 지나지 않은 8월 중순에 큰 화재가났다.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

"왜 늦었느냐?”

“너희 집이 불났어도 그렇게 늦게 왔겠느냐?”

하면서 주민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다.


길도 좁아 힘든데 한여름에 방화복까지 입고 각종 장비를 든 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불을 껐다. 그런데 감사는커녕 도리어 화내는 주민들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주일 뒤 3박 4일간 외박을 나왔다.

친구들과 고깃집에서 음식을 여러 번 주문했는데, 많이 바쁜 탓인지 종업원이 주문에 바로 응하지 않아 불평이 쏟아졌다. 계속 되는 벨 울림에 주문받으러 오는 종업원과 눈이 마주쳤을 때 눈에 어린 짜증을 보았다. 손님만 아니라면 한 대 쏘아붙이고 싶은 심정이리라.


평소 같으면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느냐고 했을 텐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화재 현장에서 본 주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을 곤혹스럽게 하던 주민들 때문에 속으로 짜증 냈던 내가 종업원과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물론 피해 입은 주민들이 누군가에게 화풀이할 수도, 손님이 종업원에게 주문을 여러 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전자의 경우만 비난했을 뿐 후자는 당연하게 여겼다. 이것이야말로 자기 입장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는 아전인수 태도가 아닌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종업원의 찡그린 표정과 통곡하는 주민들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무심코 했던 말과 행동을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황형석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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