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안타. 나 같은 휠체어 손님이 얼마나 귀찮겠나

조회수 2017. 9. 1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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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친구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슈퍼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제 친구는 두 살 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귀엽다고 서로 안아보다 실수로 떨어뜨려 허리를 다쳤습니다. 하지만 늘 밝게 웃는 친구입니다.


부산의 한 공장에서 함께 생활할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친구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우리는 슈퍼 앞에서 택시를 기다렸습니다.


손을 흔들었지만 휠체어에 앉은 친구를 보더니 택시는 그냥 지나쳤고, 친구는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몇 번의 택시가 그렇게 우리를 지나쳤습니다. 그 때 또 다른 택시가 우리 앞에 섰습니다.


“아저씨, 광안리 해수욕장이요.”

“예, 타세요.”

“트렁크에 휠체어를 실으면 안 될까요?”

“아.....우짜노, 교대 시간이라 안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후 30분이 넘는 동안 많은 택시가 우리 앞을 지나쳤고, 그 때마다 친구는 인사를 했습니다.

“야. 니는 화도 안 나나?”

“괘안타. 이렇게 추운 날씨에 택시 손님도 많을 텐데 나 같은 휠체어 손님이 얼마나 귀찮겠나.”

그 때, 한 자가용이 우리 앞에 멈춰 섰습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내가 태워주겠소.”하며 친구를 안아 뒷좌석에 앉히고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는 게 아니겠어요.


운전을 하며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20미터 뒤에서 아내를 기다리는데, 택시가 두 분 앞에 섰다 그냥 가는데도 계속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거 마음이 찡해서 아내에게 택시 타고 가라고 양해를 구한 뒤 두 분을 태웠어요.”


그 말과 함께 아저씨는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시곤 웃으며 돌아갔습니다. 고마운 분, 성함이나 물어볼 걸 ……. 이즈음이면 항상 아저씨가 생각납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어현중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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