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지금 누굴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조회수 2017. 9. 1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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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동도 없이 공부하는 앞자리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였다. 


어느 날, 미동도 없이 공부하는 앞자리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흘러도 자꾸 눈길이 갔다. 말도 못 건네고 주변만 맴돌길 한 달, 고민 끝에 음료수를 전했다. “공부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이거 드시고 열심히 하세요.” 수줍게 말한 뒤 얼른 자리로 돌아와 고개를 푹 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다가와 잠시 이야기하자고 했다.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그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이거 제가 먹는 비타민인데 피곤할 때 하나씩 드세요. 내일 같이 저녁 먹을까요?”


다음 날, 식당에서 밥을 먹은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학교 주변을 산책했다. 나보다 두 학번 선배인 그는 여자 친구가 다른 사람을 만나 힘든 시간을보내던 중이었다. 전역 후 수업을 따라가는 고충과 회계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계획도 털어놓았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윤선 씨는 매력 있는 사람 같아. 그런데 알다시피 나는 지금 누굴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미안해하던 그는 자신이 아는 비밀장소를 알려 줄 테니 용서해 주겠느냐고 말했다. 그곳은 기숙사로 향하는 오르막길에 자리한 의자였다. 교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쉼터.


“여기서 지는 해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해져. 힘들 땐 여기서 잠시 쉬다 가. 이걸로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흔히 '짝사랑' 하면 상대의 거절로 부끄러웠던 기억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난 입가에 미소부터 지어진다.

“선배의 배려와 존중 덕에 짝사랑의 추억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답니다. 선배는 좋은 사람이에요.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게 지내세요.”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정윤선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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