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도 사람이 살아?' 라는 말을 들었다

조회수 2017. 8.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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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은 깨졌고, 흰 벽은 누리끼리하게 색이 바랬으며 철제문은 여닫을 때마다 비명을 토해냈다.

초등학생 때 나는 학교와 아주 가까운 곳에 살았다. 

친구들은 부러워했지만 나는 그게 싫었다. 창문은 깨졌고, 흰 벽은 누리끼리하게 색이 바랬으며 철제문은 여닫을 때마다 비명을 토해냈다.

한번은 집에 들어가는데, "이런 데도 사람이 살아?” 하고 키득대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 뒤로는 일부러 한 시간 전에 등교하고, 저녁 늦게 하교했다. 시간이 흐르자 열등감은 더욱 깊어졌다.
어느 날 엄마 지갑에서 만 원을 꺼내 친구 집에 가면 늘 있던 요구르트, 초콜릿 같은 것을 한가득 샀다.

사실을 안 엄마가 말했다.
“네가 빼 갔어?”
나는 거스름돈까지 내밀며 순순히 인정했다.
그런데 엄마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미나는 돈이 생기면 이런 게 먹고 싶었구나. 미안하다, 엄마가 많이 못 사 줘서…….”
스물두 살이 된 지금 나는 지하 단칸방에서 가족과 지낸다. 지난겨울 엄마에게 돈을 조금 건넸는데 며칠 뒤 내 침대에 전기장판이 깔렸다. 이층 침대는 천장이 가까워 춥다고 한 말을 새겨들은 엄마가 내가 준 돈으로 산 것이었다.

'아, 엄마는 돈이 생기면 이런 걸 해 주고 싶었구나…….'

엄마도 한때 스물넷의 여린 여자였다.
그러나 자식들을 위해 너무 빨리 강한 아줌마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예쁜 것과 아름다운 것의 차이는 강함이라고, 아름다움에는 강함이 있다고.
내 생일날 엄마 선물을 샀다. 당신을 위해선 돈 쓰지 않는 엄마에게 옷과 액세서리를 건네자,
“정작 나는 네 생일 선물도 준비 못했는데 미안해서 어쩌냐.”라고 했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우울해했는데, 내가 행복해지는 법을 몰랐다는걸 깨달았다. 선물을 고르는 내내 행복했다.

엄마, '아름답고 아름다워라.'라고 지어 준 이름(아름다울 미, 아름다울 나)대로 살게요.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윤미나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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