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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부모, 우리는 자식에게서 독립해야 해

조회수 2017. 7.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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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우리가 얼마나 애틋하게 자식을 키웠는데 저런 말을 하지? 딸이 아기 낳으면 봐줘야 하고 아들도 취업하려면 멀었는데.' 싶었다.
딸은 시집가고, 아들은 대학에 가면서 남편과 둘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들이 없으니 이야깃거리도, 신경 쓸 것도 사라져 어색한 분위기만 흘렀다. 설상가상 남편과 갱년기 시기가 겹쳐 사소한 일로도 툭하면 싸웠다.

그러다 자궁 경부암에 걸려 입원했다.

아이들이 오면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피곤한데 왜 왔어. 집에 가서 쉬어.”
사실 속으로는 '옆에 있어줘.'라고 외쳤으면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괴로웠으면서 말이다.

하루는 같은 병실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이런 말을 건넸다.
“결혼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우리 나이에는 자식에게서 독립해야 해.”

처음엔 '우리가 얼마나 애틋하게 자식을 키웠는데 저런 말을 하지? 딸이 아기 낳으면 봐줘야 하고 아들도 취업하려면 멀었는데.'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잊히지 않았다.


나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며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첫 나들이로 금산 장터를 보러 갔는데, '이토록 쉬운 일을 왜 누리지 못했을까.' 싶어 만감이 교차했다.

그다음 같이 간 곳은 남편이 일하는 건설 현장이었다.


그동안 나만 고생한 줄 알았는데 높은 건물에 올라 일하는 남편을 보니 가슴 아팠다. 그 뒤로도 같이 산책하거나 나물을 따며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나는 비로소 아주머니가 말한 의미를 깨달았다.


자식에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남은 시간을 유용하게 쓰는 법을 배우는 게 진정한 독립이라는 것을.
이젠 남편의 쉬는 날이 기다려진다.

천천히 연습하다 보면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해지지 않을까.
자라면서 성장통을 겪듯 중년통을 겪는 우리, 잘 이겨 내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명화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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