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나러 갑니다

조회수 2017. 6. 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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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침부터 미용실에 가서 염색하고 앞머리까지 올려 멋을 냈다. 오랜만에 꺼낸 엄마의 구겨진 정장도 다렸다.

오빠와 교제하는 아가씨를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미용실에 가서 염색하고 앞머리까지 올려 멋을 냈다. 오랜만에 꺼낸 엄마의 구겨진 정장도 다렸다.

서울에서 식사대접하겠다는 오빠의 차를 타고 우리는 간만에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

“딸, 엄마는 맨날 네 걱정이다.  네 오빠도 오빠지만, 집 떠나 공부하려니 좀 힘들겠어? 그래도 넌 죽을 고비 여러 번 넘겼으니 잘 해낼 거다.”


“아, 나 어렸을 때 감전됐던 거 기억나요.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 돼지 코같이 생긴 콘센트 구멍을 어찌나 쑤셔 보고 싶던지, 쇠 젓가락을 가져와 쑥 넣었죠!”
“그래, 너 '꺅!' 하고 기절했어.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얘가 호기심이 좀 많아야지.”
“맞아, 오빠도 그런 적 있지 않아요? 애기 때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김이 신기해서 그 위에 앉았다가 엉덩이에 화상 입었잖아. 하하. 아빠는 뭐 없어요?”

“나? 나도 큰일 날 뻔한 적 있지!  옛날엔 물탱크 청소하는 날이 꼬마들한테는 물장난하기 좋은 기회였어. 하루는 평소보다 버려지는 물의 양이 많았던 거야. 콸콸 쏟아지는 물에 아이들이 하나둘 떠내려갔지. 동네 형이 집에서 공부하다 비명을 듣고 달려와 날 건진 거야.”

“얘, 그때 아빠 못 건졌으면 너희도 없었어. 엄마는 중학생 때 사촌 언니네 놀러 갔다 연탄가스 마시고 죽을 뻔한 걸 새벽에 출장 다녀온 형부가 발견해서 살았잖아.”

좁은 차 안에서 깔깔대며 올라가는 길.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돌이켜 보면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고 행운이다. 오늘 우리는 어떤 기적과 꿈을 품고 살아온 아가씨를 만날까.

*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홍성아 님의 사연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 中,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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