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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가수 god가 거기 왔어요?

조회수 2017. 5. 25. 13: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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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 바꿔 줄게." _ 본문 中

손녀 가림이가 다섯 살 때다.


“제 별명이 뭐게요?” “글쎄다.” “프랑스 인형이에요.” 순간 속으로 '아무리 내 손녀지만 그건 좀…….' 하면서도 반색하며 물었다. “그것참 좋네. 누가 지었어?” 그랬더니 하는 말, “제가요!” '그러면 그렇지.'


녀석은 생각도 참 기발했다. 운동회 날, 달리기에서 1등을 해 비결을 물으니 갑자기 방으로 데려가는 게 아닌가. “가위, 바위, 보 알죠? 바위는 무겁잖아요? 그래서 달릴 때 손바닥을 펴고 '보'로 달려야 해요. 보자기는 가벼우니까. 이건 비밀이에요.” 사뭇 진지하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손녀가 놀러 온 날이었다. 옷을 챙겨 입느라 문을 늦게 열었더니 “혹시 팬티만 입고 있었어요? 그럼 어때요. 우리가 뭐 한두 번 본 사인가요?”라고 했다. 나는 그런 아이가 귀여워 가끔 용돈을 주었다. 그때마다 “세상에서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요!”라며 기쁨을 주던 아이.


어느 날, 아내가 전화해 “가림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 바꿔 줄게.”라고 했더니 아이가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가수 god가 거기 왔어요?”


가림이 동생 가산이 역시 우리 집 웃음을 담당했다. 수박을 자르는 아내에게 아이가 물었다. “왜 깍두기같이 작게 잘라요?” “할아버지가 입이 아파서 그래.” 그러자 아이는 뾰로통하게 웅얼거렸다. “피~. 할아버지가 아픈 건 아픈 거고, 수박은 수박인데…….”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던 나는 “아니! 저런 녀석을 봤나. 이제부터 네 용돈은 없는 줄 알아라.” 하고 헛웃음을 쳤다.


그랬던 손자가 어느새 아르바이트해 나에게 용돈을 줄 만큼 생각이 깊어졌다. 손녀 역시 프랑스 인형보다 더 예쁘게 잘 자랐다. 아이들이 있어 오늘 하루도 마음이 든든하다.


*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전동철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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