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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물' <오버워치>의 e스포츠 도전, 왜?

조회수 2018. 1. 25. 16: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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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출시 직후가 아닌, 왜 지금일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게임이라는 영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중 하나다.


불변의 절대 1인자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게임업계 메인 스트림에 관한 주제를 논할 때면 블리자드는 늘 메이저, 선두 그룹으로 다뤄지곤 한다. 그들이 내놓은 게임 시리즈들 역시 마찬가지.

면면을 살펴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한때 '카피캣 붐'이라며 게임시장의 전체적인 퀄리티에 대해 우려가 나오던 시절에도, 블리자드는 자신들의 IP를 활용해 색깔 있는 라인업을 선보여왔다. 또, 배틀넷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꾸준히 개발/안착시키며, 대형 퍼블리셔 몇 곳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에서도 꿋꿋이 입지를 지키고 있다.

소위 '블빠'만큼이나 '블까'도 많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정(正)이 있으면 그에 못지 않은 반(反) 역시 있게 마련. 글로벌 시장 전체를 봤을 때 블리자드가 구축해놓은 베이스는 견고한 편에 속한다.

e스포츠 영역에서도 블리자드는 오랫동안 위상을 지켜왔다. 현재의 e스포츠는 게임과 교집합 관계에 있는 별개 영역으로 취급되는 경향도 있지만, 어쨌거나 게임으로부터 파생된 것은 사실. 그리고 초창기 e스포츠의 탄생에 주춧돌을 올린 건 블리자드의 대표 타이틀인 <스타크래프트>였다.

다만,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의 선봉에서 파란을 일으키는 동안 블리자드는 '주연'이 아니었다. 다양한 기관이나 업체들이 앞다퉈 나서서 프로 팀을 만들거나 각종 리그를 주최/주관하던 시절, 블리자드는 그 판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물론 게임 밸런스 조정 등 서포트는 꾸준히 하고 있었으니, 주연이 아니었을 뿐 모르쇠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크래프트>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뜸해지고, 새로운 강자가 등장해 장르의 트렌드 자체를 바꿔놓았다. 작금의 e스포츠판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주도해왔고, 이후 AoS 혹은 MOBA라 불리는 장르 게임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던 시기도 있었다. 

그것도 어느덧 5~6년쯤 돼 가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다시 <배틀그라운드>가 PC방 점유율 기록을 세우고,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프로 팀 창설에 뛰어드는 곳도 속속 생기면서 e스포츠의 새로운 판도를 그리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몇 년이 흐르는 사이에도 블리자드는 꾸준히 새로운 타이틀을 내놓았지만, 대개 e스포츠와 연이 닿는 장르는 아니었다.

▲ 2014년 출시된 <하스스톤>도 e스포츠로서 가능성이 거론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e스포츠에 새로운 물살이 밀려들고 있는 요즘, 블리자드는 <오버워치>의 공식 리그와 월드컵 출범을 선언했다. 또한, 이를 안착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전'이라는 기치를 내걸면 명분이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왜 지금인가?'라고 묻는다면 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2016년 5월 출시 이후 1년 반. 절대적인 기간으로 따지자면 그리 오래된 건 아니다. 하지만 모바일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진 게임시장이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빠른 순환을 보이고 있다는 점, 최근 게임판이 몇 년째 불안정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식 리그의 출범 시기로는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로 판도가 넘어간 시점을 생각하면 간격이 꽤 크기도 하고.

대세가 <배틀그라운드>로 넘어가는 시점에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애당초 <오버워치> 공식 리그가 발표된 건 2016년 11월 블리즈컨이었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에 얼리 억세스 버전이 공개됐으니, <오버워치> 공식 리그 발표는 그 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태도'라 하겠다. 생각해보면, 블리자드는 대부분 트렌드에 앞장서서 달려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 발 늦게 편승하되,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을 토대로 개성을 살릴 수 있을 때까지 다듬고 다듬은 뒤 모습을 드러내는 성향이 강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번 <오버워치> 공식 리그가 발표부터 개막까지 1년 여의 텀이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된다.

출시 전 그리고 1년 여가 지난 2018년 1월, 드디어 공식 리그가 개막을 알렸다. 시작 기류는 나쁘지 않다. 개막 첫 주 나흘 동안 총 1천만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쾌조를 알리고 있는 상황이기 떄문이다.

어차피 '완벽함'이라는 건 결코 잡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계속 잡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 다소 미비한 부분은 있었을지언정, <오버워치>가 처음 출시되고 유저들의 반응이 한창 호의적이었을 그때, 좀 더 앞당겨서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라는 말도 있듯, 그때 좀 더 서둘렀다면 유저 호응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얻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리그가 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성향을 나무라기는 어렵지만, 가끔은 그런 신중함으로 인해 더 나은 호기를 놓치기도 하니까.

물론… '가지 않은 길'의 결과를 예측하며 이러쿵저러쿵 가타부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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