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믹콘 2017,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조회수 2017. 8. 8. 10: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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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덕후들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코믹콘'. 사실 코믹콘은 해외 여러 유명 스튜디오들이나 연예인들, 그리고 수많은 코믹스 회사들이 참석하면서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소통하는 그야말로 전 세계 코믹스 팬들을 위한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국내에선 처음 개최되는 행사라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를 하고 찾아간 행사이기도 합니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행사라 그랬을까요? 관람객들은 굉장히 많았습니다. 사전에 입장권을 구매한 전 그나마 덜 했지만 저 인파를 뚫고 표를 구매해야 하는 일반 관람객에게는 고통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줄은 제대로 가이드 되어 있지 않아 중간에 겹치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들어가는 줄과 나오는 줄이 문 하나에 겹쳐 빡빡해지는 이 느낌이란;; 그나마 둘째 날부터는 덜했습니다;;).
코믹콘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셨던 DJ 소다님. 근데 이 행사의 성격과 맞는 건가?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오프닝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드로잉 아티스트 김정기 작가, 마블 부사장 세블스키, '한니발'과 '닥터 스트레인지'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매즈 미켈슨, '옥자'와 '워킹데드'로 익숙한 스티븐 연이 자리를 빛냈기 때문입니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는 '파라' 대형 피규어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게임업체들의 참가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블리자드는 초대형 사이즈의 피규어 '파라'를 전시해 눈길을 끌었고 넥스트무브는 신규 게임 '다인'의 홍보 모델로 그라비아 배우 시노자키 아이와 No.1 코스프레팀 스파이럴 캣츠를 초대해 많은 관람객들을 부스로 끌어 들였습니다.

'리니지', '아이온' 등으로 유명한 엔씨소프트 역시 'NC 코믹스'란 명칭 하에 자사 관련 웹툰들로 부스를 구성하면서 부스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코믹콘의 필수 요소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피규어일텐데요. 서울 코믹콘 2017에서도 수많은 피규어 부스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 캐릭터 피규어는 물론 마블 코믹스나 DC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원피스나 드래곤볼 같은 일본 서브 컬처 캐릭터들까지 소위 돈 좀 들어가는(?) 녀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코스플레이어 역시 빼놓을 수 없죠.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 슈퍼 히어로는 물론이고 미니언즈, 백설공주, 레이디버그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수준 높은 코스플레이어들이 행사장 분위기를 더욱 흥겹게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모 외국 팬은 가족 모두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로 분장하는 등 행사 자체를 팬 스스로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며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제일 놀라웠던 점은 행사 관람객 중 외국 분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내 유저가 주를 이룰 것이란 기대를 깨고 절반 혹은 6:4 정도로 거의 비등한 참여율을 보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가족과 또는 친구들과 함께 온 외국 분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울 코믹콘 2017의 가장 큰 수혜자는 시공사 부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블과 DC가 여러 사정으로 참석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 마블, DC 코믹스를 독점 출판하는 시공사가 자연스레 팬들의 관심을 받아낸 것이죠. 코믹스 팬들의 축제답게 시공사는 코믹스 할인 행사를 선보였고 부스는 행사내내 발디들 틈조차 없었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한정판 포스터, 구매자를 위한 특별 선물, 모바일 게임 'DC 언체인드'와의 공동 이벤트 등 여러 프로모션들이 더해져 시공사 부스에 대해 팬들은 호평일색이었습니다.
드림웍스 부스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연속 상영하면서 관람에 지친 팬들에게 최고의 휴식 장소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 '장화 신은 고양이', '볼트론', '드래곤 길들이기' 등을 여유롭게 보는 기분이라니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그 외 코믹콘 행사장 오른쪽에 위치한 아티스트 앨리에서는 여러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정말이지 예술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름답고 완벽했습니다. 한 마디로 눈이 호강하는 시간이랄까? 특히 행사장 끝 쪽에는 팬들이 직접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었는데, 이 쪽 역시 장난 아닌 퀄리티가 수를 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 코믹콘 다운 프로그램을 보여준 것은 김닛코 님과 제임스 김님의 인터뷰였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 진행된 이 인터뷰는 레진 코믹스 미국 법인 대표 제임스 김님과 마블 공식 필진이자 칼럼니스트인 김닛코 님이 진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두 분은 미국 코믹스에 대해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주셔서 일반 관람객들까지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마블 코믹스나 DC 코믹스와 다른 밸리언트 코믹스만의 매력, 대중들은 모르던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의 방대한 세계관 등 진정한 코믹스 팬들을 위한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 내면서 서울 코믹콘 2017에 가장 어울리는 행사였음을 새삼 증명했습니다.
일반 관람객들에게 서울 코믹콘 2017은 아주 즐거운 만족스러운 행사였는지도 모릅니다. 게임업체들의 아기자기한 부스와 인기 모델 섭외, 웃음을 절로 짓게 만드는 코스플레이어, 각종 이벤트 등 그들의 시선에서는 꽤 괜찮은 행사였을겁니다.

하지만 코믹스 팬인 저에게는 참 악몽과도 같은 행사였습니다. 우선 얼리버드 입장권. 얼리버드 입장권은 사전에 표를 구매한 팬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VIP 혜택입니다. 일반 관람객보다 빨리 입장할 수 있고 해외 셀럽들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죠(그래서 무지막지 비싼 금액을 주고도 구매를 하는 것이구요).

허나 행사가 시작되자 이 VIP 혜택은 전혀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얼리버드 입장권 구매자보다 더 좋은 자리에 착석한 일반 관람객, 일반 관람객에 밀려 해외 셀럽과 전혀 소통을 이루지 못한 그들.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이 때문에 쓴 웃음을 짓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저 역시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번째는 패널 문제. 서울 코믹콘 2017에는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참여, 주어진 시간 내에 팬들과 소통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곤 했습니다. 허나 모 유명 인사는 주최 측에 명확한 사유를 말하지 않고 불참, 그를 기다린 팬들을 멍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세번째는 코믹콘 다운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앞서도 제가 말했지만 이번 행사는 그 성격답게 외국 분들이 적지 않게 관람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문제는 이 분들 중 다수가 여타 코믹콘을 경험하고 이 행사를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하나같이 '실망이다'였습니다(어떤 분들은 제 질문에 'F***!!'이란 표현도 서슴치 않으셨습니다). 한 마디로 내가 상상하고 기다려온 코믹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죠. 저 역시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SEOUL COMIC CON 2018 Again?


전 그래서 내년은 큰 기대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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